1. 콜레스테롤을 관리하기 위한 식사법으로,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은 줄이고 불포화지방산 섭취를 늘리라고 되어 있습니다. 오늘은 그 이유에 대해 살펴봅니다.
2. 지난번 글에서 식후 중성지방(소장)은 킬로미크론에. 공복 중성지방(간)은 VLDL에 실려 혈관으로 들어온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우리 몸의 말초 조직들은 LPL(숟가락)을 사용해 운반차에 실린 중성지방을 한 움큼 떠서 세포 안으로 흡수합니다. VLDL이나 킬로미크론에 LPL을 연결해 중성지방을 옮겨 담는 세포를 상상해 보면 공중 급유 장면이 떠오르고, 왠지 모르게 웅장한 느낌이 듭니다.
3. 중성지방(Triglyceride)은 지방산(fatty acid) 세 분자를 묶은 스낵 번들 상품과 같은 구조입니다. 이 번들을 어떤 지방산 조합으로 만들지는 우리가 어떤 음식을 먹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콘칩, 새우깡, 인디언밥...) 세상에 우리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긴 하지만 우리 몸을 이루는 벽돌을 어떤 지방산으로 조합할지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올리브유에 든 올레산으로 번들을 꾸릴 수도, 고로케나 치킨에 든 트랜스 지방산으로 벽돌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4. 묶음 상품 중성지방이 어떤 지방산으로 구성되었는지는 일단 세포막 구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칩니다. 불포화지방산은 유들유들하고, 트랜스지방산은 매우 딱딱하고 뻣뻣합니다. 그래서 어떤 지방산을 쓰느냐에 따라 세포막의 유동성이 크게 바뀝니다. 비유하자면 추운 겨울 꽝꽝 언 얼음으로 뒤덮인 북극해와 반대로 기온이 올라 슬그머니 녹아 갈라지고 안이 들여다보이는 여름 바다만큼의 차이입니다. 예상하셨겠지만 전자는 트랜스지방과 포화지방산으로 만든 세포막의 특성이고, 후자는 불포화지방산으로 만든 세포막의 특징입니다.
5. 우리 몸의 세포는 번들 상품 중성지방을 분해해 개별 지방산만 쏙 흡수한 뒤. 안에서 다시 번들로 재조합합니다. 중성지방과 구조가 거의 비슷한 이 분자는 인지질이라고 불립니다. 중성지방과의 차이라면 지방산이 3개가 아닌 2개이며, 나머지 하나는 인산기로 대체했다는 점입니다. 굳이 번거롭게 번들로 또 묶는 이유는 묶지 않고 자유롭게 다니게 놔두면 유리 지방산은 금세 독성을 갖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번들에서 풀려난 유리 지방산은 우리가 쓰는 비누가 됩니다. 묶어 둬야 하는 게 어쩐지 이해가 갑니다.
6. 인지질의 인산기는 물과 친한 친수성 물질이고 두 지방산 꼬리는 소수성이라 꼬리를 맞대게 해 이중으로 배치하면 성공적으로 물로 된 세포질과 물로 된 조직액을 가를 수 있습니다. 그 구조는 (슬프지만) 우리 휴전선 구조와 비슷합니다. 세포막 사이에는 막 단백질이 있어 특별히 허가된 경우에만 안팎으로 이동이 가능합니다. 대표적으로 인슐린의 명령을 받아 만들어진 GLUT-4를 통해 조직액에서 세포질 내로 포도당이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7. 이 인지질에 들어가는 두 개의 지방산 조합을 최악의 재료라 할 수 있는 트랜스지방산으로만 골랐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일단 트랜스지방은 매우 뻣뻣합니다. 이중결합을 가진 불포화지방산에 수소를 첨가해 고체화시키면 트랜스지방이 만들어집니다. 이런 트랜스지방산으로 만든 세포막은 꿀렁거리지 않고 매우 뻣뻣합니다. (남북 사이에 대치 정국이 만들어진 상태) 예상하셨겠지만 세포 안팎의 신호 전달에 상당히 어려움이 있습니다.
8. 반대로 가장 최선의 조합이라 할 수 있는 다중불포화지방산과 단일불포화지방산으로 인지질 벽돌을 만들어 세포막 공사에 써보겠습니다. 트랜스지방산으로 만들어진 세포와 완전히 반대의 일이 일어납니다. (남북 화해 모드, 이산가족 상봉 추진) 세포막 인지질은 부들부들해서 바람만 불어도 흔들릴 것 같습니다. 그 틈새로 세포질이 고스란히 들여다 보일 것 같습니다. 맑고 투명한 세포질에는 유유히 헤엄치는 고래처럼, 세포소기관들이 보일지도 모릅니다.
9. 앞서 말씀드린 세포막 단백질이 자리를 잡는 것도 트랜스 지방산에서는 썩 쉬운 일이 아닙니다. 뻣뻣한 트랜스지방으로 꾸려진 인지질 사이를 힘겹게 파고 들어가 문을 내는 것과 듬성듬성 틈이 벌어진 사이로 별 힘 들이지 않고 슬그머니 통로가 자리 잡는 걸 상상해 보면 왜 우리가 불포화지방산을 많이 먹어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10. 이렇게 우리는 세포막의 3개 구성 요소 중 인지질과 막 단백질에 대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세포막의 구성성분은 바로 콜레스테롤입니다. 콜레스테롤은 세포막의 뼈대 역할을 합니다. 콜레스테롤은 흐느적거리는 세포막이 흘러 없어지지 않도록 잡습니다.
11. 세포는 콜레스테롤을 자체적으로 합성할 수 있지만, '필요하면 손을 들고' 혈액에 배송 중이었던 간에서 만들어진 (혹은 먹은 음식에서 비롯된) 콜레스테롤을 흡수할 수 있습니다. 콜레스테롤 흡수 과정은 중성지방과는 사뭇 다릅니다. 중성지방은 파 먹었다면, 콜레스테롤은 껍질째 먹습니다. 세포는 중성지방을 다 나눠주고 쪼그라든 LDL(이전에 VLDL이었던 것)과 렘넌트(이전에 킬로미크론이었던 것)를 한 입에 덥석 삼켜먹음으로써 흡수합니다.
12. '필요하면 손을 들고'에서 서로 간의 식별이 필요합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지금 혈액에서 떠도는 수많은 물질 사이에서 여기 콜레스테롤이 실려 있으니 필요한 분 가져가세요!라고 알리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이때 식별하는 것이 바로,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포장했던 포장지, 아포지단백입니다. 말초세포와 간세포는 LDLR을 세포막에 발현해 ApoB/E를 인식한 뒤 흡수합니다.
13. 참고로 LDL을 포장하는데 1:1로 쓰이는 터라 실제 LDL 콜레스테롤의 개수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었던 단백질이 ApoB였고, 식후 중성지방에 대해 설명드릴 때 흡수한 지방을 혈관에 투입시키기 위해 소장에서 부랴부랴 만들었던 리포지단백의 이름은 ApoB의 48% 길이의 염가형 버전 ApoB48였습니다. 더불어 주사로 맞는 콜레스테롤 약은 LDLR을 불활성화하는 PCSK9를 억제하여 LDLR의 개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작용했습니다. 이 아포지단백은 이후 좋은 콜레스테롤 HDL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지니 복잡하더라도 우리는 좀 익숙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14. 우리는 불포화지방산을 먹어 불포화지방산으로 만들어진 세포막을 건설하면 콜레스테롤이 좀 더 쉽게 분배됨으로써 콜레스테롤 관리에 도움이 되는 이유를 이제 짐작할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심연에서 쑤욱 올라와 인지질 세포막 위로 손을 들어 '여기 콜레스테롤 하나요'라고 표시하려면 되도록 유연하고 흐물거리는 인지질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게다가 LDLR은 한번 쓰이고 버려지지 않고 재활용되므로 막 유동성은 LDL 콜레스테롤의 흡수에 중요합니다.
15. 물론 이뿐만이 아닙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