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식사와 상관없이 채혈만 하면 되는 M2BPGi 혈액 검사는 간의 섬유화 진행 정도를 알아보는 데 도움이 됩니다.
2. 다음 주제로 넘어가기 전에 지방간에서 미처 다루지 못했던 혈액검사, M2BPGi에 대해 간단히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다뤘다시피 기존 세포가 흉터 조직으로 변하는 과정이 섬유화였고, 이 섬유화가 동맥경화, 심장과 신장 모두 장기 기능의 손상을 일으키는 결정적인 과정이었습니다.
3. 매끈매끈하던 동맥 내피세포는 흉터로 변해 우둘투둘해져 터지기 쉽게 변했고, 탄력적인 심장은 뻣뻣하게 굳어 피를 제대로 내보내지 못했으며, 소변을 걸러내던 신장은 필터가 흉터조직으로 변해 오줌길이 막혀 더 이상 소변을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4. 지방간 역시 단순히 지방이 많아서, 살이 쪄서 간에 축적되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흔히 생각하시듯 복부비만의 유의어가 아님) 지방 대사 이상으로 간세포가 섬유화 되어 원래 기능을 잃어버리는 게 문제인 병이었습니다. 원래 비타민 A를 저장하던 역할을 하던 간성상세포(HSC)가 흉터조직처럼 딱딱해지는 바람에 간세포에 공급되던 산소와 혈액이 줄어들고 결국 간은 고사(枯死)하게 됩니다.
5. 그러고 보니 간은 다른 장기의 섬유화보다 치료에 있어 불리하고 취약한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환자나 의사로 하여금 섬유화 진행을 의심하거나 정도를 쉽게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될 뾰족한 방법이 딱히 없다는 것입니다. 크레아티닌 수치 라던지, 단백뇨와 같이 기능의 저하를 시사하는 검사가 준비된 신장이나, 호흡곤란이나 부종과 같은 심상치 않은 증상이 나타나 경각심을 전하는 심장에 반해 간은 그렇지 못합니다.
6. 그래서 간 질환은 다른 장기와 달리 조직검사가 중요하고, 필수적입니다. 간 생검을 통해 우리는 섬유화 정도를 평가할 수 있으며 간경화(간섬유화)의 원인을 알아낼 수 있습니다. 이후 예후와 치료계획 수립에 있어서도 조직검사가 기본이 됩니다. 조직검사에서 섬유화가 확인된 (F3-4) 환자는 간암에 대해 정기적으로 면밀히 모니터링받아야 하며, 간 이식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7.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간 생검을 통해 섬유화 수준을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간 조직검사를 대체할 수 있는 비침습적 검사가 개발되어 적용되고 있습니다. 지난 글에서 VCTE나 MRE 검사 등의 영상의학적 검사만 말씀드렸습니다만, 혈액으로 시행되는 M2BPGi 검사 또한 비교적 자주 시행되고 진단적 가치 또한 널리 인정되는 추세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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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섬유화란, 더 이상 생존하기 힘든 상황이라 판단했을 때 감시 세포 ‘A’가 분비하는 여러 전달 물질이 일으키는 연쇄 반응입니다. A에서 분비한 IL-1β와 TGF-β와 같은 ‘자멸 신호‘는 형질 변환 세포 B로 하여금 원래 하던 기능을 멈추고 대신 콜라겐을 합성하도록 만듭니다. 사실 세포가 빠진 자리가 뻥 하고 구멍이 나 장기의 구조가 망가지는 것보다는, 아무런 기능도 못하더라도 흉터 조직이라도 만들어져서 구조를 지탱해 주는 것이 몸 전체로 봐서는 그나마 낫긴 합니다.
9. 예를 들어 동맥경화에서는, 위의 감시 세포 A는 '산화된 LDL을 포식하기 위해 내피 세포로 침투했다가 실패한 대식세포(거품세포)'였습니다. 이 거품세포는 자멸 신호를 내보내 형질 변환 세포 B인, 중막에서 이주한 '평활근세포'로 하여금 섬유아세포처럼 작동해 콜라겐을 분비하여 플라크의 덮개를 만들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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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이런 ’ 유발 환경 → 경보를 울리는 세포 → 섬유화를 시작하는 세포‘의 고리는 다른 장기의 섬유화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간경화에서는 ’ 여기서는 더 이상 못 살겠어 ‘를 유발하는 환경 요인이 지방독성이고, 경보를 울리는 세포 A는 간의 대식세포, 쿠퍼(Kupffer) 세포이며, 형질 변환을 하는 특정 세포 B는 바로 간성상세포 (HSC, Hepatic Stellate Cell)입니다.
11. 감시 세포 A가 형질 변환 세포 B에게 비상상황을 알리는 신호 고리 또한 다른 장기와 다르지 않습니다. 간세포로 미처 다 들어가지 못한 유리 지방산이 통로(Space of Disse)에 쌓인 것을 간의 청소부, 대식세포 쿠퍼 세포가 먹어치우고 한도까지 차버린 쿠퍼세포는 동맥경화에서의 거품세포와 똑같이 내부에 지방 주머니 (Lipid droplet)를 차고 ’ 여기서는 더 이상 못 삽니다 ‘ 신호 (IL-1β + TGF-β)를 냅니다.
12. M2BPGi 는 쿠퍼세포의 자멸 신호를 받아, 섬유아세포화 되어 콜라겐을 만들어 내기로 한 HSC 세포가 내어놓는 특수 단백질입니다. 그러니 유의한 섬유화가 시작된 뒤에 본격적으로 검출되고 (F2 단계) 섬유화가 진행될수록 증가합니다. 형질 변화된 HSC 세포에서 나오는 단백질이므로, 간이 나빠질수록 M2BPGi 수치는 증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13. M2BPGi는 B형 및 C형 간염 감염 환자에서 간세포암(HCC) 발생을 예측할 뿐만 아니라, HCC 환자에서 치료 후 간경변증의 예후를 예측하는 데에도 유용합니다. M2BPGi의 독특한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섬유화의 원인에 따라 동일한 섬유화 단계에서도 차단값이 다릅니다. (2) C형 간염 바이러스에 대한 지속적인 항바이러스 반응을 보인 후 M2BPGi 수치가 급격히 감소하므로 치료 경과를 평가하는 데에도 쓸 수 있습니다.
14. B형 간염 환자에서 M2BPGi가 2.0을 넘는 경우, 2~5년 안에 간암이 생길 위험도가 6배 이상 높았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1~2년: OR 7.40, 2~5년: OR 6.46, 5년 이상: OR 2.24)
15. 지방간에 있어 FIB-4 같은 간단한 계산식과 초음파(VCTE)를 먼저 보고, 중간 정도 애매한 경우에 M2BPGi를 추가해서 ‘조직검사를 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알고리즘들이 제안되고 있습니다. C형 간염에서 항바이러스 치료 후 M2BPGi 수치가 급격히 떨어지는 것처럼, 지방간에서도 체중 감소와 생활습관 교정으로 섬유화가 개선되면 M2BPGi가 서서히 내려가는 경향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16. 연구마다 차이는 있지만, 보통 0.7~0.8 정도를 넘기면 ‘진행된 섬유화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1.3을 넘기면 간경변이 상당히 의심되는 수준으로 보는 연구들이 많았습니다. 3~20은 F4 이상이 해당되며, 간경화로 심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