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음식을 피하고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는가?
우리나라는 아직 서구에 비하면 지방을 덜 먹는 편이긴 하지만, 젊은 연령층 중심으로 점점 지방의 섭취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최근 연구에서 20대의 성인 여성은 같은 연령대의 성인 남성보다 지방을 더 많이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식습관은 더 서구화될 것이므로 지방 섭취 비율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비록 탄수화물에 대해 먼저 다루기는 했지만, 지방은 잘 알다시피 이상지질혈증의 위험을 높이는 일차적이고도 직접적인 위험 요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방 섭취를 제한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탄수화물 섭취가 많아질 수 있으므로 섭취하는 양을 단순히 줄이는 것은 권고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상지질혈증을 예방, 관리하기 위해 몸에 좋은 지방을 잘 골라 먹는 법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먹은 지방은 소장에서 처리를 담당합니다. (식도-위-십이지장-소장-대장의 순서) 담즙이 지방을 잘게 퍼뜨리고, 췌장의 소화효소인 리파아제가 지방을 분해하면 소장 세포가 최종적으로 우리 몸의 지방 단위인 ‘중성지방’으로 전환 시켜 몸 안을 순환합니다. 그러고 보니 간에서 전환되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탄수화물 또한 ‘중성지방’으로 전환되는 것은 똑같았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 어떤 음식을 먹든지 간에 중성지방이라는 공통 단위로 변환되어 몸 안을 순환하게 된다는데 굳이 지방을 잘 골라 먹는 법까지 알아야 할까 싶습니다. 탄수화물이 전환되어 만들어진 중성지방이나 지방으로 만들어진 중성지방이나 다 같은 거라면, 결국은 제일 처음 알려드렸다시피 그냥 덜 먹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중성지방은 글리세롤 1개 분자에 지방산 3개가 결합한 형태여서 3개의 지방산을 어떤 종류로 구성하는가에 따라 성질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복잡하긴 하지만, 직관적으로 다가오진 않지만, 지방의 종류에 대해서 좀 알아둬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1. 포화지방산
혈액 내 LDL 콜레스테롤을 올리는데 포화지방산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칩니다. 과장해서 말씀드리면 오늘 말씀드릴 내용에서 다른 것들을 다 까먹고 ‘포화지방산과 트랜스지방산만 피하면 된다.’만 기억하더라도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됩니다.
포화지방산은 간에서 LDL 수용체(일을 마친 LDL 콜레스테롤을 간으로 복귀하라는 신호, 이 신호를 받아 돌아온 LDL 콜레스테롤이 담즙이 됩니다) 를 만드는 유전자를 억제하고, 인슐린 저항성까지 일으켜 혈관 내 LDL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킵니다. (인슐린 저항성에 대해서는 2편 참조) 앞서 말씀드린 대로 LDL 콜레스테롤은 하필 혈관 내피세포를 투과할 수 있는 크기여서 간으로 제대로 돌아오지 못하면, 내피세포 안에 옴짝달싹 끼여서 결국 동맥경화를 일으킵니다.
그래서 다른 종류는 몰라도 포화지방과 트랜스 지방이 많이 함유된 음식은 알고 계시는 게 좋습니다.
2. 불포화지방산
앞서 말씀드렸지만, 지방을 무작정 덜 먹는 것은 절대 능사가 아닙니다. 우리는 지방을 먹는 대신 불포화지방산 위주로 골라 드시면 좋습니다. 게다가 그 효과가 단순히 '나쁜 것을 덜 먹는' 것을 넘어, '몸에 좋은 것을 더 많이 섭취하는' 결과가 되어 이중으로 이득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불포화지방산은 포화지방산이 억제하던 LDL 수용체의 기능을 오히려 활성화한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활성화되었으므로 LDL 은 간으로 복귀해서 담즙으로 재활용 되므로 혈중 LDL 콜레스테롤 수치는 감소합니다.)
그런데, 불포화지방산은 단일불포화지방산과 다가불포화지방산으로 나뉘고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다가불포화지방산은 또 두 가지 종류로 나뉘어서 굳이 음식을 예로 들거나 복잡하게 설명해 드리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그나마 다가불포화지방산의 하위 분류는 우리에게 꽤 익숙합니다. 바로 우리가 많이 먹는 오메가-3 영양제가 여기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오메가-3 지방산은 간에서 탄수화물이 중성지방으로 변환되는 과정을 방해해 콜레스테롤 합성을 줄이고, 항염증 작용을 하여 인슐린 저항성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간단하게 종합하자면, 여러 학계의 진료 지침에서는 단일불포화지방산을 위주로 하면서 다가불포화지방산인 오메가-3 지방산, 오메가-6 지방산을 적절히 혼합하여 섭취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3. 트랜스 지방산
마지막으로 트랜스지방산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트랜스 지방은 원래 자연계에 존재하던 식품이 (거의) 아닙니다. 액체 형태인 (좋았던) 불포화지방산에 인공적으로 수소를 첨가해 고체화시켜서 만들어집니다. 슬프게도 (좋았던) 불포화지방산이 역변한 결과, 트랜스지방은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포화지방산보다 훨씬 더 높입니다. 거기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트랜스 지방산은 간에서 HDL을 만드는 데 필요한 주요 단백질인 아포지단백질(Apo-A1)의 생산을 억제함으로써 LDL 콜레스테롤을 치워내는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마저 감소시킵니다.
트랜스 지방산이 많이 들어간 음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상지질혈증 에서, 무엇보다 지방 식이가 매우 중요하고 일차적인 원인이라는 점을 부정할 수 없지만, 오메가-3 또한 지방의 일종이라는 내용이 읽으시는 분께 역설적으로 다가왔으면 좋겠습니다. 맞습니다. 지방은 섭취량 자체보다 지방의 질이 매우 중요하며, 지방을 덜 드시게 되면 차라리 이상지질혈증에 좋지 않은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습니다. 포화지방을 줄이고 불포화지방으로 대체하면 총지방 섭취가 늘더라도 LDL이 감소할 수 있다는 연구도 다수 있으니, 이 글이 슬기로운 지방 식이를 즐기시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