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닙니다.
[요약]
1. 의사들은 [콜레스테롤]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2. 왜냐면 [콜레스테롤]은 세포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재료이기 때문입니다.
2. 하지만 "간에서 대량"으로 만들어져서 각 조직으로 "혈류를 통해 배달"되는 콜레스테롤, 즉 [혈중 LDL 콜레스테롤]을 조절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3. [혈중 LDL 콜레스테롤]을 낮추자는 의사들의 권유가, 뇌로 전달되는 콜레스테롤 공급을 줄여 신경세포의 재생을 막고 치매를 유발하게 만든다는 주장은 [혈중 LDL 콜레스테롤] 은 뇌혈관장벽 때문에 뇌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르고 하는 오해입니다.
4. 왜냐면 뇌는 [콜레스테롤]을 자체 생산하기 때문입니다.
5. 이러한 오해는 FDA의 인지기능 장애에 대한 경고에서 시작된 것으로 짐작됩니다.
6. FDA의 경고는 심각한 부작용을 시사하지 않으며 증상이 발생하면 다른 스타틴제로 변경하거나 중단하면 호전되는 것으로 보고되었으니 안심하시기 바랍니다.
1. 2012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모든 ‘스타틴 제품’ 라벨에 “복약 후 일시적·가역적 인지 기능 변화(기억력 저하, 건망증 등)가 발생할 수 있음”이라는 경고 문구를 넣도록 지시합니다.
2. 스타틴을 복용한 일부 환자에서 기억력 저하나 건망증이 드물게 보고되었기 때문입니다. 기전은 명확하지 않고, 약을 끊으면 회복되며, 심각한 수준도 아니지만 무시할 수 없다고 판단해서, FDA는 여전히 경고조치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3. 저는 FDA의 이 조치가 "스타틴 제제는 치매를 일으킨다" 는 오해를 증폭시키는 계기가 되었다고 추측합니다.
4. "콜레스테롤"은 뇌의 신경세포(뉴런)의 세포막을 구성하는 데 쓰이는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위 부작용과 스타틴과의 연관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그러다 보니, 언뜻 "혈중 LDL 콜레스테롤" 을 낮추자는 의사들의 주장은, 이 위험성을 무시한 안일한 처사로 보이기도 합니다. 심지어 FDA의 결정인데 말이죠.
5. 하지만, 반전이 있습니다. 우리 뇌는 BBB (뇌혈관장벽)이 있어 혈관 내에 돌아다니는 콜레스테롤이 원칙적으로는 뇌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다는 겁니다.
(에엥? 신경세포를 만드는데 콜레스테롤이 필수적인 재료라면서요?)
6. 네 맞습니다. 뇌는 '자체적'으로 콜레스테롤을 생산해 냅니다. 결론적으로 스타틴을 먹은 효과로 "혈중 LDL 콜레스테롤" 이 180에서 90으로 감소하든, 중단하여 다시 180로 오르든 뇌세포의 콜레스테롤 생산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습니다.
7. 콜레스테롤은 앞서 말했듯이 세포막을 이루는 구조이므로 거의 모든 동물 세포엔 콜레스테롤이 필요하고, 존재하며, 만들어낼 수도 있게 되어 있습니다. (적혈구 제외, 식물 세포 엔 없습니다.) 우리는 동물 세포, 즉 고기를 먹음으로써 콜레스테롤을 흡수합니다.
그러므로 콜레스테롤이 높으니 '고기를 덜 먹어라'는 잔소리는 실제로 일리가 있습니다.
8. 그래서 완전한 채식주의자의 혈중 콜레스테롤을 검사해보면 이론상 굉장히 낮거나 0에 가까울것 같은데 막상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면 우리 몸에서 자체적으로 만들어 내니까요) 그러므로 '저는 고기도 안 먹고 술도 안먹고 이렇게 날씬한데 왜 높죠? 억울해요." 싶으셨던 분들은 마음을 푸십시오.
9. 헌데 모든 세포들이 콜레스테롤 생산에 최적화되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비효율적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대량으로 생산하여 몸으로 배달시켜주는 시스템이 있습니다. 마치 다들 김치를 담그던 시절과 공장에서 대량으로 만들어낸 김치를 사먹는 것을 비교하시면 좋습니다.
우리 몸에서 대량으로 김치를 (콜레스테롤을) 만들어서 몸으로 보내는 기관은 간입니다.
10. 우리 몸은 대부분이 물이기 때문에 기름인 지질을 운반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패키지가 필요합니다. 물과 기름은 섞일 수 없으니 당연합니다. 김치공장에서 대충 포장해서 택배 보내면 난리가 나는 것과도 비슷합니다.
11. 콜레스테롤을 담는 패키지의 명칭을 우리는 VLDL, LDL, HDL로 구분합니다. VLDL은 다른 세포들로 전해주기 위해 간이 대량으로 만들어진 패키지입니다. VLDL이 혈관을 타고 다니다가 담겨있는 중성지방이 빠져나가고 나면 (배달하고 나면) 사이즈가 줄어들고 그걸 두고 우리는 LDL이라고 부릅니다.
12. 지루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김치 담그는 법 (콜레스테롤을 만드는 법) 에 대해서도 말씀드려야 합니다.
13. 콜레스테롤을 만들어내는 가장 첫번째 단추는 HMG-CoA라는 재료 (배추) 를 환원시키는 과정입니다. 대량 생산의 주체인 간은 세포내 콜레스테롤 수치를 보고 HMG-CoA 환원효소 (절임공장) 의 활성을 낮추어 덜 만들게 하고, 반대의 경우는 그 효소의 생산을 늘립니다.
14. 참고로, 이 글의 주인공인 스타틴은 HMG-CoA 의 환원효소 활성도를 낮추는 역할을 합니다.
15. 그런데 간은 혈관 내에서 돌아다니는 LDL 콜레스테롤을 최대로 소비하는 기관입니다. 제일 많이 만들어내는 곳도 간이고 가장 많이 쓰는 곳도 간인데, 생산과 소비를 굳이 혈관이라는 곳을 지나쳐서 쓰고 있는 겁니다. 굳이 또 비교를 하지면 김치공장의 최대 납품처가 계열사 식당인 상황입니다.
16. 이렇게 간에서 LDL 콜레스테롤이 많이 필요한 이유는 담즙산을 만드는 데 LDL 콜레스테롤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담즙은 지방 소화를 돕는 소화액이며, 간은 혈관 내에 돌아다니는 LDL 콜레스테롤을 흡수하여 담즙산으로 전환시켜 사용합니다.
17. 스타틴을 먹게 되면 배추절임공장이 멈추게 되고 (HMG-CoA 환원효소 억제제), 김치의 생산량이 줄어듭니다. (콜레스테롤 생산 감소) 간에서 시장으로 내다 팔던 포장된 김치 (LDL 콜레스테롤) 가 줄어들었는데, 그마저도 간에서 대부분 흡수해버리니 혈관 내에 있던 포장된 김치 유통량 (LDL 콜레스테롤) 은 현저하게 줄어듭니다.
18. 여튼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의사들이 신경쓰는 수치는 혈중 LDL 콜레스테롤이라는 겁니다. 앞서 말했듯이 LDL 콜레스테롤이 유달리 혈관 벽에 잘 끼이기 때문이지요.
19. 처음으로 돌아가서 스타틴이 뇌의 콜레스테롤 감소에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은 일부 사실일 수 있습니다.
20. 왜냐면 일부 스타틴은 BBB (뇌혈관장벽)을 통과하므로 뇌의 HMG-CoA 환원효소를 억제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즉 일부 스타틴은 김치를 담그려는 집에도 배추를 덜 절이게 만들 수 있습니다)
21. 헌데 뇌, 정확히 말하자면 뉴런세포가 만들어내는 (집에서 만든 김치) 콜레스테롤은 패키지에 담겨져 있지 않습니다. 가족 끼리 먹을 김치를 굳이 포장할 필요가 없는 것과 마찬가집니다.
22. 그러니까 스타틴 때문에 뉴런의 콜레스테롤이 부족할 수는 있으나, 혈중 LDL 콜레스테롤을 낮게 관리하려는 의사들의 선택을 비난하거나 약화시킬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는 게 제 주장의 요지입니다.
23. 왜냐면 인지기능과 관련된 부작용이 걱정된다면 "스타틴의 종류를 바꿔 보자" 고 권유하는 게 먼져입니다. BBB를 덜 통과하는 그러니까 뇌로 못 들어가는 스타틴이 있거든요.
24.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하는 유튜브는 못 본 것 같습니다. 대단히 단순한 논리로 그냥 스타틴을 먹으면 치매옵니다. 가 다입니다. (그게 사실 더 잘 먹히긴 하지만...)
25. 더불어 FDA는 치매라는 이야기를 한 적도 없습니다. 그렇게 걱정되는 치매 중 대단히 큰 요인중 하나인 혈관성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결국 또 혈관에 잘 끼여서 산화되는 특성을 가진 LDL을 줄여야 한다는 이야기는 굳이 꺼내지 않겠습니다.
26. 혈중 LDL 콜레스테롤은 중요하지 않다. 혈중 LDL 콜레스테롤 수치는 높아도 된다. 는 논리의 배경에 치매 위험성을 드는 일부 주장 (동영상 등) 은 여러가지 오류가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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