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또한 엄마 삶의 한 부분임을
엄마와 카페에 앉았다.
큰 창밖으로 초록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엄마는 그 나무가 잘 보이는 자리를 일부러 골랐다고 했다.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 엄마에게 장난스럽게 물었다.
“엄마를 누가 인터뷰한다면, 가장 먼저 어떤 질문을 받을 것 같아?”
어려운 질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엄마의 대답은 망설임이 없었다.
“음… ‘20대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다시 하고 싶습니까?’겠지.”
“그럼 뭐라고 답할 거야?”
“대학을 가고 싶어. 유아교육과.”
뜻밖이었다. 엄마도 공부가 하고 싶었구나. 엄마는 조용히 이어 말했다. 그 시절 할머니가 오빠의 대학과 생활비를 걱정했고, 그래서 자신은 갈 수 없다고 여겼다고.
“내가 벌면서 다녔어야 했는데… 그땐 너무 순진했어.” 그러다 문득, 오래 묻어둔 기억처럼 한 문장을 꺼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게 나 때문이라고도 했어.” 엄마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 말 속엔 오래된 상처와, 아직 완전히 닦이지 않은 후회가 스며 있었다.
나는 마음이 복잡했다. 내게는 누구보다 다정했던 할머니가, 엄마에게는 상처를 남긴 사람이었다는 사실이 모순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할머니가 우리 예진이를 가장 사랑해주었잖아. 그래서 좋아 엄만.” 엄마는 그렇게 말하며 나를 토닥이듯 웃었다.
“지금이라도 공부해보면 안 돼?”
조심스레 묻자, 엄마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일하고, 공부하고, 집안일까지 할 자신이 없어. 그러다보면 아빠한테 짜증 낼 것 같고… 그러느니 안 하는 게 나아.” 나는 대꾸할 말을 찾지 못했다.
‘집안일은 신경 쓰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엄마가 그런 방식으로 살 수 없는 사람이라는 걸 안다.
그 말조차 짐이 될 것이란 것도. 나는 그제야 조금 알게 된 것 같다. 내가 생각하기에 더 좋은 것이, 엄마에게 더 좋은 것은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을. 엄마가 이루지 못한 길이 마음 아프지만, 그것 또한 엄마 삶의 한 부분임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