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이 있기는 한 걸까?
인생은 객관식이 아니라 주관식이다. 게다가 서술형이다. 답을 알고 싶다면 시행착오라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내가 참 좋아하는 문구다. 거저 주어지는 것은 내 것이 아니고 지속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나는 나의 가능성을 다 쓰고 싶다. 정말로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싶고 더 넓은 세상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기회가 왔을 때 붙잡을 수 있는 준비된 사람이 되기 위해 호주라는 낯선 땅에 왔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이곳에서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나라생각'이다. 객관적 자료를 근거로 우리나라는 지금 초 비상사태이다. 오늘도 중국인 두 명이 수원기지에서 전투기 촬영을 하다가 적발되었다. 이게 무슨 일인 걸까? 영화보다 더 무서운 일들이 하루에도 몇십 건씩 현실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민들을 눈속임하며 조작하고 있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사건들이 지하 깊은 어딘가에 꽁꽁 묻혀 있을 거라 생각하면 절로 소름이 돋는다.
사실 부끄럽고 지금은 괴로울 정도로 그동안 정치에 무심했다. 정치는 정치인들이 하는 것이라 치부했고, 그저 내 인생을 잘 살아내는 게 답이라 생각했다. 왜냐? 어차피 걱정해 봤자 그 사람들이 나보다 더 잘 살 테고 더 부자일 거니깐.. 이런 일차원적인 알고리즘에 빠져 살다 지난겨울 깊은 잠에서 깨어 나왔다. 나라 걱정에 잠못든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고, 잠이 들었다가도 깼고, 나쁜 악몽에 시달려 울면서 일어난 적도 있다.
우리나라는 건국 이래 80년도 안 되는 역사 속에서, 심지어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 두 번이나 탄핵으로 끌어내려지는 일이 발생했다. 나는 이곳 호주에서 매일 아침 원어민 선생님과 화상통화를 하는데 그날 주제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복직이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불법에 의해 체포가 되고,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탄핵 소추안이 발행되고, 권한 대행의 대행까지 탄핵을 하려 하는 나라의 위기상황을 외국인과 어떻게 대화를 해야 할까? 부끄럽고 수치스럽기만 했다. 똑같은 사례로 미국의 리처드 닉슨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인해 탄핵 위기에 몰렸고 미국 국민들은 대통령을 탄핵시키고 감옥에 보내기보다는 자진사퇴를 하게 하고 사면을 해줬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는 한 사람을 죽이지 못해 안달이 나서 죽을 때까지 욕하고 질타하고 비난하는 걸까? 좌우 입장차를 떠나 10년 안에 두 대통령이 파면되었다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큰 아픔과 상처이고 우리나라 역사에 깊은 흉터로 기억될 것임에 분명하다. 그리고 그 책임은 객관적인 근거 없이 질타하고 비난하는 국민들과 실력과 비전, 성과로 승부하는 게 아니라 선동질로 나라를 이끄는 정치인들에게 있다. 이 국가적 트라우마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
우리가 맞이한 이 엄중한 시대에 내가 잘 먹고 잘 사는 게 그렇게 중요할까? 내가 잘 먹고 잘 살 수 있도록 해준 본질적 기반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되는 요즘이다. 질 좋은 스펙을 쌓아서 연봉을 올리고, 고정 수입 이외의 다른 추가수입을 통해서 나만의 브랜드를 만드는 게 그렇게 중요할까? 적어도 국가 위기 상태인 지금 이 시점에서 말이다. 나 또한 내 삶이 너무 소중해서 나 자신의 가치를 올리는 게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 왔고, 지금도 중요하지 않다고 얘기하고 싶은 게 아니다. 그런데 지금은... 도무지 아무것도 손에 안 잡히는 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정상이 아니겠는가..
곧곧에 악취가 날 정도로 곪아버리고 부패해 좀비화되고 있는 우리나라. 적어도 이런 암울한 사태를 알게 된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자유를 억압하고 획일화하는 사상을 주입받지 않는 나라에서 살기 위해 우리는 각자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지속해야 한다. 끝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