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의 이기대로, 여는 글 #170101
부산이 좋다.
어쩌면 사랑한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스물한 살 의식적으로 본인의 삶에 첫걸음을 내디뎠던, 내 청춘의 고향이 되어 버린 부산과 작별했다.
단지 우연한 계기로 한 달쯤 지내게 되었던 부산에서 '더 살고 싶다'는 불씨 같은 의지만을 지지대 삼고 벅벅 우겨 어거지로 받아낸 이 개월은 마치 고무줄을 늘여 놓은 듯 몹시 불안정하고 짧았지만, 이제 와 돌이켜 보면 그랬기에 더 열심히 다신 못 올 것처럼 지낼 수 있었지 않았나 싶다.
혼자의 시간으로 지내다 돌아갈 줄 알았던 부산 생활에서, 아무 연고 없는 타지에 홀로 지내는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주고 도움을 주는 사람들을 만났다. 외로울 새 없이, 그 모든 분들께 사랑받고 보호받을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당연한 듯 지냈지만 기적 같은 일이었다는 걸 알고 있다.
주어진 두어 달의 부산생활 연장이 끝나갈 즈음이 되면 과연 더 살려할까, 아니면 돌아가려 할까,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너무나 소중한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을 잔뜩 보내고 또 만들고 나서 그들을 두고 나는 돌아감을 결정했다. 슬픈 일이다.
부산에서 스물두 살을 맞이했음에도 아직 너무도 작은 사람이어서, 더 큰 나를 만들기 위해 돌아가기로 했다. 나의 일부를 떼고 왔던, 아직 할 일이 남아있는 본래의 '집'으로 돌아가 조금 더 온전한 나를 만들기 위해, 그래서 다음에는 소중한 존재들의 행복을 조금은 더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말이다.
참 짧은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사랑할 수 있게 해 주었던 그분들께,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는 말 밖에 할 수가 없다. 새해를 부산에서 맞이하며, 떠오르는 해를 바라봤다. 매일 뜨는 해라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내겐 특별했다. 집이 아닌 곳에서, 내가 선택한 곳에서, 선택한 사람들과 바라보는 일출은 아무래도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늘 그렇듯, 시커먼 하늘에 내가 좋아하는 오색의 빛이 찬란하게 내려앉는 것은 순식간이다. 한 번 빛이 비집고 들어오기 시작하면 금세 푸르게, 또 붉게, 밝아오는 것이다.
다시 한번 이 벅참을 만끽할 날을 기다리며,
아주 잠시 머물렀던 부산으로, 살기 위해 돌아갈 날을 그리워하며 기억을 되짚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