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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ny Oct 21. 2021

음식 건강 정보들은 왜 맨날 왔다 갔다 하는 거죠?

본론까지 읽어보기!

우리 아빠는 건강에 관심이 많으시다. 매일 아침 아빠가 먹는 영양제의 가짓수로만 따져도 7-8가지 정도. 물론 처음에는 한두 가지로 시작했지만, 친구의 추천으로 하나, 티브이를 보다가 건강에 좋대서 하나 그렇게 늘려나가 보니, 어느새 7-8가지가 넘게 되었다. 음식도 마찬가지였다. 나이가 들을수록 건강을 지키는데 더 관심이 많이 생기신 아빠는 음식도 건강프로에서 그때그때 떠드는 대로 바로바로 드신다. 요즘 관심사는 대부분 다이어트에 관한 것인데, 인터넷 어딘가에서 또 정보를 얻어오시고는 이번에는 '저탄 고지' 다이어트에 돌입하셨다. 아빠의 생각으로 완벽한 저탄 고지는 삼겹살 가득에 밥만 빼고 쌈을 싸 먹는 것. 


하지만 언젠가 또 '저지방 다이어트'가 꽤나 유행했던 걸로 기억한다. 내가 태어나기 이전의 이야기이지만, 실제로 1980년대 해도 많은 건강 관련 매체들, 의사들, 정부에서 밀었던 건강 식단은 '저지방식'이었다. 이것은 1940년대 때 처음 발표됐던 '고지방 식단이 혈중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킨다'는 상관관계에서 처음 유래된 것인데, 그 이후로 심장병과 체중감량 효과까지 연관 지어지며 건강한 식단으로 꽤 오랫동안 받아들여졌다.


이렇게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다이어트 정보들, 언제는 지방이 문제라고 하다가, 지금은 탄수화물이 문제라고 한다. 또 언젠가 버터가 포화지방이 많대서, 마가린(식물성 오일을 동물성 지방처럼 변형시킨 것)을 개발했더니, 이제는 마가린이 심장병 유발을 더 높인다라나. 


건강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면 이런 변화들이 더 혼란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왜 음식 건강 정보들은 왜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일까?


1. 연구자가 말하고자 하는 말을 우리는 간단하게 듣고 싶어요

사람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과학실험을 통한 근거가 필요하다. 실험은 물론 과학자가 하는 것이고, 그 결과를 토대로 그것을 적용하는 대상은 일반인 들이다. 각자 삶을 살아가기도 버거운데 우리는 장황한 연구의 '과정'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결과', 그것도 아주 심플한 '답변'을 원한다. 그래서 오트밀을 먹으라고 말라고? 그래서 그게 뭐에 좋다고? 

하지만, 연구자들의 실험은 꽤나 구체적이어야 한다. 실험 계획에 있어서 실험 참여대상, 음식의 타입, 어떤 양으로, 어떤 기간 동안 실험을 할 건지 고려할 요소가 너무 많다.


이런 복잡한 고려 요소들을 잊어버리고, 연구자의 메시지를 그냥 단순화시켰을 때 어떤 의사소통의 문제가 생기게 되는지 오트밀을 예로 들어보자. 


연구 A를 토대로 작성된 기사 헤드라인이다.
"오트밀, 콜레스테롤 수치 낮춘다" 

이 기사를 지나가다 본 사람들은 오트밀을 열심히 먹기 시작한다. 
그리고 또 몇 달 뒤 연구 B를 토대로 작성된 헤드라인 기사가 뜬다.

 "오트밀, 콜레스테롤 수치 낮추는 효과 없음"

열심히 오트밀을 먹은 사람들은 상반된 두 결과 때문에 화가 난다.

하지만, 두 연구를 자세히 살펴보면 전혀 상반될 것이 없다. 

연구 A는 65세 이상의 노인 대상이었고, 연구 B는 18세 이상 40세 미만의 건강한 젊은이들이었다. A 연구의 대상은 대부분 노화로 인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편이었다. 그래서 오트밀 섭취로 인해 수치가 낮아지는 변화를 경험할 수 있었다. 하지만, B 연구 대상자들의 콜레스테롤 수치는 이미 정상이었기 때문에 먹기 전 후의 차이가 있기가 어려웠다.


연구는 이런 방식으로 대상과, 상황을 하나씩 더하고 빼는 과정을 통해 큰 그림을 점점 더 완성시키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바로 오트밀이 그래서 몸에 좋다고?로 전달받기를 원한다. 



2. 음식과 건강의 상관관계.... 연구가 쉽지 않아요

음식은 참으로 복잡하다. 그리고 복잡한 음식을 실험으로 증명해내기란 더 복잡하다. 실험은 앞서 이야기 한 대로, 바로 그 음식의 섭취 하나가 효과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엄청 구체적으로 계획되어야 한다. 약물 실험과 비교를 하자면, 약물 효과 검증 실험은 한 그룹에는 약물을 투여하면 되고, 다른 그룹은 약물을 투여하지 않고 그 둘의 결과를 비교하면 된다 (물론 약물 실험 계획이 쉽다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효과 검증의 복잡성에서 상대적으로 그러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음식은 정보를 컨트롤하기 어려운 요소들이 너무 많다. 불쌍한 오트밀을 또 예를 들어보자. 약물 실험처럼 오트밀을 매일 먹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로 나누고 효과를 비교하면 되지 않는가?라고 말하겠지만 사실, 문제는 그렇게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일 번. 실험 대상자에게 데이터를 의존해야 해요

음식 실험을 위해서는 실험기간 동안 먹은 음식들을 꾸준히 기록해야 한다. 누가? 바로 참여자들이. 연구자들이 이걸 대신 기록하는 경우도 많지만, 그 많은 참여자들에게 일일이 붙어가며 기록하기란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또 연구자들이 기록을 도와준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한 심리적 압박감이 미치는 영향 (누군가가 관찰한다고 생각하면 평소랑 다르게 더 건강하게 먹지 않을까?), 장기적인 실험의 어려움 또한 항상 염두해야 한다. 


그냥 연구자들이 오트밀을 먹었는지 확인만 하면 되는 게 아니고? 음식 실험에서의 복잡함은 다른 음식 섭취가 결과에 미치는 영향까지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더 복잡해진다. 효과가 나타난 이유가 오트밀이 아니라, 그 사람의 다른 식습관 (야채, 과일을 많이 먹는다던지) 일 수도 있고, 혹은 그 사람의 생활습관 (운동, 활동 정도) 때문 일 수도 있다. 즉, 오트밀과 건강의 상관성을 보기 위해서 모든 식사 관련 데이터, 더 크게는 생활습관 까지를 다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핵심 정보들을 바로 실험 대상자에게 의존해야 한다는 것이 큰 어려움이다. 


참여자에게 데이터 기록을 맡기는 것에는 많은 오류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또 신뢰할 만한 데이터를 많이 얻는 것도 너무 어렵다.


혹시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라면, 매일 자기의 식단을 한 번쯤은 기록해봤을 것이다.

그때 우리가 얼마나 '상세히' 기록했는지, 얼마나 '꾸준히' 기록했는지, 얼마나 '솔직하게' 기록했는지 생각해보자. 또 어떤 식단을 따르겠다고 다짐을 해놓고, 중간에 포기하고 나갔던 경우는 얼마나 많았던지. 'My Fitness Pal' 같은 식단 기록 앱을 사용했을 때, 우리가 먹은 '바로 그' 음식을 입력할 수 없어서, 대충 비슷한 것들을 기록한 적도 분명 많았을 것이다. 그만큼 많은 참여하는 사람들의 부담도 크고, 또 그 데이터들의 오류도 고려하며 실험해야 하는 연구자들의 고충도 크다.


이번. 인과관계를 증명해내기가 어려워요. 둘이 '상관관계가 있다' 정도?

결국 위의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음식 연구는 인과 관계 (원인: 오트밀, 결과: 낮은 콜레스테롤)로 결과를 내기가 어렵다. 연구자가 그 둘만을 명확하게 보기에는, 오트밀 이외 잡음을 줄이기가 굉장히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 음식과 건강 상관관계 연구자 개입 대신, 대상자들을 관찰하는 관찰연구의 경우가 훨씬 많을 수밖에 없다. 관찰연구는 연구자가 참여자들의 원래의 삶에 개입하는 부분이 없고, 오트밀을 이미 많이 먹고 있는 사람을 찾아서 몇 년 뒤 결과를 관찰하거나, 이미 혈중 콜레스테롤이 평균보다 낮은 사람을 찾고 그 사람들의 과거 식단 데이터를 확인하면 된다. 예를 들면,


콜레스테롤이 낮은 사람들만 불러 모아봤더니, 알고 보니 그들이 과거부터 오트밀을 자주 섭취했다더라 (물론 이 역시 과거에 오트밀 많이 먹었는지 어떻게 확인할 것인지 또 어려움이 있다). 

혹은, 오트밀을 자주 섭취하는 사람들을 봤는데, 나중에 10년 뒤에 콜레스테롤 수치를 측정해보니 다른 사람들보다 낮았더라. 

와 같은 것들이다.


이런 경우 앞서 설명했듯, 다른 잡음들을 다 컨트롤하며 진행된 실험이 아니기 때문에 인과 관계가 아닌, 상관관계 (오트밀과 콜레스테롤 조절은 서로 상관관계가 있을 수 있다) 정도의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생각보다 음식과 건강과의 관계를 증명 하기란 너무 어렵다. 음식은 약물처럼 한 번의 먹는 행위로 끝나지 않는다. 우리의 삶 그 자체이다. 


하지만, 잡음도 많고, 다양한 변수들이 가득한 삶 속에서 분명한 진실은 있다. 오트밀은 섬유질이 많고, 그것이 콜레스테롤을 낮추는데 관련이 있다. 그리고 그것은 실험들을 통해 점점 분명 해지는 과정을 겪고 있다. 


연구자들은 그 진실의 큰 퍼즐을 맞추기 위해 작은 조각들을 하나씩 확인하는 과정들을 거치고 있는 것이다. 조각의 모양은 서로 다르지만, 큰 같은 퍼즐을 완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같다.


간단한 메시지는 실제 행동으로 쉽게 갈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 이기는 하다. 오트밀이 좋아? 오트밀 먹자!처럼 짧은 메시지는 행동 실천으로의 장벽을 낮춰주기 때문이다. 그렇게 기사 헤드라인에 건강 음식 정보가 눈에 뜨일 때마다 삶 속에서 한 두 번씩 추가해서 나쁠 것은 없다. 다양한 음식을 먹다가 안 먹다가는 어찌 됐건 우리 삶에서 당연하고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일 테니까. 


하지만, 건강을 유념하면서 나에게 좋은 음식이 무엇일까 생각하고 선택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면,

기사를 읽을 때 헤드라인만 보지 않기를 바란다. 본론의 근거가 되는 연구와 그 과정을 조금 유심 있게 읽어보면, 내가 어느 정도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인지, 나에게 유용한 정보인지를 판단하는 주체성이 길러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모두들 알겠지만 잘 까먹는 것: 


세상에 음식 딱 하나로 결정되는 건강이란 없다. 결국 건강한 삶이 건강한 나를 만들어간다. 



참고문헌

Digesting Dietary Data, TheScientist, 2014

Link: https://www.the-scientist.com/thought-experiment/digesting-dietary-data-37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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