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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ny Oct 21. 2021

오늘도 초콜릿 당기세요?

초콜릿이 특별한, 특별한 이유

간식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때로는 즐거움을 주기에 충분하다

매일 아침 6시 30분 힘찬 알람과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 샤워를 하고, 아침을 든든히 먹고, 가방을 챙기고 지하철을 타고 학교로 향한다. 학교 옆 단골 카페에 들러 아이스 소이 라테를 시킨다. 이것들은 거의 생각하지 않고도 자동적으로 하게 되는 나의 작은 모닝 루틴이다.


모닝커피만큼 중요한 나만의 또 다른 루틴이 있는데 이는 바로 하루 동안 먹을 간식을 사러 가는 것이다. 이 순간은 나의 모닝 루틴들 중에 가장 흥분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어제는 '킷켓'이었는데, 오늘은 세일 중인 '아몬드 빼빼로'가 눈에 들어온다. 며칠 전에 꽤 오랫동안 먹었던 '페레로 로쉐'도 한참을 만지작 거린다.


종류는 그날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나름의 공통점은 있다.

바로 '초콜릿'이다. 간식을 살 때도, 초콜릿이 없으면 탈락. 비스킷이라면 '초콜릿이 묻어있는 다이제'만 합격. 내가 먹고 싶은 것은 바로 '초콜릿'이지, 그냥 단맛이 나는 간식이 아니기 때문에.

초콜릿은 나에게 있어서는 다른 간식이 대체할 수 없는 특별함의 영역이다.


왜 초콜릿은 나에게 특별한 것일까? 개인적인 취향이라고 하기에는 나와 같은 초코홀릭들을 위한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까? 도대체 초콜릿의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계속해서 당기게 하는 걸까?



초콜릿에 대한 간단한 소개

자연이 만든 것 중 설탕, 지방이 동시에 들어간 건 찾기 어려울걸?

초콜릿에 대한 간단한 소개로 시작해 본다. 초콜릿은 자연식품이 아니다.

초콜릿 나무에서 따온 초콜릿 열매가 아닌, 카카오 빈이 주재료이지만 사람이 만든 엄연한 가공 식품이다.

초콜릿 구성성분을 간단하게 말하면, 코코아 빈에서 베이스 (코코아 매스)와 지방 (코코아버터)을 얻고,

거기에 설탕을 넣으면 다크 초콜릿, 거기에 우유 지방을 넣으면 밀크 초콜릿이 된다.

화이트 초콜릿은 밀크 초콜릿에서 코코아 베이스를 뺀 것으로 카카오에서 얻은 버터, 우유 지방, 설탕으로만 구성된 것이다.


 


초콜릿이 당기는 이유를 찾아서

1. 뇌에 전달하는 메시지, 기분을 좋게 하는 메신저를 유발하니까?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세포는 뉴런이라는 신경세포를 통해 서로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이때 신경 전달물질이 메신저 역할을 하는데, 메신저가 어떤 메시지를 주느냐에 따라 우리의 감정과 기분은 영향을 받는다.

뇌에게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그중 도파민이라는 메신저는 '기쁨'과 관련된 호르몬이다. 달콤한 음식을 먹으면 이런 기분 좋은 메시지들이 전달된다. 기분 좋은 피드백이 쌓이면 사람은 도파민 시스템을 활성화시키면서 우리에게 이 좋았던 느낌을 기억시키고, 더욱 갈망하게 한다. 하지만, 도파민에 대한 작용은 초콜릿 특이적 이라기보다는 일반적인 달콤함이 더 맞다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메신저로 세로토닌이 있다. 세로토닌은 잠, 식욕, 행복함과 같은 기분을 조절하는 역할을 호르몬으로, 우리가 평소와는 다르게 우울감을 느끼거나, 계절이 변하고 마음이 싱숭생숭하는 기분과 관련이 있다 (우울증 환자의 우울감과는 구분된다). 심리학에서는 일반적으로 어떤 음식이 당기는 현상을 세로토닌 부족과 연관 짓는 경우가 많다. 세로토닌은 탄수화물이 몸에 부족하면 함께 줄어드는데, 이 사실을 근거로 세로토닌이 부족하면 (우울하면) 이를 늘리기 위해 탄수화물 (달콤한 것, 더 넓게는 음식!)을 당기게 된다는 가설이 생겼다. 실제로 일상에서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그 우울한 순간에 평소보다 더 많은 음식을 먹는다는 보고가 많다 (우울증 환자들은 식욕이 오히려 줄어든다, 그래서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하지만 세로토닌 때문에 음식이 더 당긴다? 이걸 설명하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 탄수화물이 부족한 이유라면 일단 실제로 음식이 먹은 뒤 소화가 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한데, 사실 우리가 주로 당기는 음식들은 달콤하기도 하지만 엄청난 고지방 음식들이기 때문이다 (초콜릿, 아이스크림, 과자를 생각해보자). 지방이 많은 음식들은 탄수화물 흡수를 늦추기 때문에 세로토닌과의 깊은 연관성을 충분히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또한 탄수화물을 먹은 뒤 느끼는 좋은 기분 변화는 세로토닌 분비와 상관없이도 일어나곤 한다.


또 다른 우리를 기분 좋게 하는 물질로 오피오이드 (opioid)가 있다. 모르핀에서도 발견되는 이 물질은 우리가 음식이 '당기는' 이유를 더 잘 설명해준다. 연구에 의하면 헤로인에 중독된 사람들은 헤로인이 없을 때 달달한 것을 극도로 당겨한다는 보고가 많았다. 달콤한 음식이 오피오이드와 유사한 효과를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오피오이드 물질은 생리 때 유난히 달콤함이 당기고, 알코올 중독자들이 술을 끊을 수 없는 이유와 더 관련이 있는 물질이기도 하다. 이 시스템이 가동하기 시작하면 어떤 음식에 대한 입맛이 살아나고, 그것이 결국 즐거운 기분을 느끼게 한다.


세로토닌과 다른 점은 음식이 소화될 필요 없이, 맛만으로 반응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병원에서 우는 아이에게 의사 선생님이 사탕을 물리면 바로 아이가 울음을 그치는 것이 그렇다.


음식이 당기는 것과 신경전달물질들 사이의 연관성은 한 가지로 설명되기보다 조화를 이루며 통합적으로 일어난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오피오이드 효과가 결국은 도파민 활동도 증가시키고 그것이 음식을 통한 기대효과를 더 키워 음식에 의한 긍정적 효과를 더욱 갈망하게 하기 때문이다.


2. 초콜릿만이 가지는 매력도 있어요

초코홀릭들에게 초콜릿은 이것만이 줄 수 있는 감각적인 특별함이 있는 걸까?  

Michener 박사가 발표한 초콜릿 실험 역시 우리의 질문과 비슷한 점에서 출발했다.

실험의 방법은 간단하다.

초콜릿을 좋아하는 참가자들에게 다음 네 개를 준다.

1. 밀크 초콜릿        2. 다크 초콜릿         3. 화이트 초콜릿       4. 코코아 파우더

각 네 가지를 참가자들에게 먹인 뒤, 어떤 것이 가장 만족감을 채워주는 지를 평가하게 했다.


네 가지를 구분해서 준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1. 밀크 초콜릿: 지방 + 달콤함 + 카카오 특이성*
2. 다크 초콜릿: 지방 + 약한 달콤함 +강한 카카오 특이성
3. 화이트 초콜릿: 지방 + 달콤함 + 약한 카카오 특이성
4. 코코아 파우더: 카카오 특이성
                                                *카카오 특이성:  초콜릿의 약리적 특징 + 자연 카카오의 향과 맛

결과는 예상한 대로, 밀크 초콜릿이 가장 큰 만족감을 줬다고 참가자들은 대답했다.


만약 카카오 자체의 특성 때문에 만족감을 느꼈다면 카카오 파우더와 밀크 초콜릿은 동일한 만족감을 주었어야 했다. 하지만, 실험자들은 지방과 달콤함이 어우러진 밀크 초콜릿에서 압도적 만족감을 느꼈다.

또한 달콤함과 크리미함이 이유였다면 밀크 초콜릿과 화이트 초콜릿이 동일한 만족감을 주었어야 했다. 그러나, 화이트 초콜릿은 밀크 초콜릿만큼의 동일한 만족감을 주지 못했다. 이는 초콜릿에게 다른 것들과 구분되는 중요 감각적 특성이 있다는 점을 드러낸 실험이었다.


초코홀릭들이 초콜릿을 사랑하는 이유는 그것이 가지고 있는 달콤함, 텍스쳐, 칼로리(지방)와는 독립적으로 그것들이 어우러진 아로마(맛과 향의 동시적 작용) 때문이다.


이는 초콜릿을 좋아하는 것이, 단순히 일반 칼로리가 높거나, 달콤한 음식이 우리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서가 아닌, 초콜릿 자체의 특별함 때문임을 나타낸다.


3. 감정적인 이유 때문에 초콜릿이 당긴다면,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먹어도 기분이 나아질걸?

앞서 첫 번째 이유에서 말했듯, 음식은 우리의 기분과 연관이 있다.

특정 음식을 먹으면 우리는 신경전달물질들의 도움을 받아 우울감에서 해방되기도 하고, 또 반대로 호르몬의 변화 때문에 갑자기 특정 음식이 더 당기기도 한다. 우울할 때 당기는 음식들은 누군가에게는 달콤한 것일 수도, 누군가에게는 자극적이고, 기름진 음식일 수 있다. 초코홀릭들에게도 이때만큼은 꼭 초콜릿일 필요가 없다. 기대하는 기분의 변화는 초콜릿 특이성에 기인하기보다 달콤한 맛의 효과, 탄수화물 섭취의 증가, 칼로리의 증가와 더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실연당한 여주인공은 눈물을 흘리며 아이스크림을 먹는 장면은 자주 등장하는 클리셰이기도 하죠

하지만 초콜릿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고지방, 고탄수화물 (설탕은 탄수화물!)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기분을 조절하는 역할으로서도 탁월하다.


따라서 감정적인 이유 때문에 초콜릿을 무심코 찾는 친구가 있다면, 초콜릿 대신 떡볶이를 시켜줘도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나의 일화로 돌아가 보자. 이제 내가 초콜릿을 사랑하는 이유가 설명되었다.

활기찬 내가 매일 초콜릿을 찾는 이유.

나는 초콜릿이 가진 그 크리미 하고, 달콤하고, 쌉싸름하며, 깊고 진한 너티 (nutty)함과 흙(earthy)의 맛이 어우러진 그 풍미 때문에 초콜릿의 매력에 빠졌다.

그 어떤 감자칩도, 후렌치파이도, 바닐라 아이스크림도, 초콜릿을 대체할 수 없었고, 정착하려고 했지만 그리 오래가지도 못했다.

가끔 우울할 때 다른 간식들을 종종 찾기도 하지만, 상황과 상관없이 나에게 초콜릿은 변하지 않는 사랑 같은 거랄까.


초콜릿이 특별한, 특별한 이유가 있다.





그래도 집착은 좋지 않다. 건강한 관계를 위해 하루에 페레로로쉐 1개면 충분...



참고문헌:

Somer, E. The Food Mood Link 2nd ed. 1999

Denton, D. and Donohoe RT. The effects of nutrients on mood. Public Health Nutrition 2(3a): 403-409.

Michener, W. and Rozin P. Pharmacological versus sensory factors in the satiation of chocolate craving. Physiology & Behavior 1994; 56(3): 419-422

Parker, G, Parker I, and H. Brotchie. Mood state effects of chocolate, 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 2006; 92: 149-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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