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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영화 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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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택근 Dec 17. 2020

영화 수첩

#1 코멧

영화 '코멧(Comet,2014)'


최근에 '이터널 선샤인'에 대한 곡을 쓰고 있는 중이다. 가사를 같이 써주고 있는 은비 작사가님과 얘기 나누던 중 '코멧' 영화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이터널 선샤인'과 흡사한 매우 그냥 그렇고 그런 연인 간의 사랑 이야기. 그럼에도 공감이 되고 내 마음속에 있던 생각들과 감정들을 고스란히 영화 주인공들이 표현해주 영화. 이 영화를 보며 인상 깊던 장면들을 모아 생각들을 정리해본다.


Scene. 1


영화는 한 남자(델)의 혼잣말로 시작한다.

어느 문 앞에서 혼자 계속 '이건 꿈이 아냐'라는 주문을 걸며 긴장된 모습이다. 어떤 이유에서 그가 긴장을 하는 건지, 꽃은 왜 들고 있으며 또 왜 내팽개치기도 하는 건지 궁금해지는 장면이었다. 뒤 벽에 그려진 별처럼 보이는 그림들은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그는 결국 문을 두드리게 되고 문이 열리면서 어느 여자(킴벌리)의 실루엣이 비치며 다른 장면으로 넘어간다.



Scene. 2

델과 킴벌리가 서로 다투는 장면이다. 여자는 사랑에 대한 표현을 받고 싶어 하며 남자는 그런 표현에 서툰 모습이다. 아니, 서툴다기보다는 아직 무언가가 두려워 확신하지 못하는 그의 모습이다. 여자가 하는 말. '날 행복하게 안 해주잖아'.



Scene. 3

이 장면은 둘이 헤어진 후 우연을 가장한 어느 기차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다. 구도에서 보는 것처럼 둘 사이에 거리가 느껴진다. 창틀이 벽처럼 그들 가운데에 있어 그들이 서로 연결이 안 된 단절된 사이라는 것이 느껴지기도 한다. 위에 희미하게 비치는 불빛은 아직은 서로에게 마음이 남아있는 듯 보인다.



Scene. 4

여자가 다른 남자와 연락하며 지낸다는 것을 안 남주인공. 오히려 떳떳하며 미안한 감정은 보이지도 않는 그녀의 모습에 그는 그녀에게 이별을 말한다. '이번엔 정말 아프다'라는 말을 통해서 그 또한 여주인공에게 상처를 많이 받아왔지만 괜찮다 괜찮다 하며 버텨오다가 이젠 정말 끝이라는 결정을 내린 것 같다. 가 떠있는 시간에 술집에 왔는데 창문에 걸쳐진 불빛들이 마치 밤하늘에 있는 별들처럼 보인다. 이 영화는 왜 제목을 '혜성'이라 지은 걸까?



Scene. 5

그들이 헤어진 후, 영화 첫 장면 시점에서의 연장선인데, 그들은 조금 더 성숙된 모습 보인다. 이 장면에서 화면 색감이 인상적이었는데 '이것도 과연 꿈인가' 생각하게 된다. 화면이 현실 같지 않으며 마치 꿈속에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꿈속에서 둘이서 이야기를 나누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지금이라고 얘기하는 장면이다. 남주인공이 꾸는 꿈의 시간적 배경에 따라 바뀌는 화면의 색감이나 주인공들의 분위기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Scene. 6

모든 사랑하던 이들이 공감할 만한 대사가 아닐까. 헤어진 후에 사랑하던 연인이 꿈에 나오고 그 꿈에서 깨게 되면 그 꿈에서 나오고 싶지 않아 하루 종일 자고 또 자 꿈을 꿔서 그 연인을 보고 싶은 마음.



Scene. 7

사랑이 무의미하다는 생각. 결국엔 언젠가는 끝이 있기에 이 모든 사랑도 결국에는 끝이 있을 거라는 생각. 그 끝이 두려운 마음이었겠지. 계속 그 사랑의 존재를 거부해왔지만, 결국엔 본인이 믿고 또한 원했던 건 사랑이 아니었을까 고백하는 장면.



Scene. 8

결론을 이미 알고 있는 책을 왜 읽냐고 남자는 여자에게 묻는다. 여자는 대답한다.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고.

이 장면은 '이터널 선샤인'의 마지막 장면과 매우 흡사하다. 다시 만나고 싶어 하는 남자와 '결국엔 이렇게 이렇게 또 될 거야'라며 망설이는 여자의 모습.




영화의 제목이 왜 'Comet' 일까? 영화 중간중간 어울리지 않게 갑자기 혜성들을 그려 넣은 감독의 의도는 뭐였을까? 남주인공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가 '코멧'이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왜 '코멧'이라는 단어를 좋아하는지는 설명을 안 해준다. 사랑이란 것에 '왜?'라는 질문을 던질 때 명쾌한 답을 얻을 수 없듯이 이렇게 이 영화는 수많은 대화와 사건에 '왜?'라는 질문만 남게 된다.


남주인공에게 여주인공은 마치 혜성과도 같은 존재였나 보다. 평생 한번 마주칠까 말까 한 그런 존재. 그래서 더욱 놓치고 싶지 않았나 보다. 그만큼 자신에게 소중한 존재니까. 기다리고 기다리다 운 좋게 보게 되더라도 너무나 순식간이어서 금방 사라져 아쉬움만 남게 되는 그런 혜성 같은 존재를 남주인공은 끝내 잊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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