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아 바움백 감독의 '결혼 이야기'이다. '블랙 위도우' 캐릭터로 더욱 친근한 스칼렛 요한슨과 '스타워즈'의 '카일로 렌' 연기를 인상 깊게 해 준 아담 드라이버가 주연을 맡은 영화이다. 다른 작품들에서는 너무나도 강한 이미지를 가진 이 두 배우들이 이 영화를 통해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를 하며 영화를 관람했다.
2019년 12월, 극장에 개봉했을 때 홀로 가서 관람했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에는 넷플릭스 작품을 극장에서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그때 혼자 극장에 가 왜 이 영화를 선택해서 봤는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영화를 볼 당시에 나도 누군가와 혹은 무언가와 헤어져야 하는 혹은 멀어지는 과정을 겪고 있었던 건 아닐까 싶다.
한 부부가 이혼 절차를 밟는 과정, 서로 사랑하는 이들이 헤어지는 과정을 담은 영화. 근데 아이러니하게도 영화의 제목은 '결혼 이야기'.
영화는 서로 상대방이어떤 사람인지 말해주는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녀는 착한 사람이고 경쟁심도 강하며 병뚜껑을 잘 여는데 그게 참 섹시해 보인다는. 그는 자수성가한 사람이며 경쟁심 또한 강하며 아이를 잘 돌봐준다는.
그리곤 장면이 아주 정적인 상담실로 전환된다. 방 안은 벽부터 해서 벽에 걸린 액자까지 모두 각이 져있었으며 그만큼 둘 사이가 딱딱하게 굳어져있다는 게 느껴졌다. 둘은 어쩌다가 이혼을 하기로 결정을 한 걸까. 이렇게 서로 사랑하며 서로의 모난 부분까지도 잘 이해해주며 품어주는데 왜 서로를 떠나기로 결정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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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중후반부에 부부가 집에서 서로 심하게 다투는 장면이 있다. 벽을 사이에 두고 그래도 좋게 좋게 대화를 풀어가던 그들이 어느 순간 선을 넘으며 마음에 담아왔던 모진 말들을 서로에게 퍼붓는다. 감히 말로는 해서는 안 되는, 할 수도 없는 그런 말들로 서로의 심장에 화살을 꽂는다.(이 부분에서의 연출 기법이 정말 인상적이었는데 벽을 사이에 두어 부부간의 단절을 느끼게 하면서도 어느 정도 선을 지키게 해 주었는데 그 벽을 넘어 상대방에게 다가갈수록 참아왔던 말들을 하며 서로에게 상처를 준다. 또한 감정이 격해질수록 점점 배우들의 얼굴을 클로즈업해 그들의 감정이 그만큼 격해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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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화의 끝은 '미안해', '나도 미안해'로 끝이 난다.
그렇게 순식간에 모든 게 잠잠해진다.
그녀는 그녀답게 살고 싶었다. 그동안 하고 싶었던 미뤄온 일들을 하고 싶었고 하는 일을 남편에게서 인정과 응원을 받고 싶어 했다.
그는 그런 그녀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의 입장에서 그녀는 갑자기 자기 삶을 살고 싶다며 아이와 함께 집을 나간 여인에 불과했으며 그녀가 그와 함께 있을 때 얼마나 스스로를 초라하게 느꼈었는지, 그녀가 느꼈을 불안함을 그는 전혀 몰랐던 것이다.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각자 가고자 하는 길의 방향이 다를 수 있겠구나.
서로를 이해해주면서도
해결되지 못한 상처에 상대방을 이렇게도 미워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사랑하면서 얼마나 많은 상처를 상대방에게 주었던가. 서로 원하는 것들에 한 발자국 빼지를 못해 결국 부딪혀 갈라지게 된다. 그럼에도 상대방을 지극히 사랑하며 응원한다는 내용을 담은 이 영화는 지금 사랑하고 있는, 그리고 헤어짐을 준비하고 있는 또한 지나간 사랑을 잊지 못하는 모든 이들에게 충분히 공감이 될 만한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