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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택근 Dec 28. 2020

영화 수첩

#4 에놀라 홈즈

영화 '에놀라 홈즈(Enola Holmes,2020)'

(장르 : 액션/어드벤처, 미스터리)


해리 브래드비어 감독, 잭 손이 각본을 맡은 영화이다. 원작은 낸시 스프링거의 'The Enola Holmes Mysteries'. 넷플릭스의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에서 일레븐 소녀를 맡았던 밀리 보비 브라운이 에놀라 홈즈로 나온다. <기묘한 이야기>를 통해서 어린 소녀 이미지가 강했던 배우라 처음에는 누군지 못 알아봤다. (아니 이렇게 벌써 컸다니... 같은 배우라고? 갑자기 훅 자란 것 같아 해리포터 1편에서 보던 아이들이 갑자기 2~3편부터 폭풍 성장했을 때와 같은 느낌을 받았다. 뭔가 서운하면서도 기대가 되는..?!)

우리의 슈퍼맨 헨리 카빌이 셜록 홈로, 영화 '미 비포 유(Me Before You)'에서 가슴 짠한 연기보여줬던 샘 클라플린이 마이크로프트 홈즈로 연기를 펼쳐줬다. 이 외에 마녀 벨라트릭스 헬레나 보넘 카터가 홈즈의 어머니로 나왔다. (아니 이 나쁜 사람이 홈즈의 어머니로 나온다고? 어디 두고 보자. 에놀라 홈즈에게 나쁜 짓 하기만 해 봐.) 그리고 남주인공으로 처음 보는 배우 루이 파트리지 까지.

영화 곳곳 해리포터에서 본 배우들이 나온다. 페투니아 이모도 보인다. 이 영화에서도 역시나 나쁜!(물론 해리포터에서는 내용이 진행될수록 페투니아 이모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이 이해가 되기 시작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도저히 납득이 불가능하다.) 기차 장면이나 그 외 전체적인 분위기가 해리포터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처음 해리와 론 그리고 헐마이온니가 만났던 기차 안 장면과 매우 흡사한 남녀 주인공이 만나는 장면. 다이애곤 앨리를 떠올리게 만드는 런던의 시대적 배경. 해리포터의 느낌을 물씬 받을 수 있던 영화라 해리포터의 팬이라면 이 영화도 분명 좋아할 것 같다.



Scene. 1

(C) 2020. Netflix

에놀라 홈즈가 자전거를 타면서 관객에게 얘기를 하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영화 중간중간 주인공이 갑자기 카메라를 쳐다보고 관객에게 말을 거는 장면이 나오는데 정말이지 취향저격이다. 영화 밖에서 주인공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나 관람하는 것이 아닌 주인공의 모험에 같이 동행하는 느낌이 드는 연출이었다.

에놀라는 엄마에 대해 얘기를 한다. 자기에게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셨는지. 그러다가 16살 생일날 엄마가 갑자기 사라졌다는 소식을 전하며 탐정인 홈즈 오빠들을 불러 기차역으로 만나러 가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그녀는 기차역으로 가는 길에 자전거에서 넘어져 진흙 투성이가 된다. 자전거에 서툰 모습이다.



Scene. 2

(C) 2020. Netflix

오랜만에 오빠들을 만난 에놀라는 그들을 반기면서도 사사건건 부딪힌다. 결국 그녀는 오빠들로부터 도망을 친다. 자신을 기숙학교로 보내어 당시이상적인 여성의 모습으로 가꾸어야 한다는 큰 오빠의 꼰댓말 때문이었다. 그녀는 절대 그럴 수가 없었다. 그녀는 엄마가 사라질 때 남겨둔 선물을 힌트 삼아 엄마를 찾으러 런던으로 떠난다. 런던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그는 툭스베리 남주인공을 만나게 된다. 자연스레 해리 포터가 처음 호그와트 가면서 론을 만나는 장면이 생각이 났다. 툭스베리는 자기 가족을 피해 본인의 꿈을 찾아 떠나러 가는 길이었으며 에놀라는 엄마를 찾아 떠나는 길이었다. 이 둘이 앞으로 서로 이러쿵저러쿵하는 사이가 되겠거니 기대가 되는 장면이었다.



Scene. 3

(C) 2020. Netflix

그녀는 런던에 도착해 툭스베리와 헤어진다. 그리고는 엄마를 찾으 이리저리 돌아다니는데 툭스베리를 죽이려 하는 어느 남자가 그녀를 찾아와 위협한다. 그녀는 엄마가 가르쳐주신 싸움 기술들로 남자를 따돌린 뒤 툭스베리를 찾아 떠난다. 툭스베리가 위험에 빠진 것이 계속 신경이 쓰였나 보다. 

그 후 그녀는 툭스베리를 찾아 그와 함께 자기를 죽이려 하는 자가 누구인지, 왜 죽이려 하는지를 해결해간다. 이 과정에서 과연 그녀가 홈즈 가문의 딸이구나 싶었다. 셜록 오빠보다 훨씬 더 위트가 있고 매력이 넘치는 캐릭터다. 어느 부분에서는 훨씬 더 용감하고 두뇌 회전이 빨라 보인다.

항상 그렇듯, 홈즈는 사건을 해결한다.



Scene. 4

(C) 2020. Netflix

마지막 장면. 그녀는 영화 초반보다 뭔가 더 성숙해 보인다. 당당한 본인의 모습으로서 그녀는 영화 초반과 같이 자전거를 타며 영화는 마무리된다. 이번에는 자전거에 능숙한 모습이다. 아주 신나게 화면 저 멀리 자전거를 타고 떠난다.


'My life is my own. And the future is up to us.'라는 말과 함께.


'내 인생은 나의 것이야. 미래 또한 우리에게 달려있어.'




솔직히 말해, 에놀라 역을 연기한 밀리 보비 브라운에게 푹 빠져버렸다. 에놀라 홈즈 역 자체도 엄청난 매력이 있는 캐릭터이다 보니 당연할 수밖에. 스토리가 뛰어나거나 추리를 기가 막히게 했다거나 느껴지진 않았다. 오히려 배우들의 연기와 그들의 옷차림 같은 것들을 보고 감탄하고 있었다. 영화를 보는 순간만큼은 나도 1800년대 말 영국 런던에 와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에놀라가 당시 사회가 원하는 이상적인 여성의 모습에 '왜 그래야 하는 거지?' 기죽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나 다움'을 표현하는 모습이 정말 사랑스러워 보였다.

또한 에놀라가 한 여성으로서가 아닌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고 성장해가려는 과정이 너무나도 대견해 보였다.


사실 한 시대의 사회가 원하는 여성상과 남성상은 헛것에 지나지 않기에, '나 다움'에 집중하는 에놀라의 모습을 보고 나'내가 원하는 나'가 아닌 '남이 원하는 나'로 살지는 않은가 생각을 해본다. 결국에는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이 무엇인지, 나는 누구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된다.


결론은 나중에 아빠가 되면 딸과 함께 넷플릭스로 보고 싶어지는 영화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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