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형의 가능성에 대하여
절대로 변하지 않을 것 같던 생각들이 있다.
결코 잊히지 않을 것 같던 사람도 있다.
영원히 지울 수 없을 것 같던 아픔도 있었고,
조금도 희석되지 않을 것 같던 기쁨도 있었다.
하지만 모든 것은 다 지나간다는 흔한 말이,
자존심이 상하게도,
공감이 가버리는 경험들이 쌓여버렸다.
그래서 어떤 것도 자신할 수 없게 되었고,
무엇도 확신할 수 없게 되었으며,
누구에게도 약속할 수 없었다.
그렇게 제멋대로의 빠르기로 흐르는 시간의 강에서,
매일의 사건이라는 벽에 부딪히며,
자꾸 깨지고, 작아지고, 이리저리 굴러다녔다.
내 부피가 줄어들 때 내 존재감도 같이 오므라드는 것 같았다.
그러나 오늘 바라본 나는,
인생에서 '절대', '결코', '반드시'를 지워낸 나는,
각이 없는 내 곁으로 흐르는 사람들과의 기분좋은 스침을 경험한다.
그렇게 부드러운 곡선으로 흘러가는 오늘,
생각의 '각'이 지워진 자리에 생겨난 '면' 위로,
다른 이들이 생각을 적어내도록 여백을 내어주기도 한다.
‘절대’ 대신 ‘아마도’를,
‘결코’ 대신 ‘어쩌면’을,
‘반드시’ 대신 ‘조금씩’을 선택한 지금,
내일은 여전히 불확실하고,
나는 아직도 깨닫지 못한 것들이 끝없이 쌓은 강의 하류로 쓸려내려가고 있다.
내가 알지 못하는 내일들에게,
내가 모르는 모든 가르침에게,
아직 깨닫지 못한 것들에게,
오늘의 나는 다만 부탁하는 수밖에 없다.
내가 도착할 미래에서 기다리는 너희들을 만나면,
너희가 거기에 있다고 부디 내게 알려주길,
마모되고 싶지 않은 내 뾰족한 각이 너희를 할퀴어도,
나를 포기하지 말아달라고 마음의 편지를 한다.
나는 많이 모르는 사람이다.
나는 무엇도 확언할 수 없는 사람이다.
그러나,
나는 그 어떤 맹세보다
더 진실한 내일을 만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