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순이와 예삐
나의 강아지들
어렸을 때 강아지를 키웠다. 기억나는 친구들은 갑순이와 예삐다. 갑순이는 엄마 지인 분이 개인 사정으로 오랫동안 키우던 강아지를 우리 집으로 입양 보냈던 친구다. 어린 강아지는 아니고 나이가 든 친구였다. 치와와로 몸집은 작고 말랐다. 검은색에 갈색무늬가 있었다. 어느 날 이웃 아주머니가 갑순이를 데리고 우리 집에 찾아오셨다.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고는 그 친구를 두고 가셨다.
갑순이는 그런 상황을 어떻게 알았을까? 주인을 따라가지 않았다. 오랫동안 주인의 뒷모습을 바라보기만 했다. 우리 집은 어렸을 때 강아지를 많이 키웠다. 동네에도 강아지들이 집집마다 있었다. 시골이어서 그런 것 같다. 대부분 주택이었고, 전철역을 끼고 포도밭과 복숭아밭을 운영하는 동네였다. 그래서 개들이 많았던 것 같기도 하다.
원주인이 갑순이로 이름을 지었기 때문에 우리도 갑순이로 불렀다. 나는 치와와는 별로였다. 폼도 안 나고 시바견이나 덩치가 큰 견종이 멋있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밥을 주려고 갑순이를 찾았는데 보이지 않았다. 너무 오래된 기억이라 단편적으로 기억이 난다. 그 친구를 찾으려고 옷을 입고 나가려는데 창문 밖에서 갑순이를 보았다. 갑순이의 주인집은 우리 집 작은 방 맞은편에 있다. 갑순이가 그쪽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을 보고 나는 이름을 불렀다. 강아지들은 청력이 좋은가 보다. 내 목소리를 들었는지 이리저리 살피더니 나와 눈이 마주쳤다. 갑순이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원래 주인에게 가던 발걸음은 무척이나 가벼워 보였다. 내가 갑순이를 부르고 그 친구는 걸음을 멈췄다. 나를 보더니 이윽고 꼬리를 내리고 방향을 틀어서 우리 집으로 돌아왔다. 슬퍼 보였다.
이 일을 계기로 가족들과 나는 갑순이에게 더 잘해 주었다. 내가 함께 했던 강아지들 중에서 가장 똑똑했던 친구다. 너무 말귀를 잘 알아들어서 우리 식구들을 놀라게 했던 일들도 많았다. 한편으로는 그런 게 안쓰러울 때도 있었다. 눈치가 백 단이다. 오랫동안 우리 가족과 함께 했다. 새끼도 낳았다. 세 마리를 낳았는데, 그중 한 마리가 예삐다. 두 마리는 동네 이웃에게 분양했다. 아빠로 추정되는 집에 아기들을 주었던 걸로 기억한다. 갑순이는 치와와 종이다. 믹스(잡종)로 추정된다. 강아지들은 세 마리 모두 같은 아빠인지 잘 모를 정도로 다 다르게 생겼다. 우리는 아빠가 누구인지. 강아지들을 보면서 추리를 했었다. 동네에 있던 잡종개들. 우리는 우리 갑순이가 저런(?) 아빠를 만난 것을 속상해했다. 중매로 짝을 지어줄 수도 없고.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개나 사람이나 다 눈멀어서 결혼하는 거니까.(풋) 아무튼 말을 할 수 있었다면 '이 결혼 반대세!!'라고 뜯어말렸을 것이다. 갑순이는 몇 번의 죽을 고비도 넘기고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 살았다. 그 당시만 해도 쥐들이 있었다. 그래서 집집마다 쥐약을 놓거나 쥐덫을 놓는 일은 평범(?) 한 일이었다. 나는 쥐를 본 적도 있다. 갑순이가 어느 날 밖에서 돌아왔는데 힘이 없어 보였다. 갑자기 입에서 거품이 나왔다. 엄마 말로는 쥐약을 먹은 것 같다고 했다. 손을 쓸 사이도 없이 갑순이는 하늘나라로 갔다. 그 허전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예삐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해야겠다.
나는 치와와가 좋다.
갑순이가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