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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희 Apr 24. 2021

가슴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건강검진

X-ray 촬영

유방촬영을 끝냈다. 여자로 태어나서 내 몸뚱이에 붙어 있는 신체부위다. 건강검진에서 여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검진이기도 하다. 가슴이 없으면 좋겠다. 딱히 쓸모도 없다. 매년 이걸 해야 하다니...


평상시 사진을 찍을 때는 얼굴이 주인공이다. 유방촬영은 가슴이 주인공이다. 나는 그 가슴에 딸린 그 무언가가 된다. 정말 욕 나오게 아프다. 나도 나지만 촬영을 해주시는 분도 힘들어 보인다. 기계에 최대한 넓은 부위를 꾸역꾸역 넣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본인도 힘들어 보이는데 나를 위로한다. 착한 분을 만났다. 작은 가슴을 가진 사람이 더 아프단다. 역시 불공평하다. 내 작은 가슴이 다른 사람을 힘들게 한다. 이런 가슴이 유방암에 걸리면 너무 억울할 것 같다.


초음파 촬영

초음파 촬영이 끝났다. 혹이 보인다고 한다. 한참 동안 초음파 기계가 내 가슴 위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건 처음이다. 매년 같은 병원을 다니다가 이번에 가까운 곳으로 옮겼다. 이 나이에는 다들 혹이 있다고. 동네 아주머니들이 말씀하시던 게 생각난다. 그렇게 나도 아주머니가 되었으니 그다지 특별한 일도 아닌 거다. 담담하기도 하지만 기분은 별로다. 의사는 다행히 모양은 나쁘지 않아 보인다고 한다. 조직검사를 해 봐야 정확히 알 수 있다고도 했다. 그 후로도 초음파는 계속되었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건 안 좋은 징조다.


평생 내 가슴은 쓸모가 없었다.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그런 신체 부위다. 

젊어서는 여자로서 열등감을 갖게 했고.

결혼 후에는 아기에게 젖을 물리지도 못했는데.

중년이 돼서는 '암'이 잘 걸리는 부위란다.

그래서 매년 건강 검진할 때마다 그 가슴이 밉다.

떼 버릴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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