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하루365

친구는 선물을 좋아해

친구 선물

by 성희

친구가 선물을 보냈다.

책 한 권, 붓, 고체 물감


크리스마스도 아니고 생일도 아니다. 그녀는 아무 날에나 선물을 보낸다. 나는 항상 받는 쪽이다. 엽서 한 장도 잊지 않는다. 무심한 듯 세심한 친구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은 친구 되기가 쉽지 않다. 회사를 다닐 때는 매일 보니 그렇다손 치더라도. 시간이 흐르고 만남의 횟수가 줄고 서로의 거리가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기 마련이다.


out of seight out of mind!


살다 보면 예외들이 나온다. 인생에서 '절대'라는 것이 없듯이 이런 일이 가끔 벌어진다. 같이 일한 것도 얼마 되지 않는데 말이다. 그러고 보면 꼭 절대적인 시간이 사람 사이를 가깝게 하는 필요조건은 아닌 것 같다. '운명'이라 불러야 하나? 친구가 되는 이유는 뭘까? 나와 비슷한 사람? 나랑 다른 사람? 각자에게 끌리는 포인트는 달라도 뭔가 그들을 연결시켜주는 공통점이 있기 마련이다. 서로를 놓지 않게 하는 그 무언가 말이다.


이 친구는 나랑 많이 다르다. 그녀는 용감하다. 낯선 길도 막 간다. 내게는 없는 그런 것들을 그 친구에게서 볼 때 신이 난다. 나도 그 친구처럼 되고 싶을 때도 있다. 나는 운전을 하지만 아무 데도 못 간다. 집과 회사. 마트 그냥 동네만 다닌다.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곳 어디든 갈 수 있다. 그녀는 자유인이다!


이 친구는 나와 비슷하기도 하다. 자꾸 뭔가를 한다.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고 잘 그린다. 캘리도 한다. 쓰윽하고 그리는 친구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지만 스타일은 완전 반대다. 친구는 그림도 꼭 자기처럼 그린다. 길을 가 듯 용감하게 그림을 그린다. 내가 볼 때는 그렇다. 나는 뭘 하든 틀릴까 봐. 벌벌 떨면서 그린다.(에잇)



친구가 보내준 책 보고 빵 터졌다. 꼭 그 친구와 내가 같이 그리고 쓴 책을 미래에서 가져온 느낌이다.


친구랑 이렇게 재미나게 놀려면 건강해야 하는데. 요 며칠 동안 제정신이 아니다. 건강검진 후유증으로 아직도 마음은 안드로메다에 가 있다. 내일은 조직 검사하러 가는 날이다.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병원에서 또 전화가 왔다. 건강검진에서 뭐더라 한 가지 더 안 좋은 게 나왔는데 재진 해야 한단다. 병원을 잘 옮겨서 발견하지 못했던 병을 알게 된 건지. 병원의 상술에 말려드는 건지. 모르겠다. 이거 저거 검사비만 날리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책을 읽어도 눈에 안 들어오고. 마음도 뒤숭숭하다. 결과가 나오는 날까지. 이런 상태일 것 같다.


젊어서 놀았어야 했는데. 정말 후회스럽다. 너무 못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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