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하루365

오늘은 자상한 남편이 있었으면 하는 날이다.

검사를 마치고

by 성희

건강검진 재검이 있는 날이었다.


오후 반차를 내고 병원으로 향했다. 오전에 병원에서 또 전화가 왔다. 다른 검진 결과는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어제 심장내과로 예약을 해줬는데 오늘은 다른 과로 바꾼다고 한다. 뭐가 뭔지 모르겠다. 복부초음파에서 안 좋은 게 보였다고 했다. 가정의학과로 예약이 되었다.


가정의학과는 진료만 받는 줄 알았다. 정밀검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림프절이 비대하다는 소견이다. 뭔 말이지. 뭔가 느낌이 안 좋다. 그러더니 백혈구 수치 이야기를 꺼낸다. 백혈구 수치가 평균보다 낮다고 한다. 일시적인 것일 수도 있다고 의사는 나를 안심시켰다. 진료를 보고 또 검사를 하라고 한다. 검사만 하면 이제 정확히 알 수 있는 건가? 조영제를 맞고 ct를 찍었다. 채혈도 다시 했다.


유방암 걱정만 하고 있었는데. 인생은 예측불허다.

결과는 일주일 뒤에 나온다고 한다.


유방초음파를 하고 조직검사를 했다. 마취를 해도 쿡쿡 찌르는 느낌은 무섭다. 조직을 떼어내고 지혈을 간호사가 했다. 가슴뼈 부러지는 줄 알았다. 간호사는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힘이 좀 세다고 한다. 그래도 뼈를 부러트릴 만큼은 아니니. 걱정은 하지 말라고. 그녀는 본인이 생각해도 웃겼는지. 웃음을 참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런 대화가 가능하다니. 아프고 웃기고 그랬다. 가슴에 붕대를 감아줬다. 전장에서 살아 돌아온 기분이다.


진료를 마치고 나니. 걱정보다는 귀찮은 일이 끝나서 기분이 좋았다. 시험을 끝 낸 수험생 같았다. 시험을 잘 봤든 못 봤든. 끝났으니까. 곧바로 운전을 하고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왔다. 왠지 누워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자꾸 열심히 살고 있다. 바보 같다. 누가 알아준다고. (에잇)

오늘 저녁은 해물탕이다.


유방초음파실 앞에 남자들이 몇 명 의자에 앉아 있었다. 순간 남자들이 왜 있지. 생각했다. 남편이겠지. 역시 병원에서도 부러운 사람들이 있다. 아내를 따라온 남편이라.

자상한 남자들이다.


하하. 나는 혼자다. 우리 신랑은 착하긴 하다. 근데 잔정이 없다. 가끔 내가 물어본다. 희로애락을 느끼긴 하냐고. 오늘은 좀 서운하다. 전화도. 문자도 없다. 그런 사람인 줄 아는데. 병원에서 무시무시한 말을 들으니 그래도 지원군이 있으면 좋겠다 싶은 날이었다.


그래도 난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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