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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희 Jun 07. 2021

안나 카레니나의로망

[진짜 멋진 할머니가 되어버렸지 뭐야]_김원희

퇴직 후 세계여행을 꿈꾸는 사람이 많다. 나도 그중 한 명이다. 지금은 몸뚱이가 받쳐줄는지 의심이 든다. 옛날 할머니들이 마음은 이십대라고 하던 말이 마음에 박힌다. 이런 느낌이었구나.


마음도 늙어버리던지. 몸만 늙는다. 


[멋진 할머니가 되었지 뭐야] 이 책을 쓴 저자는 70대 김원희 님이다. 이 책은 친구와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겪은 이야기이다. 저자는 남아 있는 육신을 마음껏 쓰고 가자고 한다. 내 친구가 항상 하던 말이다. 친구의 소원은 '객사'다. 미친 듯이 돌아다니다가 죽는 것. 그만큼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뜻인 것 같다.


외국에서 불의의 사고로 죽게 된다면 시신은 어떻게 해야 될까? 자필 화장 승낙서를 휴대하고 다니면 된다고 한다. 그러면 어느 나라에서 화장하여 유골로 만들어 준다니. 이 생각까지는 미처 하지 못했다.


"어쩌면 나이 들어 여행한다는 것은 아직은 세상을 영원히 떠날 때는 아니라는 것을, 지금은 내 시간을 확인하기 위함인지도 모르겠다." _26p 

여행은 현재의 나를 돌아보게 하는 행위다. 살아 있는 나를 생생하게 마주하게 해 준다. 


안나 카레니나의 로망_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부르크 간 운행 열차

누구나 기차역에서의 운명 같은 만남을 꿈꿔 본 적이 있지 않을까?


영화 속 주인공처럼 옆자리에 운명 같은 사람을 만나는 일을 상상해 본 적이 있다. 이십 대에는 그런 터무니없는 생각에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설레였다. 나이가 들면 옆자리가 비어있기를 바란다.(풋)


로또만 맞으면, 퇴직만 하면, 건강해지기만 하면, 승진하기만 하면, 아이들이 다 크기만 하면...~~ 하면

사람들 대부분 이렇게 미뤄둔 일 중 하나는 여행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안나 카레니나처럼 운명의 사랑을 언젠가 만날 지도 모른다는 설렘만으로도 고된 현실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지 않을까? 가끔은 쓸데없는 것 같아도 괜찮다. 내 마음 한켠에 있는 설렘은 내 거니까. 몰래 넣어 두었다가 가끔씩 히죽히죽 꺼내 본다.


안나 카레니나의 불같은 사랑. 안전한 사랑과 비극적인 결말이 보이는 사랑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하든 후회는 따른다. 한편으로 안나 카레니나가 부럽기도 하다. 뻔히 결말이 보이는 사랑이지만, 불빛에 제 몸을 던지는 불나방처럼 본능에 충실한 사랑을 선택한다. 계산은 없다.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다는 것이 훌륭하다거나 비난받아야 한다거나 이런 사회규범과 관념을 배제하고 본다면. 어떤 사랑이든 정답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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