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하루365

사고

병원에서 #1

by 성희

사고가 있었다.

테니스를 치다 넘어졌다. 대퇴부 골절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았다. 의사는 간단한 수술이라 했다. 골절 수술이 간단한 수술이라니. 환자를 진정시키기 위해 그렇게 말하는 건지, 전체적으로 간단한 수술에 포함돼서 그렇게 말하는 건지. 나는 후자 쪽이라 생각한다. 나로서는 인생 최대의 큰 수술인데. 간단한 수술이라는 말에 나의 고통은 투정쯤으로 치부되는 기분이다. 의사는 철판으로 뼈를 이어서 붙게 하는 철판교정술(?)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좋지 않은 부위라고 덧붙였다. 지금은 퇴원 5일 차다. 이제야 좀 앉아 있을 수 있다. 다행이다. 조금씩 나아지는 게 느껴진다.


사고가 있던 날 나는 테니스장에 거의 옆으로 고꾸라졌다. 일어나려고 했는데. 움직일 수 없었다. 발이 꼬여 거의 일자로 넘어졌다. 나무가 쓰러지듯 그렇게 이상하게 넘어졌다. 그날 초보자끼리 시합을 할 예정이었다. 코치는 더 열정적으로 볼을 던졌다. 사람이란 게 얄궂다. 시합이 뭐라고 내심 욕심을 부렸나 보다. 항상 그놈의 욕심이 문제다. 나의 얼굴과 몸은 바닥에 그렇게 놓여 있있다. 주변에는 코치와 레슨을 받고 있는 남자 두 명이 있었다. 그들도 당황했을 것이다. 그 순간 나는 창피함을 먼저 느꼈다. 벌떡 일어나려고 했다. 근데 움직일 수가 없었다. 통증과 함께 여전히 창피함이 공존했다. 이렇게 끔찍하게 아픈데도 창피하다는 감정이 느껴지다니. 죽을 만큼 아픈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코치가 나에게 달려왔다.


“괜찮아요? 일어날 수 있겠어요?”

“아뇨. 괜찮아지면 일어나 볼게요.”

“의자까지 부축해줄게요.”

“네. 일어나 볼게요.”


그 옆에서 수다를 떨던 남자 두 명 중 한 명이 같이 도와줬다. 나는 간신히 의자에 앉았다. 고통이 더 심해지는 것 같았다. 코치는 다른 코트에서 연습경기를 하고 있는 신랑을 부르겠다고 했다. 나는 시합이 끝나면 말해달라고 했다. 고통은 심했지만, 그 고통이 어느 정도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근육이 놀란 정도 인지, 뼈가 금이 간 건지, 부러진 건지. 겪어보지 않아서 몰랐다. 평상시에 양치기 아줌마라 스스로에 대한 믿음도 없었다. 아픈 걸 1도 못 참는 사람이다. 처음 느껴 본 고통이다. 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코치는 신랑을 불렀다. 나는 신랑의 부축을 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응급실을 가겠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지 못했다. 왜일까. 내가 신랑 눈치를 보는구나. 엄살을 더 떨었어야 했다. 중요한 순간에 자신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데 주변 사람부터 생각한다. 젠장. 나는 그날 밤 한숨도 못 잤다. 신랑을 깨우려고 했다가 그냥 참았다. 새벽에 응급실에 가는 부산한 일들을 생각하면 뭔가 귀찮았다. 그렇게 응급실에 갔다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면 어쩌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아침이 되었다. 병원 문 여는 시간에 맞춰 동네 병원으로 갔다. 번호표를 뽑고 휠체어를 빌려 순서를 기다렸다. 의사는 어떻게 다쳤는지 물어보았다. 테니스 치다가 넘어졌다고 하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엑스-레이와 시티 검사를 모두 마쳤다.


“어떻게 다치셨나요?”

“ 어젯밤 테니스 치다가 넘어져서 다쳤어요.”

“테니스요?”

“이 정도면 낙상사고인데요.”

“아 네. 발이 꼬여 이상하게 넘어져서요.”

“바로 수술하셔야 합니다.”


의사는 어는 병원에서 수술을 할 건지 결정하라고 했다. 신랑과 나는 동네 병원보다는 대학병원으로 가기로 했다. 촬영 cd본과 진단서를 챙기고 바로 다른 병원으로 향했다. 처음부터 대학병원으로 갈 걸 그랬다. 동네병원으로 선택한 건 회사에서도 가까운 곳이라 나중에 다니기에 편할 거라 생각해서였다. 항상 선택은 오류의 연속이다. 과거가 되면 그때 다른 결정을 내렸더라면. 하고 후회를 한다. 단번에 되는 게 없다.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또 후회는 거슬러 올라간다. 그날 몸을 잘 풀었어야 했는데. 아니 테니스를 처음부터 배우지 말았어야 했어. 나같이 운동신경 없는 사람이 왜 시작해서. 이렇게 내 생각은 자책으로 가득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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