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021.01.01.
새해 첫날 오랜만에 우리 집 뒷산으로 해맞이를 다녀왔다. 원래 아이들이 어렸을 때 몇 번 간 적이 있는데 아이들 이랑 가서 그런지 뒷산이긴 하지만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어젯밤에 아이들도 함께 해돋이 하기로 했는데, 아침에 깨우니 안 간다고 해서 우리 부부만 올라갔다.
우리 아파트 옆 길로 산을 따라 올라가는 산책로가 있다. 전나무 숲길이다. 올라가다 보면 사유지라고 해서 철문으로 막아 놓은 곳 까지만 다니곤 했다. 사이클을 타고 올라가는 사람들을 보았던 터라 길이 있긴 한가 보다 생각했다. 요즘 나는 무릎이 아파서 경사진 곳은 안 다니는 편이다. 아무튼 사유지를 통과해 올라가니 푯말이 나왔다. 두 갈래 길에 푯말이 있었는데 사유지가 있으니 피해 가라고 적혀 있는 것 같았다. 사유지가 또 있나 보다 했다. 이 쪽 길은 처음이라 한쪽 길을 선택하고 올라갔다. 산에 가면 항상 드는 생각은 ‘왜 올라왔을까?’이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남들이 해보러 가니까 올라오다니. 후회한다. 중간쯤 에서 그만 가자고 하면 신랑한테 씨도 안 먹힐 것이고. 산이 돌산인가. 돌들이 왜 이리 많은 지. 산이니까 돌이 많지. 자문자답을 하면서 낑낑거리면 올라간다. 날씨가 좋지 않아 해를 또렷이 보지 못했다. 그래서 붉은 물이 드는 걸 보니 해가 떴나 보다.
우리는 동쪽을 바라보고 눈을 감았다. 소원은 각자 빌었다. 신랑은 어떤 소원을 빌었을까? 모두 비슷하지 않을까? 건강하고 행복한 한 해. 조금 더 욕심을 부려본다면 아이들이 공부도 좀 열심히 하는 것. 조끔 더 과욕을 부리면 로또(?)처럼 돈벼락 맞게 해 달라는 순서겠지. 아무튼 소원을 빌고 올라가던 길과는 다른 쪽 길로 내려가기로 했다. 신랑은 아마도 우리가 올라올 때 두 갈래길에서 다른 편으로 이어지는 길일 거라고 했다. 자신도 오랜만에 와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고 했다. 내려오는 길에 한 무리의 가족을 만났다. 아들 둘과 같이 온 가족이었다. 아이들은 초등학생쯤으로 보이는데 씩씩하게 각자 산을 타고 내려가고 있었다. 우리 겁쟁이 아들들이 생각났다. 감성 충만한 예민 쟁이들. 나를 닮아 운동신경이 없는 거겠지. 날이 밝아지니 기분도 좋아졌다. 내려오는 길은 올라가는 길 보다 걸음도 가볍다. 목적을 이루었다는 기분 탓인 듯싶다.
<해뜨기 전>
<해 뜬 후>
<내려오는 길에 본 키 큰 나무>
내려오는 길에 찍은 사진이다. 무슨 나무일까? 인위적으로 심은 나무여서 줄과 열이 맞춰져 있다. 키도 크고 아주 멋지다. '우리 뒷산에 이런 나무들이 있었네!' 자꾸 먼 곳만 보고 살다 보니 주변의 것들에 대해 관심을 덜 가졌나 보다. 오늘은 해보다 이 나무의 발견이 더 좋았다.
날짜라는 것도 신기하다. 사람들이 정한 시간이고 날인데. 오늘은 새날이다. 좋은 일도 생길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이번 해맞이에는 사람들이 꼬로나 없는 일상에 대한 소원을 빌었을 것이다. 나도 일상으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빌었다. 집으로 들어와 보니 발이 꽁꽁 얼어 있다. 하필 여름 운동화를 신고 갔나 모르겠다.(ㅠ.ㅠ) 커피포트에 물을 올리고 핫쵸코 한잔을 마셨다. 잘 올라갔다 왔다는 생각에 뿌듯하다. 사실 신랑한테 거의 매달리다시피 해서 갔다 온 거라 좀 그렇긴 하다. 걷기 운동을 해야 하는데 참 안된다. 새벽 시간에 책 읽기와 운동을 해 볼까? (음...)
오늘은 생각보다 날이 좋다.
이런저런 계획도 세워보고 시행착오 끝에 나한 테 맞는 루틴을 만들어야겠다는 다짐도
또다시 해본다.(데자뷰)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