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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희 Mar 10. 2021

우리의 뇌를 믿습니까?

기억이 달라요.

우리의 기억은 믿을 수 없다.


우리의 뇌는 사건을 조작한다. 부풀리기도 하고 축소하거나 아예 없애버리기도 한다.

기억이라는 것이 정확하지도 않다. 


신랑이랑 이야기를 하다 보면 거의 치매 수준이다. 신랑이 말한다. 자기가 00 영화를 봤는데 줄거리는 어떻고 감동적이었다고. 나도 그 00 영화를 봤는데. 누구랑 봤는지 기억이 안 난다. 신랑도 기억이 안 난다고 한다. 영화만 기억난다고. 그런데 영화를 본 시기를 보면 딱히 다른 사람하고 봤을 것 같지는 않다. 우리 둘은 같이 봤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린다. 큰 일이다. 중요하지 않은 일이라 기억이 안나는 건가? 이런 것들이 한두 개가 아니다. 웃기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기억이 없다는 건 같은 추억을 공유하고도 결국 없었던 일 아닌가? 


요즘 들어 기억력이 더 안 좋아지는 것 같다. 수치로 측정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 논문과 책에서는 기억력이 나빠지는 것이 절대적으로 나이 때문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한다. 그래도 나이가 들면 뇌가 젊었을 때만큼 활발(?)하지 않다. 중년의 뇌는 통찰력이 좋아진다고 한다. 조직에서 관리자 역할을 하기에 적합한 뇌라고도 한다. 나에 경우는 실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꼼꼼함과 기억력이 더 요구된다.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아무래도 자질구레한 일들을 처리해야 하니 통찰력보다는 기억력이 좋아야 한다. 물론 기억력이라는 것이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록을 열심히 해야하긴 하지만. 그렇게 필사적으로 메모를 해도 결국 놓치는 것들이 있다. 


로봇으로 다시 태어나야 하나? 

아하. 완벽해지고 싶다.(풋)

회사일은 기록하고 또 점검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기억은 둘째치고 동일 사건에 대해 다른 기억을 갖고 있는 일들도 있다. 똑같은 경험을 했더라도 기억이 다르다. 예전에 부부싸움을 했을 때 나는 분명히 신랑이 나에게 지적질(?)을 당해서 화가 났었다고 기억하는데. 신랑은 그런 기억이 없다고 한다. 그런 말을 한 적도 없다고. 누구의 기억이 맞는 걸까?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뇌가 조작했을 가능성이 크다. 범인은 뇌다. 나의 기억도 이제 믿을 수 없다.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중요하다. 사람이 감정이 없다면 사랑도 연민도 그리움도 아무것도 느낄 수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에 매몰되어 끝없이 추락해서는 안된다. 자신의 기억이 절대적이지 않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안 좋은 기억일수록 자신이 합리화한 망상일 수 있다. 기억의 조작. 


기억력 쇠퇴와 기억의 조작.

대략 난감이다. 

근데 생각해보니. 예전에도 딱히 기억력이 엄청나게 좋았던 것 같지는 않다.(풋)


<사진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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