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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희 Jan 26. 2021

우리 동네 맛집이 다시 돌아왔어요!

중국집

짬뽕은 언제 먹어도 맛있다.


우리 동네에 맛집이 하나 있다. 중국집이다. 로컬이다. 언제부터 생겼는지 정확히는 모른다. 내가 처음 이곳으로 이사 왔을 때부터 있었으니까. 2008년 이전부터 있던 집인 것은 분명하다. 어디에 살아도 짜장면이 맛있는 집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내 기대 수준이 높아서 그런 건지. 아니면 다른 사람도 그렇게 생각할지는 모르겠다. 우리 식구들은 나와 생각이 같다. 


이 집은 허름한 건물에 시골에서 볼 법한 빨간색 간판에 내부장식도 딱 그 수준이다. 이름도' 00성'으로 흔하디 흔한 이름이다. 처음에는 건물이 너무 허름해서 음식에 기대를 안 했다. 그냥 가격이 싸서 먹어 보게 된 곳이다. 이 집은 사장님이 주방장을 하신다. 그래서 그런지 사장님이 짬뽕에 여러 시도를 한 흔적이 보인다. 모양은 해물 짬뽕인데 얇은 돼지고기가 들어간다. 콩나물도 들어갔다가. 없어졌다가. 다시 등장했다가 한다. 음... 그런데도 맛있다는 게 신기하다.


어느 날 갑자기 중국집 건물이 사라졌다.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로또를 맞아 떠났다고 하는 사람들. 돈을 많이 벌어서 건물을 헐고 다시 지을 거라는 사람들. 원래 주인이 내쫓았을 거라는 사람들. 모두 우리의 맛집이 사라지고 한동안 마음이 헛헛했다. 건물이 없어지고 한참 동안이나 그 건물 자리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작년 여름쯤으로 기억하는데 건물을 짓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그 중국집이 새로 건물을 짓고 들어 오기를 바랐다. 건물로만 추측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여서 긴가민가 했다. 주택처럼 보이기도 하고 상가 같기도 하고.


작년 12월 건물 앞 게시판에 '00성' 오픈 예정이라는 알림판이 붙었다. 사람들은 정말 다행이라고 했다. 우리 식구들도 그 앞을 지날 때면 다시 그 중국집이 들어오길 얼마나 바랬었는지 모른다. 


오픈하고 나서 점심시간에 방문을 해서 짬뽕을 시켰다. 아니. 사장님은 그대로인데. 맛이 변했다. 돼지고기도 없어지고. 콩나물도 없어지고 맛도 없어졌다. 정확하게 그 맛의 기억이 100% 인지는 모르겠는데. 그 느낌이 아니었다. 실망했다. 그래도 내가 잘못 맛을 볼 수 있으니 시간차를 두고 먹어 보기로 했다. 이제 한 달째다. 일주일 차를 두고 테이크 아웃으로 식구들과 그 집 짬뽕을 먹었다. 점점 맛이 좋아지더니 어제 먹고 나서야 알았다. 

사장님이 다시 원래 솜씨로 돌아왔다! 우리 식구들의 의견은 만장일치다. (ㅎㅎ) 다행이다. 진~~ 한 불맛이 나는 육수. 해물과 돼지고기(?)의 절묘한 조화.(ㅋ)


사장님 다시 돌아와 주셔서 감사해요! 이제 변하지 마세요!


<사진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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