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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희 Feb 13. 2021

가족 첫 해외여행

베트남 하노이 _숙소 편

우리 가족 첫 해외여행


결혼 20주년으로 가족여행을 갔었다. 아이들이 여행 가는 걸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동해를 가도 밤에는 집에 가서 자겠다고 우긴다. 자신이 덮는 이불도 없고 공기도 달라서 잘 수 없다고 주장한다. 물론 꼬맹이였을 때다. 좀 커서는 집에서 친구들이랑 컴퓨터 게임을 하겠다고 안 따라나선다. 이러다 보니 가족끼리 길게 여행을 가지 못했다. 일 년에 두 번 가족여행 계획을 세우고 무조건 가야 한다고 아이들에게 선포했다. 아이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부모가 그냥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명분이 중요하다. 역사 속에서도 반란을 일으켜 세상을 바꾸려면 명분이 필요하듯이 말이다.


명분 : 친목도모-> 가족 여행 ->1년에 2회 참석 필수(푸하하)


나는 휴양지로 유명한 다낭이나 나짱으로 가고 싶었다. 신랑은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로 가자고 했다. 휴양지로 가면 진짜 베트남을 볼 수 없다며 아이들에게도 더 나은 선택지라고 나를 설득했다. 아이들을 앞세우니 설득당할 수밖에 없었다. 항상 이런 식이다. 대신 숙소는 좋은 곳으로 예약해 달라고 했다. 신랑이 에어비엔비에서 로컬 2층 집을 통째로 예약을 했다.

2층 창 밖 모습

                                                        2층 침실 대나무 등

                                                         1층 안방 침실


공항에서 숙소까지는 숙박업소에서 연결시켜준 택시를 탔다. 이후에는 그랩 택시를 이용했다. 베트남에서 택시 사기를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긴장했는데 별일 없었다. 베트남은 프랑스 식민지였었다. 그 영향의 잔재(?)를 곳곳에서 볼 수 있는데, 우리가 묵었던 곳도 프로방스 스타일이었다. 아기자기하고 예뻤다. 호텔처럼 깨끗하고 편하지는 않았지만 조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좋았다. 펜션 느낌이다.


사진에는 없는데 집안에서 특이한 게 있었다. 방문 앞에 철문이 있고 잠금장치도 있었다. 그 걸 보는 순간 도둑이 많은 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전체 문을 잠그는 것도 그냥 열쇠다. 유럽을 포함한 여러 나라들도 이런 열쇠를 사용한다고 하는데. 불편했다. 주인에게 열쇠 꾸러미를 받았는데 집안에 있는 철문 잠금장치 열쇠도 같이 있었다. 열쇠로 열고 잠그는 일도 여행이 끝날 때쯤에야 익숙해졌다.


우리 숙소를 제외하고는 현지인들이 살고 있었다. 마주친 적이 많지는 않지만 옆집에 노부부가 살고 계셨다. 공동 수도(?)가 우리 숙소 바로 앞에 있었고 그곳에서 뭔가를 씻고 계실 때 어색한 인사를 나눴다. 말이 안 통하니 아쉬웠다. 로컬이라고 하면 이웃과 이야기도 나누고 하는 재미가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어색하기만 했다. 어색한 미소와 어색한 바디 랭귀지...


숙소에서의 첫날은 나쁘지 않았다. 물도 잘 나왔다. 첫날에만 그랬다는 게 문제였다. 다음날부터 물이 졸졸 나오는 거다. 화장실도 막히고 더운데 잘 씻지도 못했다. 이것도 로컬 체험으로 간직하기로 했다.(풋)


여행에서 숙소는 먹거리만큼 중요하다. 좋고 나쁨의 기준도 다 다르다. 어디에 가치를 두느냐의 문제다. 

불편하더라고 로컬을 선택하느냐.  휴양의 기준으로 선택하느냐. 


나는 다음에는 호텔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신랑은 로컬이지만 물은 잘 나오는 곳을 골라야겠다고 한다.

큰 아이는 좋았다고 했다.

막내는 모르겠다고 한다.

동상이몽이 따로 없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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