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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희 Feb 07. 2021

시댁은 어려워

어머님은 왜 '전'을 부치라고 하셨을까?

결혼하고 나서 처음으로 명절에 시댁에 안 간다.


수도권 2.5 단계가 2주 연장되어 5명 이상 사적인 모임 금지령이 내려졌다. 며칠 전부터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시어머님이 먼저 오지 말라고 말씀하시면 좋을 텐데. 이런 상황에서도 오라고 하는 거 아닌가? 그렇게 말씀하셔도 단호히 이번에는 못 간다고 말씀드려야지. 오늘은 이런 각오로 시어머님께 전화를 드렸다. 이미 남편이 시아버지께 넌지시 말을 건네 둔 상태였다.


"어머니, 저예요. 별 일 없으시죠?"

"그래, 너희도 잘 지내지?"

"네, 뭐 그럭저럭 지내고 있어요."

"어머님, 운동 다녀오셨나 봐요?"

"그래, 배드민턴장에서 방금 돌아왔다."

"어머니, 이 번 설에는 못 갈 것 같아서요..."

"그래, 올해는 차례도 안 지낼 생각이다."

"정말요? 아버님이 그러시겠다고 하시던가요?"

"모르겠다."

"음식 좀 해서 보내려고 했는데, 아버님 결정하시면 연락 주시겠어요?"

"음... 그래도 대충이라도 차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나물 같은 거 해서 보낼까요?"

"나물은 내가 하마, 전이나 좀 해서 아비 편에 보내라."

"아, 네... 상황이 좋아지면 그때 뵐게요."

오늘의 대화는 여기까지다. 사실 시아버님이 성격이 완고한 편이셔서 아들하고 며느리는 오라고 할 줄 알았다. 결혼하고 몇 년째 까지는 '전'을 엄청나게 부쳤다. 식구가 많은 집안이라... 아버님이 어느 날 '전'을 부치지 말라고 하셨다. '전'이 조상님들과 맞지 않다며 그만두라고 하신 거다. 우리 아버님은 '기'관련 일을 하신다. 묏자리도 봐주시는 일도 하신다. 며느리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전'부치는 일이다. 그때만큼은 시아버지가 천사 같았다. 나는 마음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아싸)


명절에 '전'을 안 부친 지 오래되었는데, 갑자기 왜 전을 부치라고 하셨을까?(음)


이번 명절은 친정도 안 간다고 전화를 드렸다. 몹시 서운해하는 눈치시다. 2월 초에 친정 아빠 팔순이었지만 미루기로 했다. 전 부치기 동영상을 검색했다. 군침이 돈다. 잡채도 먹고 싶고 갈비탕도 먹고 싶다.

아하. 누가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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