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나를 보낸다 34
세상은 늘 변한다. 세상은 늙고 병들고 죽고 다시 태어난다. 나도 늙으니 자꾸만 아프다. 오십견 이후에는 야외에 설치된 운동기구들이 눈에 들어온다. 월대천만 보던 내 눈이 운동하는 사람들 자세를 관찰한다. 자세만 보아도 고수인지 하수인지 알 수 있다. 굴레를 돌리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한 사람은 고수이고 또 한 사람은 하수다. 나는 중수쯤 될 것이다.
오늘은 징검다리를 건너지 않는다. 아침에 건넜으니 오후에는 건너지 않기로 한다. 오후에는 대원암 쪽으로 간다. 오후에는 해수관음보살님을 뵈러 간다. 월대 입구에도 운동기구가 있고 출구에도 운동기구가 있다. 오래된 나무 아래서 하는 운동이라서 여름에도 참 좋다.
징검다리 건너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그냥 앞으로 간다. 다리는 건너지 않았으니 나는 외도를 걷는 것이다. 다리를 건너면 내도 알작지와 이호태우해수욕장이 나온다. 아침에 그쪽으로 갔으니 오후에는 그냥 외도 쪽을 돌기로 한다. 이 길에서는 부처님을 만날 수 있다. 외도 앞바다에 누워계신 관세음보살님을 만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보고자 하는 것들이 보인다. 대원암 주지스님께서 현몽하여 발견했다는 세계 유일의 해상 관음보살님도 사실은 아주 옛날부터 그 자리에 있었다. 원래 있던 바위에 이름을 붙였을 뿐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노인과 바다'가 있었다. 세월이 흘러 늙은 노인의 '노'가 없어졌다. 어쩌면 노인은 이 세상을 떠났을지도 모른다. 노인이 떠난 그 자리에 '탐앤탐스'가 태어나고 있다. 나도 늙어서 떠나면 또 누군가는 내가 살던 그곳에서 나보다 더 아름답게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떠날 때 너무 섭섭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다음에 오는 사람들을 위해서 우리는 좀 더 아름다운 세상으로 만들어서 물려주어야만 할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오늘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 이어도공화국을 만들기 위하여 고민을 한다.
아픈 사람들을 위하여, 아픈 바다를 위하여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생각하며 부처님을 찾아가고 있다. 하지만 오늘도 부처님은 아무런 말씀이 없으시다. 아픈 사람들은 스스로 운동을 하고 아픈 바다는 후유증을 막기 위하여 스스로 아픈 배를 부여잡고 헛기침을 하며 가래를 토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