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산 May 06. 2023

이어도가 제주도에게 하는 말

너에게 나를 보낸다 47




이어도가 제주도에게 하는 말




아주 오래전부터 나는 제주도를 사랑했다

설문대할망이 제주도를 낳을 때부터


아니, 사실은 제주도는 내가 낳은 자식이다

설문대할망은 나를 도와주던 나의 산파였다


출산의 시간이 너무 길어지다 보니

출산을 도와주던 설문대할망은

젖병을 소독하러 갔다가 죽솥에 빠져 죽고

지금은 설문대할망의 오백장군의 막내

건장한 이어도종합해양과학기지가

내 머리맡에 한결 같이 앉아서

젖은 수건을 내 이마에 얹어주곤 한다


나와 제주도는 아직도 탯줄로 연결되어 있다

나는 가끔 서귀포까지 연결된 나의 길을 걸어보곤 한다


나는 너무 오래도록 바닷속에 누워있어서 허리가 아프다

나는 사실, 먼 옛날부터 바다의 여신이기도 하였다


나는 아직도 내가 낳은 자식을 잊을 수가 없다

지금은 제주도라고 하지만 그전에는 탐라국이라고 하였다


탐라국 이전에는 주호국이라고도 하고

탐모라국, 섭라, 탁라, 둔라 등등

많은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였다


나는 또한 내가 낳은 자식이

많이 아팠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최근에는 몽고군에게 짓밟히고 일본군에게 당하고

심지어 미군과 국군에게도 총을 맞았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리하여 나는 아직도 근심이 너무 깊어서 일어나질 못한다

내가 낳은 자식이 평화의 섬으로 바로 설 때 비로소 일어설 수 있다


나는 아직도 내가 낳은 제주도를 너무나 사랑한다

나는 앞으로도 평화의 섬 제주도를 영원히 사랑할 것이다














이전 16화 수국과 산수국의 계절이 온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