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나를 보낸다 003
감을 먹으려고 감을 자르는데 씨까지 잘려나갔다. 잘린 씨앗을 보니 속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감 씨 속에 감나무가 한 그루 자라고 있다. 나는 감을 더 이상 먹지 못하고 씨앗을 땅에 묻는다. 나는 앞으로 감을 먹을 때마다 감나무를 생각할 것이다. 감나무에 올라가 감을 따던 시절을 생각할 것이다. 우리들의 사랑도 그럴 것이다. 사랑의 씨앗에는 이미 사랑의 나무가 자라고 사랑의 열매가 열릴 것이다. 나는 너에게로 가서 묻힐 것이다. 너의 영토에서 우리들의 사랑의 나무가 자라고 사랑의 열매가 주렁주렁 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