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돌아가는 것들 투성이다
스스로 모래시계 되는 겨울나무를 본다
하늘과 땅의 영혼이 뒤집힌다
발전소, 발전기와 터빈이 한 몸으로 돌아가고 거대한 보일러 속에서 파이어 볼이 돌아간다 그 속에서 사랑과 이별을 껴안은 계절이 돌아가고 물과 불이 돌아가고 해와 달이 돌아가고 삶과 죽음이 돌아가고 나와 하느님이 함께 돌아간다
온갖 것들이 돌아가는 발전소에서 나는
나무 조상들을 태워 별빛을 만든다
번쩍, 번개가 하늘의 소식을 전한다
하느님은 오늘도 야간근무 하고 계신다
땅속 오래 묻혀 있던 나무들
부관참시 지켜보던 별이 눈을 찔끔 감는다
나무의 뿌리에도 발전소가 있어
물관부를 타고 오르내리는 것들
나무 발전소가 세상을 돌리고 있다
발전소가 폭발하는 꿈을 꾸었다
눈을 뜨고 스위치를 살짝 누른다
딱,
순식간에 발전소에서 전기가 달려와 불을 켠다
침대 머리맡 콘센트에도 작은 불이 켜져 있다
전기장판과 소형 공기청정기가 켜져 있다
발전소 보일러가 보이고 터빈과 발전기가 보인다
화장실로 가서 양치질을 한다
수도꼭지를 돌리니 저 먼 곳에서
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수돗물도 알고 보니 발전소에서 오고 있다
꿈을 기록하려고 연필을 깎는다
연필과 칼도 공장에서 전기가 만들고 있다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고 생수를 먹는다
냉장고의 시원함도 발전소가 만들고 있다
노트북을 켜고 시를 쓰기 시작한다
요즘에는 시도 발전소가 쓰고 있다
이른 아침 산책을 나간다
가로등 불빛이 바다로 걸어가고 있다
검은 아스팔트길이 파헤쳐져 있다
한쪽은 발전소로 가는 가스관이 묻혀 있고
한쪽은 발전소에서 나오는 고압선이 묻혀 있다
자동차가 검은 아스팔트길을 달린다
빵빵빵 똥구멍으로 총을 쏘아대며 길을 달린다
저 자동차도 전기의 힘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전기 자동차가 조용히 길을 달린다
자세히 보니 배터리에 연결된 발전소가 돌고 있다
날이 밝아 오니 바닷가의 발전소가 훤히 보인다
발전소 굴뚝이 오늘도 하늘에 대포를 쏘아대고 있다
트로이 목마가 이호해수욕장에 나타났다
해안선 쓰레기 밧줄에 끌려 온 트로이 목마
조랑말 등대로 유명한 이호테우해변에 글쎄
거대한 트로이 목마가 나타나 바다를 보고 있다
누가 저 거대한 목마를 끌고 온 것일까
바다가 토해놓은 쓰레기를 잔뜩 먹은
저 트로이 목마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저 목마의 배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사람들은 폭죽놀이를 하며 닭다리를 뜯고
술에 취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온 힘을 다하여 토해놓은 파도만이 아는 듯
상심한 얼굴을 하고 숨을 죽이고 있다
사람들은 곧 쓰레기 폭탄이 터질지도 모르고
트로이 목마를 더 높은 쓰레기 산으로 끌고 가려고 한다
아, 시간이 없는데, 티핑 포인트가 가까워지고 있는데
사람들은 여전히 술에 취해서 춤만 추고 있구나
저 트로이 목마는 이제 곧 본색을 드러내고
우리들의 모든 해수욕장으로 불러오리라
우리들의 모든 해안으로 출몰하여 공격하리라
그러기 전에 우리가 먼저 깨어나야 하리라
살고 싶거든 우리가 먼저 깨어나야만 하리라
쓰레기만 먹고사는 저 트로이 목마를 이기기 위해서는
하루라도 빨리 쓰레기가 없어져야만 하리라
트로이 목마를 굶겨서 쫓아내야만 하리라
그래야 비로소 바다가 살아나고 우리도 함께 살 수 있으리라
아, 오늘도 트로이 목마는 먹이를 찾고 있는데
발전소 굴뚝에서는 별을 향해 미사일을 발포하고 있구나
하늘에도 발전소가 있고 땅속에도 발전소가 있다 땅속에 살고 계신 어머니께서도 이제는 별빛을 만들고 계신다 땅속의 소식을 밤낮없이 전해주는 나무 발전소, 마그마가 가득 차올라 폭발을 준비하고 있다
하느님과 어머니와 내가 발전소에서 별빛을 만들고 있다 별빛을 켜고 꽃빛을 켜고 눈빛을 켜고 있다 반짝 반짝 반짝, 하느님과 어머니와 내가 발전소에서 그리움을 송전하고 있다 세상에는 발전소 아닌 곳이 없다
스스로 스위치를 올려 환해지는 봄꽃들
세상이 온통 환하다
스위치 올리는 손길이 더욱 아름답다
자, 이제 그대가 스위치를 올릴 차례다
어린 시절부터 나는
흙이 놀라 자빠지는 것을 보았다
쟁기가 지나가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그럴 때마다 나는
왼쪽 가슴을 움켜쥐고 함께 쓰러졌다
토성에서 온 나는 흙의 가슴으로 살았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호미 하나로 농사를 지었다
가난했지만 지금은 반월산 흙집에서 잘 산다
요즘 사람들은
호미로는 만족하지 못한다
괭이나 쟁기로도 만족하지 못한다
옆 밭에서 트랙터로 갈아 뭉개고 있다
놀라 자빠지는 것을 넘어 아비규환의 표정이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흙의 목숨은 겨우 붙어 있다
곁에서 포클레인이 길을 만들고 있다
흙과 함께 살아가는 모든 숨탄것들 몰살시킨다
검은 아스팔트의 공동묘지 위로 사람들은 달린다
흙에서 온 사람들은 흙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불 속으로 뛰어든다
서귀포 성읍 민속마을에는
천 년을 살아온 느티나무가 있다
육백 년을 살아온 팽나무 몇 그루
자식처럼 거느리고 다정하게 산다
천 살 먹은 나무 한 그루 아직도 잘 산다
맨 처음 태어난 밑동은 천 년을 살았다
그다음 태어난 가지는 999년을 살았다
그다음 태어난 가지는 998년을 살았다
작년에 태어난 가지는 2년도 살지 못했고
올봄에 태어난 가지는 돌도 지나지 않았다
천 년 된 나무는 한 늙은이가 아니다
천 살 드신 어르신부터
이제 막 하늘을 기어 다니는 아기까지
오손도손 함께 살아가는
우리들의 가장 아름다운 고향 마을이다
천 세대의 나무가 아직도 한 동네에 살고 있다
천 살 먹은 나무 한 동네가 다 함께 잘 살아간다
성읍 민속마을 나무 아래서 나무를 본다 나무 아래서 나무(鑼舞)를 보고 나무(南無)를 한다 나와 무(無)가 함께 보인다 나보다 없음이 더 잘 보인다 육백 년 된 팽나무는 처음부터 육백 살이 아니었다 천 년 된 느티나무는 처음부터 천 살이 아니었다
타클라마칸 사막에 숲과 강이 있었다
4천 년의 깊은 잠에서 깨어난 미라들
호양나무 숲에서 새들과 노래하고
타림강에서 배를 타고 사막을 건넌다
소하묘 유적지 천 개의 관들은
호양나무로 만든 배들이 뒤집힌 것들
죽은 사람들은 하늘로 배를 타고 간다
소다리 힘줄로 만든 활을 둘러매고
숲을 헤매다가 밀밭에서 익어가던 그들
털로 만든 모자를 쓰고 가죽 부츠를 신고
청동 장식과 옥과 나무인형을 좋아하고
속눈썹이 길고 눈과 코와 입이 예뻤던 그들
소와 족제비와 마황을 믿었던 그들은 지금,
비파소리처럼 타클라마칸의 모래들이 쌓인다
살아있는 사람들의 생활은 모래에 묻히고
보이는 것은 바람의 길이 새겨진 모래의 실크로드
타클라마칸 사막에도 푸른 오아시스와
푸른 호양나무 잎들이 춤을 추고
강에서 물고기를 잡고 숲에서 사냥을 하던
소와 양을 키우고 밀농사를 짓던 사람들
호양나무 잎들과 모래가 켜켜이 쌓인 지층
두꺼운 모래를 덮어쓴 사막 위로 바람이 펄럭인다
4천 년을 견디어 살아남은 호양나무
사막을 건너서 푸른 하늘을 건너와
저마다 새로운 땅에 여린 싹을 내밀어
푸른 옹달샘이 된다, 오아시스가 된다
아, 푸른 호양나무 숲이 되살아나고 있다
심우도(尋牛圖) 속으로 걸어간다 흰 소는 보이지 않고 검은 소들이 있다
소들이 소나무 아래 모여 있다 멍에도 코뚜레도 없다 숲에서 뜯어먹은 풀을 되새김질하며 서로의 눈빛을 본다 서로의 등을 핥아주는 소도 있고 죽비처럼 꼬리로 엉덩이를 치는 소도 있다 새로 발견한 풀밭을 알려주는지 귓속말을 속삭이는 소도 있고 조용히 바다를 바라보는 소도 있다
나도 소를 길렀다 나는 늘 길을 들이려고 했다 내가 기르는 소는 코뚜레를 하였고 멍에를 하고 쟁기질을 해야 했다 갱본에서 쉬는 동안에도 말뚝에 박혀 있어야 했다 나의 소는 소나무 그늘에서 쉬어보지 못했다
나는 흰 소를 타고 구멍 없는 피리를 불 생각만 하였다 소와 함께 놀아줄 생각은 하지 못했다 내가 소를 업어 줄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소들이 다시 숲으로 들어간다 소는 걸어가면서도 텅텅텅 똥을 잘 싼다 풀을 먹고 자란 소들이 풀에게 밥을 준다 나도 소나무 그늘에 앉아 바다를 보다가 소들이 들어간 숲으로 따라 들어간다
숲에서 비명소리가 들린다 전기톱 돌아가는 소리가 귀를 찢는다 소나무가 없어져야 땅값이 오른다며 소나무를 죽이고 있다 그해 겨울의 숲처럼 숲은 온통 소나무 무덤이 된다
숲에 소나무가 없다 소들이 함께 모여서 쉴 곳이 없다 가시덤불 속에서 가시에 찔리며 소들이 서 있다
소들은 고개를 숙이고 있다 어렵게 새로 돋아나는 소나무 새싹에 콧김을 불어넣는다
나는 심우도(尋牛圖) 밖으로 나와 심우도(心牛圖)를 그린다
심재산방에서 보니
나와 식물이 하나로 보인다
마음을 굶겨보니
몸의 속까지 다 보인다
나무의 뿌리는 땅 속에 있고
사람의 뿌리는 가슴속에 있다
나무의 뿌리는 머리카락처럼 무성하고
사람의 뿌리는 알뿌리처럼 둥그렇다
알뿌리 같은 심장이 땅에 묻혀도
나의 가슴에는 피가 잘 돌아
나의 생각은 나무처럼 무성하게 잘 자랄 것만 같다
너덜너덜한 대동맥판막, 망가진 심장도
땅 속에서는 뿌리를 잘 내릴 것만 같다
좌망정에 앉으니
계곡에 숨겨놓은 배도 보이고
늪에 감추어둔 그물도 보인다
월라봉에서 날아오는 학의 긴 다리도 보이고
바다로 날아가는 오리의 짧은 다리도 보인다
산방산에 눌러앉은 구름도 보이고
강정으로 실려 가는 마징가 같은 케이슨도 보인다
심재산방 좌망정에 앉아 눈을 감으니
나무 기둥을 타고 올라가는
천 년의 강물에 빈 배 하나
하늘을 향해 가고 있다
빈 배 가득 하늘이 실려 간다
꿈속에서 보았던 흰 사슴을 찾아 백록담으로 간다
11월 11일 농업인의 날, 서울 G20 정상회의가 있는 날, 나는 세상과 손잡고 나란히 걷지 못하고, 설문대할망을 찾아 한라산으로 간다 삼승할멈과 자청비를 찾아 한라산으로 간다
엉덩이에 바퀴를 달고 앉아서 달려 올라간다
앞차 엉덩이에서 나무의 영혼이 검게 피어난다
깊은 땅속에서 끌려 나온 아스팔트와 다시 만난다
자동차들은 바퀴의 힘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나무 조상들의 억울한 죽음으로 가는 것이다
나무의 영혼은 아스팔트, 뼈의 살이 되지 못한다
먼 옛날 땅속에 있던 거대한 발전소가 폭발하였다
바다가 뒤집히고 땅이 뒤집히고 나무들이 묻혔다
체르노빌원자력발전소에서 방사능이 유출되듯,
용암이 분출되고 지상의 생명들이 땅속에 묻혔다
그렇게 묻힌 것들이 석탄이나 석유로 부활하였다
성판악 휴게소가 미어터진다 양쪽으로 길게 늘어선
자동차 행렬, 더 이상 산을 오를 수 없는 바퀴들
인간이 만든 바퀴들은 더 이상 산을 오를 수 없다
신이 만든 큰 바퀴로 갈아타야만 산에 오를 수 있다
한미 FTA 재협상이 잠시 결렬되어도, 관세가 없어지듯 국립공원 입장료가 없어지고, 신들의 거처 한라산이 몸살을 앓고 있다 설문대할망이 물을 마시던 물 대접, 사라 오름이 열흘 전에 전면 개방되고, 사람들이 이제는 개밥그릇처럼 발로 걷어차기 시작한다
한라산이 좋다 한라산 여신들이 참 좋다
그래서 나는 들병이처럼 여신들을 따라나선다
한라산 아래쪽에 오름이 많다 신들의 밥그릇이 엎어져있다
길에서 길로 태어난 나도 성판악 약수터에서 에너지를 보충한다 작은 수차라도 하나 있으면 참 좋겠다 성판악 탐방로 입구에는 단풍이 한창이다 불타는 불덩어리가 붉고 노랗고 푸르다 거대한 불덩어리가 발전소 보일러 속이다 여신들이 잘 보이지 않는 한라산은 이제 나무들의 발전소가 되었다
물은 불을 만들고 불은 물을 만든다
제주 여신들이 옥황상제 만나러 갈 때, 가장 많이 이용했을 것 같은, 완만해서, 유람하듯 오르내렸을 것 같은 성판악 탐방로, 동아줄이나 사다리가 아니라 구름길 같이 편안한 길, 여신들의 발자국을 따라 구름길로 들어선다
몸속의 발전소가 부실하여 나는 세상의 속도가 아니라 나의 속도에 맞추어 걸어야만 한다 나는 언제나 동료들과 함께 오를 수 없다 세상과 함께 손잡고 나란히 동행할 수 없어서 시인이다 천천히 나의 속도를 찾아서 올라간다
입구가 문제다 나에게는 언제나 초반부가 문제다 땀 한 번 흥건히 흘리면 그때서야 한결 가벼워진다
졸참나무 굴참나무 갈참나무 서어나무 군락이다
위쪽은 벌써 잎이 다 떨어졌다
불 꺼진 발전소 보일러 속이다
나무 기둥들이 발전소 보일러 튜브처럼 나란히 서 있다
낙엽 쌓인 길 가로 모노레일이 따라 오른다 바퀴가 아니라 톱니가 올라간다 세 칸 열차에 사발면과 삼다수 물병이 실려 간다 한라산 여신들도 이제는 컵라면으로 연명하는 것일까 나도 한때 날마다 산을 오르내리던 때가 있었다 날마다 지게질을 하던 때가 있었다 산에서 땔나무를 짊어지고 내려오던 때가 있었다 산밭에서 감자와 고구마와 참깨를 지고 내려오던 때가 있었다
길 가 나무들이 쓰러져 뿌리를 드러내고 있다
깊게 뿌리내리지 못해서일까 길 가에 있어서일까
숲 속에 누워 천천히 죽음으로 스며드는 나무도 있다
야위어가면서도 제 가슴속에
붉은 단풍나무 한 그루 키우는 주검도 있다
나무의 주검은 죽음이 아니라 벌레들의 밥과 집이다
바스락바스락 나무들의 똥을 밟는다
나무들이 엉덩이를 까고 앉아 똥을 누고 있다
기생충 검사용 변봉투 같은 낙엽들
바스락바스락 낙엽을 밟는다 똥을 밟는다
나무들이 엉덩이를 까고 앉아 똥을 눕는다
뒤샹이라는 사람이 미술관에 전시했다는 변기를
나는 다시 가져와 한라산 은밀한 곳마다 두고 싶다
나의 시는 이제 나의 삶을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시가 나의 삶까지 변화시켜 주기를 바란다
올해는 도토리가 많이 열리지 않았다
참나무 위에는 겨우살이 열매가 붉어지고 있다
참나무는 살아서도 제 몸에 다른 나무를 키울 줄 안다
제주조릿대 군락이 나온다
풍차 날개 같은 조릿대가 흔들리고 있다
바람개비가 빛나고 있다 바람개비가 돌고 있다
그 사이에서 노루 한 마리 나를 지켜보고 있다
꿈속에서 보았던 흰 사슴은 아직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백록담으로 가지 않고 사라오름으로 간다
백록담은 백록에게, 백록이 살도록 남겨두고 싶다
사라오름 분화구에는 햇살만이 빛나고 있다 설문대할망도 보이지 않고 삼승할망도 보이지 않고 자청비도 보이지 않는다 빈 접시만 하나 있다 빈 접시 하나 깨끗이 비워져 빛나고 있다
빈 접시 테두리를 빙 돌아서 전망대에 오른다
빛나는 빛의 테두리를 돌아서 전망대에 오른다
전망대 위에서도 여신들은 보이지 않는다
올레길이 보이고 서귀포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저 멀리 거대한 나무들이 서 있다
풍력발전기 날개가 바람을 물레질하고 있다
2월에만 온다는 바람의 여신 영등신이
아직도 떠나지 않았다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영등신의 옷자락이 풍차의 날개를 돌리고 있다
멀리 거대한 나무 발전소가 풍차를 돌리고 있다
더 멀리 바다에서 태양광발전소가 빛나고 있다
태양전지 모듈이 빛나는 태양빛을 모두 흡수하고 있다
더 멀리,
그 너머로 이어도가 보인다 서천꽃밭이 보인다
흰 사슴 한 마리 이어도에, 서천꽃밭에 살고 있다
1. 시인의 상상력과 녹색혁명으로 지구를 살리자
왜 전기자동차는 발전소에서 전기를 훔쳐서 쓰는가 발전소는 왜 아직도 죽은 영혼을 다시 태우고 있는가 자동차는 스스로 가야만 자동차가 아닌가 모든 유리창은 이제 태양빛을 저장할 수 있어야만 한다 투명한 유리로도 태양빛으로 전기를 만들어야만 한다 이제 하늘에 있는 굴뚝 없는 발전소에서 전기를 끌어다가 쓰자 모든 건축물은 이제 스스로 에너지를 자체 생산하도록 하자 모든 자동차도 이제 스스로 움직일 수 있어야만 한다 부관참시의 현장이었던 화석연료 발전소는 당장 폐쇄하라 이제는 모두 태양빛으로 빛을 밝히고 숨을 쉬도록 하라 이제는 모두 바람으로 숨을 쉬고 여행을 하도록 하라 우리 인간들은 할 수 있다 반드시 할 수 있다 기술혁신과 수소 혁명으로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라 시인의 상상력과 녹색혁명으로 무혈 입성하라
2. 별빛과 불빛과 반딧불이
징검다리 건너 외딴집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대문도 울타리도 없는 우리 집은 개밥바라기별이 먼저 저녁을 밝혔다 어머니는 보름달을 이고 징검다리 건너오셨고 아버지는 평생 구들장만 짊어지셨다
겨울은 추웠고 산에는 눈이 쌓여 있었다 손과 발이 트고 갈라져도 꿩과 산토끼를 잡고 물고기를 잡았다 아무리 잡아도 뱀과 개구리는 줄어들지 않았고 보리들은 눈을 덮고 서로의 온기를 나누었다
호롱불도 마음대로 켜지 못하던 외딴집 같은 나는, 함께 모여서 정답게 살아가는 보리밭 같은 이웃 동네의 전깃불이 부러웠다 누나와 형들은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돈을 벌기 시작했다 나는 중학교는 꼭 가고 싶었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물오리를 기르고 지게질을 하였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나도 돈을 벌고 싶었다 국어선생님께서는 기어이 나를 고등학교까지 등을 밀어주셨다 학비도 기숙사비도 모두 무료였다
남몰래 앓아온 선천성 심장병의 가슴에 시의 꽃이 피기 시작했다 해인사로, 백련사로, 부천에 있던 학생회로, 인력시장을 거쳐 남산의 예술대학으로 갔다 밤새 남산 순환도로를 걸어올라 서울타워 불빛 같은 시를 찾아 헤매었다 남대문 시장과 서울역 지하도를 돌며 명동성당 같은 시를 찾아다녔다 선천성 심장병은 그렇게 나를 시인으로 만들었다
왼쪽 가슴을 안고 쓰러진 나는 심장병과 이별하기 위하여 발전소에 들어갔다 발전소에서 빛나는 별빛을 만들어 세상으로 내보내기 시작하였다 처음에 나는 불빛이 별빛으로 보였다 불빛은 결코 별이 될 수 없음을, 세상은 별빛보다 휘황찬란한 불빛에 환호하고 있었다
석탄과 석유는 우리들의 먼 조상임을 알았다 나무들의 조상과 생명들의 조상임을 알았다 발전소에서 아우성소리가 들렸다 죄 없이 죽은 조상들을 부관참시하는 집행관이 되었다 나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반짝이는 불빛들은 죄 없이 다시 한번 불태워지는 영혼의 아우성이었다 고이 잠든 시신들을 꺼내어 불태우는 만행을 저지른 나는 망나니였다 세상은 미친 듯이 정신없이 돌기 시작했다 불타는 나무들의 울부짖음에 정신이 퍼뜩 들었다
나는 다시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차도 버리고 걸어서 다니기 시작했다 숲으로 들어가 숲으로 살기 시작했다 내가 스스로 숲이 되었다 숲 위에 집을 짓지 않고 숲 속에 보이지 않는 집이 들어섰다 집은 보이지 않고 숲으로 보였다 나의 집은 새집처럼 숨어있었다 나는 숲 속의 옹달샘이 되었다 석유도 플라스틱도 없는 숲이 되었다 내가 사는 숲에는 이제 다시 새들이 알을 품고 별빛을 낳았다 내가 사는 숲은 다시 반딧불이 세상이 되었다
내가 사는 반딧불이 세상에는 이제 다시 불빛이 꺼지고 별빛들이 내려와 함께 살아간다 불의 노래를 잠재우는 물의 노래가 울려 퍼진다 쌓이지 않던 겨울눈도 다시 쌓여 숲의 짐승들도 따뜻하게 잠을 이룬다 새하얀 눈 이불을 덮은 보리 싹들도 서로의 온기를 나눠주며 고요히 꿈속으로 들어가서 쉰다
내가 살고 있는 반딧불이 세상에는 숲과 나무가 주인이다 그리하여 수표나 지폐보다 나뭇잎 한 장이 더욱 소중한 거름이 된다
* 반딧불이 숲의 원칙
1. 사람이 태어나거나 숲에 들어오면 그 사람의 나무를 한 그루 심어준다
2. 그 아이가 성장하거나 새로 들어온 사람들은 자신의 나무를 스스로 돌본다
3. 절망이 깊어지거나 슬픔이 많아지면 자신의 나무를 찾아와서 위로를 받고 회복한다
4. 성년이 되거나 들어온 사람이 안정을 되찾으면 자신의 나무를 스스로 한 그루 더 심는다
5. 대부분의 어른들은 두 그루, 자신의 나무를 돌보며 삶의 동반자로 나무와 함께 살아간다
6. 죽음에 가까워지면 나무 한 그루 베어 자신의 자서전이나 기타 자신의 역사를 기록한다
7. 숲에는 무덤 대신 도서관이 있는데, 그 도서관에 죽은 사람들의 기록물을 보관한다
8. 죽음이 오면 살아서 함께했던 자신의 나무 아래서 자신의 나무로 새롭게 부활한다
9. 가끔 조상들의 나무를 찾아와서 소풍을 즐기거나 나뭇잎 한 장 책갈피에 넣고 돌아간다
10. 제사를 지내는 대신에 도서관에 와서 조상들의 이야기를 읽거나 삶의 지혜를 배운다
3. 공범자
기상 이변을 넘어
기후 재난이 시작되었다
지구가 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땀을 흘리고 오한이 시작됐다
체온이 오르면서 기침을 한다
기가 막히고 피가 잘 흐르지 않는다
물이 돌지 않아서 한쪽에서는 가뭄이 심하고
한쪽에서는 물 폭탄이 떨어져 대홍수가 난다
목이 마르고 열이 오른다
목마른 산에서는 대형 산불이 지속된다
수증기는 올라가서 대기권에 갇힌다
갇혀있는 구름들은 뭉쳐서 폭우로 쏟아진다
바다의 수온이 오르니 해류도 바뀐다
바닷속 생물들이 죽고 바람의 방향도 바뀐다
행방이 묘연하다
빙하가 녹는다는 것은
북극곰만의 문제가 아니다
펭귄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영구동토층이 녹는다는 것은
티핑 포인트를 넘고 있다는 증거다
참으로 어마어마한 재앙이 시작되었다
나도 공범자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학살 공범자들처럼 나도 분명한 공범자다 공범자임을 알아야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 더구나 나는 대역 죄인이다 나는 발전소에서 삼십 년 넘도록 부관참시를 집행한 공범자다 이제 와서 나무 몇 그루 심는다고 하늘 같은 나의 죄가 씻어질 수는 없으리라 하지만 지금이라도 더 늦기 전에 용서를 빌어야만 하리라 어머니를 죽음으로 몰고 간 공범자다 공범자임을 알고도 반성하지 않으면 더욱 큰 벌을 받으리라 산업혁명 이후의 모든 사람들은 공범자가 분명하다 자, 이제라도 우리는 멈추어야만 한다 빙하가 더 녹기 전에 멈추어야만 한다 영구동토층 얼음들이 더 녹기 전에 반드시 멈추어야만 한다 이산화탄소보다 더 무서운 메탄이 나오지 못하도록 동토층의 얼음을 다시 얼려야만 한다 감옥의 문이 열리면 끝장이다 메탄이 풀려나면 우리들은 불구덩이의 감옥 속에서 멸종되고 말리라
제주도가 카본프리아일랜드 2030을 선포한다
내가 먼저 탄소 없는 유토피아를 선언한다
이어도공화국을 만들기 시작한다
시급하게 석탄과 석유를 바이오중유로 바꾼다
바이오중유를 다시 바람과 태양으로 바꾼다
자동차도 버리고 회사 곁으로 이사를 한다
밭에 농막을 짓고 밭을 숲으로 바꾼다
육식을 채식으로 바꾸고 나무를 심는다
나무들과 함께 살면서 나도 나무가 된다
나무 아래서 명상을 하는 나무가 된다
나는 죽어서도 나무가 되고 싶다
가난한 후손들과 함께 호흡하는 산소가 되고 싶다
지구의 체온은 이미 1도씨 올랐다 2도씨까지 오르면 우리들은 끝장이다 재앙은 이미 시작되었다 제주바다의 생명들이 죽었고 한라산 구상나무들이 죽었다 그 많던 톳과 미역과 감태와 모자반이 사라졌고 자리돔과 방어가 떠나가고 있다 한라솜다리와 한라송이풀이 사라지고 소나무와 구상나무들이 쓰러지고 있다 기후악당, 탄소와 메탄이 우리들의 하늘을 포위하고 있다 우리들은 이제 온실가스 속에서 어떻게 탈출할 수 있을까 지구는 얼굴을 바꾸고 어떻게든 다시 살 수 있으리라 우리 인간들은 끝끝내 살아날 수 없으리라
우리들은 너무 많은 길을 만들었고
우리들은 너무 많은 사람을 만났다
우리들은 너무 많은 것을 생산했고
우리들은 너무 많은 것을 소비했다
우리들은 이제 길을 지우고 멈추자
우리들은 이제 방에 앉아서 숨 쉬고
우리들은 이제 몇몇 사람만 만나고
우리들은 이제 먹고 자고 먹고 자고
생산도 줄여보고 소비도 줄여보자
아픈 어머니 간호에만 집중을 다하자
확장에서 축소로 집단에서 개인으로
나머지 시간은 기도와 명상으로 지내자
길에서 길을 찾지 말고 안에서 길을 찾자
사랑하는 너와 나만 있어도 행복하다
사랑하는 우리만 있어도 충분히 좋다
나는 나무를 심고 당신의 숨결을 호흡한다
지금까지 사람들은 너무 바빠서 망했다
지금까지 사람들은 너무 열심히 살아서 망했다
열정적인 사람들이 주목받는 시대였다
열정적인 사람들의 성공적인 출세 길이
우리들의 지구별을 뜨겁도록 달구었다
일 퍼센트 사람들이 십오 퍼센트를 달구었다
십 퍼센트 사람들이 오십이 퍼센트를 달구었다
빈곤층 오십 퍼센트 사람들은 겨우 칠 퍼센트만
지구를 달구었지만 가장 먼저 죽어가기 시작한다
힘 있고 권력 있는 자가 정의로운 것이 아니다
지구를 함께 살리는 자가 지금은 정의로운 사람이다
아직은 전기차도 친환경이 아니다 지금은 전기가 주범이다 보이지 않는 전기가 기후 악당이다 전기부터 빨리 바꾸어야 한다 석탄과 석유를 더 이상 무덤에서 꺼내지 말아야만 한다 붉은 지구를 다시 푸른 지구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잠시 멈추어서 돌아보아야만 한다 뜨거워진 이마를 짚고 쓰러지는 어머니를 돌보아야만 한다 우리들의 어머니를 반드시 살려야만 한다
우리들은 끝까지
공범자가 될 것인가
공유자가 될 것인가
탄소 발자국이 지금도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4. 우리가 사는 지구는
우리가 사는 지구는
일회용 쓰레기가 아니다
우리를 낳아준 어머니는
일회용 쓰레기가 아니다
우리가 태어난 고향은
일회용 쓰레기가 아니다
우리가 사는 지구는
일회용 콘돔이 아니다
우리를 낳아준 어머니는
일회용 생리대가 아니다
우리가 태어난 고향은
일회용 휴지가 아니다
우리를 살리는 사랑은
일회용 건전지가 아니다
우리를 보살피는 사랑은
일회용 도시락이 아니다
우리를 기다리는 사랑은
일회용 손난로가 아니다
내가 너의 일회용 젓가락이 아니듯
너는 나의 일회용 숟가락이 아니다
오늘도 푸른 숲이 하늘을 떠먹는다
내일도 푸른 바다 바람을 떠먹는다
지구는 오늘도 너를 향해 돌아가고
나의 마음은 내일도 너에게로 간다
기울어진 지구에 귀를 기울이니
누군가 자꾸만 붙잡는 소리 들린다
5. 열이 오른다
열이 오른다 체온이 오른다
티핑 포인트에 가까워지고 있다
어머니가 뜨거워진 이마를 짚고 쓰러진다
어머니가 발전소 굴뚝을 가리키며 쓰러진다
부관참시당하는 식물들과 동물들의 아우성이 피어오른다
삼억 년 전에 죽은 식물들의 시체, 석탄이 태워지고 있다
고대 물고기들과 플랑크톤의 시체, 석유가 태워지고 있다
지구는 더워져서 곧 여섯 번째의 대멸종을 예고하고 있다
백오십억 년 전에 빅뱅이 있었다 오십억 년 전에 태양이 생겨났다 사십오억 년 전에 지구가 태어났고 동생인지 자식인지 모를 달이 태어났다 사람들은 해와 달을 본다 어머니 등에 업혀 해와 달을 본다 어머니는 너무 가까워서 잘 보지 못한다 코끼리 만지는 장님이 된다 업어주고 안아주고 젖을 주는 어머니, 하나뿐인 푸른 별을 잘 알지 못한다 사람들은 부모님 살아계실 때, 마음을 잘 헤아리지 못한다 돌아가신 다음에 겨우 깨닫고 운다 어머니께서 지금 많이 아프시다 아픈 어머니 가슴에 지금도 못을 박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우리는 하나뿐인 지구를 살려야만 한다 사람들은 지금도 어머니의 목을 조르고, 농약을 먹이고, 손발을 자르고, 얼굴에 비닐을 씌우고, 심장을 꺼내서 태운다 땅속 깊이 파일을 박고, 내장을 꺼내고, 독가스실로 밀어 넣고, 문을 걸어 잠근다 어머니의 눈물은 말라가고, 떠나버린 생명수는 돌아오지 않는다 사막으로 달려가는 숲에는 나무들이 목이 말라죽고, 어머니와 함께 우리들 또한 깊어지는 허기와 갈증으로 죽어가고 있다
개구리는 5도씨를 좋아한다
좋아하는 온도에서 잠을 깬다
목이 없어도 노래를 잘한다
5도씨의 물에 개구리를 넣고
서서히 온도를 올리면
개구리는 취해서 잘 논다
그렇게 75도씨가 되면
자신도 모르게 조용히 죽는다
지구의 체온은 서서히 올라가는데
개구리들은 취해서 노래만 하고 있다
놀란흙은 놀라서 비명을 지르고 있는데 사람들은 아직도 헛된 욕망으로 귀를 막고 지옥불 속으로 달려가고 있다 나 혼자만의 힘으로는 욕망의 전차를 멈출 수 없다 5 무(無) 농업만으로는 멈출 수 없다 서둘러서 깨어있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길만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길로 바꿀 수 있다
태양은 정규직이 분명한데
달과 별들은 정규직이 아니다
달은 날마다 출근을 하는데
근무시간이 조금씩 다르다
별도 날마다 출근을 하는데
하청업체 직원처럼 이름표가 없다
아무래도 밤에 출근하는 길들은
비정규직이 많아서 어둡다
어머니는 하루도 쉴 수 없어서
오래도록 비틸 수는 없을 것이다
6. 등이 환하다
오랜만에 빈 고향집에 돌아왔다
빈터에 꽃을 심다가 허리를 폈다
깨벅쟁이 친구 어머니가
감나무 아래 샘터에서 목욕을 하고 계신다
어머니와 친구는 오래전 흙이 되어
등목을 할 수 없다
나의 등과 친구 어머니 등에 손이 닿지 않는다
가만히 다시 내려다보니
내가 심은 꽃들이 등을 내밀고 있다
더 늦기 전에
뼈만 남은 저 감나무 말벗이라도 되어야겠다
7. 호양나무와 천년 폭낭
어둠 속에 쪼그리고 앉아 흐느끼는 이가 있다
어둠에 기대어 속 깊이 흐느끼는 나무가 있다
나는 그들에게 조용히 다가가 어깨를 다독인다
추석이 다가오니 설움이 더 북받치는 것이리라
그들에게는 참으로 억울한 조상들이 있다
그 억울함 때문에 후손들은 더욱 슬프다
먼 옛날 땅과 바다가 한꺼번에 뒤집혔다
지상의 나무들이 한꺼번에 땅 속에 묻혔다
바다의 생물들까지 한꺼번에 깊숙이 묻혔다
죄 없어도 느닷없이 몰살당한 기억이 많다
그렇게 몰살당한 나무들은 석탄이 되었다
그렇게 몰살당한 생명들이 석유가 되었다
아, 어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가슴이 새까맣게 타버린 억울한 영혼들
제주도에서도 베트남에서도 맹골수도에서도
아우슈비츠에서도 그렇게 몰살당한 영혼들
합동 천도재로도 부족할 판에 부관참시라니,
하늘을 찌르는 저 무서운 원망 어찌할까나
한없이 착하기만 했던 그들을
수장으로도 부족해서
능지처참도 부족해서
부관참시도 부족해서
이제는 아예 집단 화형이라니,
밤낮없이 죽은 시신들을 꺼내 와 태우는 발전소
밤낮없이 부관참시에 화형까지 집행하는 발전소
발전소 굴뚝으로 겨우 빠져나오는 억울한 영혼들
참다가, 참아보다가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이제는 결국 복수를 결심하고 하늘을 뒤덮는구나
그래도 한결같이 저 착한 나무들은
가장 사랑하는 이들이 사람이라서
우리 사람들에게 미리 속삭여주는 것이리라
억울한 이들의 저주가 하늘을 뒤덮어
너와 내가 모두 서서히 망하여
다 함께 죽기 전에 길을 알려주는 것이리라
우리들이 함께 살 길을 알려주는 것이리라
그리하여 나는 더 늦기 전에 서둘러
내가 들은 나무 이야기를 세상에 알려야만 하리라
내가 들은 짐승들 이야기를 알려 구해야만 하리라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살아갈 천년 폭낭이 될 것인가
아니면
타클라마칸 사막에 묻혀버린 호양나무가 될 것인가
우리는 기후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있다. 온실가스가 주범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온실가스를 너무 많이 배출한 우리 모두가 공범자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 따라서 우리들은 그 해결책도 이미 알고 있다. 이제 실천할 일만 남았다. 기후 재앙은 지금 우리들에게 가장 절실한 문제가 되었다. 연간 배출량 510억 톤의 온실가스를 2050년까지 0으로 없애야만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 중 각각의 인간 행위가 차지하는 비중은 다음과 같다.
1. 제조업 : 무엇인가를 만드는 것 (시멘트, 철, 플라스틱 등) 31%
2. 전기 생산 : 전기 (전력 생산) 27%
3. 사육과 재배 : 무언가를 기르는 것 (식물, 동물, 특히 소, 축산) 19%
4. 교통과 운송 : 어딘가로 이동하는 것 (비행기, 트럭, 화물선 등) 16%
5. 냉방과 난방 : 따뜻하고 시원하게 하는 것 (냉난방시설, 냉장고) 7%
*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기라고 말을 할 수 있다. 전기자동차, 전기버스, 냉난방시스템, 여러 공장들도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석유나 천연가스 대신에 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깨끗한 전기만 만들 수 있다면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지금도 너무 많은 전기를 석탄이나 석유 그리고 천연가스에 의존하고 있다. 참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화력발전소에서 전기를 만들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너무나 큰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지금이라도 당장 온실가스 배출 없이 깨끗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도록 정부와 회사와 소비자 즉,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것은 생존의 문제다. 더 이상 미루어서는 희망이 없다. 우리가 모두 함께 나서야만 한다.
가장 핵심적인 전기뿐만 아니라 제조업, 사육과 재배, 교통과 운송, 냉방과 난방 등에서도 온실가스 배출량 제로로 가기 위해서 함께 노력을 해야만 할 것이다. 우리는 또한 온실가스뿐만 아니라 공기오염, 수질오염, 토양오염과 같은 환경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우리 지구가 더욱 살기 좋은 곳으로 남아있을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만 할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우리 후손에게 빌려서 쓰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쓰레기 없는 지구로 잘 사용하고 깨끗하게 물려줄 책임이 우리에게는 반드시 있기 때문에 우리의 의무를 다해야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