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꿈삶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산 Jun 26. 2023

너에게 나를 보낸다 12




정방폭포




내가 살았던 이어도에는 서복 선생님도 함께 살고 계셨다

진시황제처럼 되지 않기 위하여 스스로 상머슴이 되셨다

이어도는 하늘에도 있고 바다에도 있고 수중에도 있었다

천국에도 있고 연옥에도 있고 지옥에도 있는 공화국이었다

이어도 사람들은 서복 선생님과 서귀포 이야기를 자주 했다

서귀포에서 가져온 불로초 씨앗으로 서천꽃밭도 만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고 싶었던 서복 선생의 꿈

나는 그런 꿈속에서 오십육 년 넘도록 살다가 산책을 나왔다

서복 선생님께서 정방폭포에 쓰셨다는 서불과지(徐市過之)

그 멀고도 아름다운 전설의 길을 따라서 걸어보고 싶었다

그리하여 나는 꼭 필요한 것들만 챙겨서 정방폭포로 간다




徐市過此(之) 서불과차(지)


서복(徐福), 또는 서불(徐巿)은 전국시대 진(秦) 나라의 인물. 자는 군방(君房), 서불(徐巿)이라고도 한다. 원래는 제(齊) 나라 사람이다. 기원전 219년, 방사로 진시황에게 중용되었고, 이후 명령을 받아 어린 남녀 수천 명을 데리고 동쪽으로 불로초를 구하러 갔지만 돌아오지 않았다.


서복에 관한 역사적 기록은 사마천 사기의 진시황본기뿐만 아니라 사기의 '회남형산열전', 진수의 정사 삼국지, 후한서 등에 나온다. 기록에 따르면 서복은 중국을 떠나 단주(亶洲) 또는 이주(夷洲)에 도달하였다고 나오는데, 중국에서 이주(夷洲)는 지금의 타이완을, 단주(亶洲)는 일본을 가리킨다고 주장한다. 또한 서복은 처음부터 불로초를 찾을 수 없음을 알고 아예 진시황의 손아귀를 벗어나 자기 나라를 세우기 위해, 일부러 용왕의 명을 빙자하여 어린 남녀 수천 명과 각종 기술자들을 요구하여 데리고 떠났으며, 동쪽 어느 섬에 자기의 왕국을 세웠다는 이야기도 있다. 동쪽으로 간 이후의 행방에 대한 전설로는 그가 일본, 대만 또는 제주도에 도달하였다는 전설이 있는데, 서복에 관한 전승은 동아시아 해안 지역에 널리 분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더 나아가서는 베링 해협을 건너 알래스카, 즉 아메리카에 도달했다는 전설도 있다.


서복이 다녀갔다는 의미의  서불과차(徐市過此) 혹은 서불과지(徐巿過之)는 글자가 서귀포시 정방폭포 옆에 새겨져 있다. 이 글자 자체는 2000년대 초에 중국인 관광객 유치 차원에서 주변 정리 사업을 할 때 새긴 것이며 원래는 폭포 절벽 어딘가에 새겨져 있었다고 하는데 현재는 그 위치를 알 수 없다. 2011년에 서귀포에서 글자를 찾아보겠다고 폭포 주변을 정밀 탐색했지만 발견되지 않았다. 






정방폭포 1 




나는 설문대하르방이 보고 싶었다

설문대할망의 남편이 보고 싶었다

오백장군의 아버지가 보고 싶었다

꿈속에서도 하르방을 찾아다녔다

한라산 백록담에서부터 내려왔다

애이리내 주변에 소나무들이 많다

나무들이 문섬과 섶섬을 보고 있다

조용하던 물소리가 갑자기 커진다

느닷없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바다로 나가서 한라산을 바라보니

설문대할망이 엉덩이를 까고 앉아

아, 시원하게 오줌을 누고 있구나!

설문대하르방은 언제 볼 수 있을까




정방폭포 2




여름 장마가 시작되었다

예부터 정방하폭()이라 하였다

<4.3과 평화> 표지에서도

정방폭포 물소리가 들린다

안쪽은 옛날 소리에 젖는다

전분공장, 단추공장, 창고들

물보라가 전분가루처럼 흩날린다

햇빛을 받으니 단추처럼 반짝인다

물줄기가 갑자기 삼베로 펄럭인다

무명천으로, 날아가버린 턱을 감싼다

무명천 할머니가 무명천을 풀고

무지개를 타고 창을 하기 시작한다

섶섬이 고수인지 문섬이 명창인지

득음한 목소리에 쩌렁쩌렁 울린다

정방폭포는 역시 여름이 제철이다




정방폭포 3




정방폭포는 대한민국 명승 제43호로 지정되었다

정방폭포는 한라산 남쪽 최대의 사삼 학살터였다

너븐숭이 순이 삼촌 목소리가 여기서도 들린다

순이 삼촌 소설이 창작오페라로 꽃을 피우는 동안

정방폭포 영령들은 이제 겨우 위령 공간 얻었네

절벽이 너무 높아서 아직도 올라오지 못하는 영혼들

아직도 바람처럼 파도처럼 허공을 떠돌고만 있네

사람들은 바다로 떨어지는 절경이라며 환호하지만

단추처럼 뚝, 떨어진 죽은 영혼들은 오늘도 눈물만,

정방폭포에 무지개가 자주 떠오르는 것은

그때 떨어져 죽은 영혼들이 다리를 놓는 소리

하늘로 올라가는 길에 자꾸 미끄러지는 흔적

울부짖으며 허우적거리며 토해놓는 붉은 울음

눈동자도 눈꺼풀도 모두 짓물러버린 피눈물

아,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 깊은 무지개의 목소리




정방폭포 4




폭포를 만나려면 어디가 좋을까

상류에서 만나는 것이 좋을까

하류에서 만나는 것이 좋을까


우리 인생에서

꼭 한 번 만나야만 한다면

초반부에 만나는 것이 좋을까

후반부에 만나는 것이 좋을까


흐르기만 하는 물은 폭포를 보지 못한다

떨어지는 물만이 절벽을 볼 수 있다


한라산을 내려오며 보았던

작은 폭포들을 돌아보면서

정방폭포 위에 다다른 물줄기

문섬과 섶섬이 있는 태평양을 본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아득한 높이를 가늠하며

온 힘을 다하여 날개를 펼치고 뛰어내린다




* 정방폭포를 쓰기 위해서 현지답사, 자료 조사 및 메모를 시작합니다. 







https://blog.naver.com/cheez509/223124878065

https://www.hani.co.kr/arti/area/jeju/1093736.html

https://v.daum.net/v/20230525113855130

https://culture.seogwipo.go.kr/seobok/index.htm

https://youtu.be/dp-DFIj-KN8


https://youtu.be/exovo2t9LjA

매거진의 이전글 너에게 나를 보낸다 1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