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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Jul 03. 2023

너에게 나를 보낸다 15




정방폭포 10 




발아래 길이 없어지는 순간

갑자기 날개가 돋아나기 시작했다

구름다리도 없었고

무지개다리도 없었다

폭포수는 빛이 되어 날기 시작했다

환한 빛 속에 구슬들이 반짝였다

하늘빛 구슬과 폭포수빛 구슬과

바다빛 구슬이 반짝이며 떨어졌다

푸르고 하얗고 파아란 빛의 구슬들

폭포수뿐만 아니라 모든 풍경이

노을빛으로 변하여 펄럭이고 있다

그 노을빛 풍경 속에서

베 짜는 소리가 들린다

무명천 할머니께서 달빛처럼 운다

무명천 할머니의 절창이

새가 되어 날아간다

뒤늦게 수의 한 벌 얻어 입은 영혼들

베틀소리 절창에 날개를 달고

푸른 하늘로 올라가 별빛으로 반짝인다




정방폭포 11




제주도는 어디라도 한라산에서 내려온 물이 흐르고

서귀포는 어디라도 문만 열면 태평양이다

우리들은 어찌하여 한라산에서 만나 정방폭포로 왔을까

서귀면에서도 오고 중문면에서도 오고 안덕면에서도 오고

대정면에서도 오고 남원면에서도 오고 표선면에서도 오고

산남지역 사람들은 어찌하여 이렇게 모두 이곳으로 왔을까

한라산은 어찌하여 이렇게 태평양이 되었을까

제주도는 어찌하여 이렇게 태평양의 날개가 되었을까




정방폭포 12




정방폭포, 화두 하나 들고

행주좌와어묵동정으로 수행하니

나도 모르게 나는 정방폭포가 된다

폭포가 되어 깊이 바라보니

절벽을 기어오르는 다슬기들이 있다

큰 물에 떠내려간 저 다슬기들은

언제쯤 올라가 다리 아래서 쉴 수 있을까

폭포수가 되어 깊이 뒤돌아보니

서복 일행이 왔다가

내 몸 절벽에 '서복과차' 새기고

떠나간 그 옛날의 사람들도 생각이 나고

난리가 나서 많은 사람들이 끌려와

총을 맞고 붉은 피를 흘리며

나와 함께 떨어지던 비명소리도 들리고

동광 사람들이 찾아와서 시체를 찾지 못하고

영혼만 모셔가서

헛묘를 만들었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그 후로 온몸에 바느질 자국이 선명한

선인장 마을에서 왔다는 무명천 할머니가 와서

손수 만든 수의 한벌씩 입혀주던 생각도 나고

너븐숭이 옴팡밭에서 왔다는 순이 삼촌이

정방폭포 아래에서 뼈라도 찾아보겠다며

호미질을 하던 일도 생각이 나고

곁에 있던 단추공장과 전분공장은 없어지고

그 자리에 불로장생을 꿈꾸는 서복전시관이 들어서고

섶섬과 새섬과 문섬과 범섬을 지나

저 먼바다에서는 오늘도 윤슬로 반짝이고

나도 따라서 바다에서 돌아보면

나의 고향 같은 백록담이 보이고

더 먼 고향 같은 하늘도 보인다

나는 오늘도 정방폭포가 되어

걷고 머물고 앉고 눕고 말하고 침묵하고 움직이고 가만히 있어도 때와 장소도 가리지 않는 선이다

행주좌와 어목동정(行住坐臥 語默動靜) 무시선 무처선(無時禪 無處禪)








정방폭포는 천제연폭포, 천지연폭포와 더불어 제주도 3대 폭포라고 불린다. 높이 23m, 너비 8m에 깊이 5m에 달하며, 국내에선 유일한 뭍에서 바다로 직접 떨어지는 폭포다. 서귀포 시내에서 버스로 15분 거리에 있다. 입구의 매표소에서 표를 구매하고 소나무가 있는 계단을 따라 5분 정도 내려오면, 햇빛이 비쳐 은하수 빛깔로 변하는 정방 폭포를 볼 수 있다. 멀리서도 시원한 폭포 소리가 들리고, 폭포 양쪽으로 주상절리가 잘 발달한 수직 암벽도 볼 수 있다. 한라산에서 내려와 서귀포 시내를 관통하고, 바다 앞으로 하얗게 떨지는 정방폭포의 모습은, 외국의 거대 폭포처럼 웅장하진 않지만, 자연과 조화롭게 어울리며 단정하게 떨어지는 모습이 전통 수묵화를 감상하는 느낌을 준다.


1995년 제주기념물 제44호로 지정되었다가 2008년 국가 명승 제43호로 승격되었다.



  정방폭포의 한쪽 석벽에는 '서불과차'라는 글이 새겨져 있는데, 이에 관해서는 다음과 다음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아주 옛날 중국 진시황은 세상을 모두 자기의 손아귀에 넣고 권세를 누리며 부러울 것 없이 살았다. 그런데 그 부러울 것 없는 진시황에게도 어쩌지 못하는 고민이 있었으니, 그건 자신의 나이를 부정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왕으로서의 위엄이나 왜적을 막아내는 장수로서의 용맹스러움은 나무랄 데 없었으나 점점 늙고 쇠약해져가는 자신의 모습은 스스로도 어쩔 수 없음에 늘 진시황은 고민하였다. 늙지 않고 영생을 누리고 싶었던 진시황이 하루는 모든 신하를 불러 놓고 명을 내렸다.
  “이 세상에서 불로장생 할 수 있는 방법을 아는 자가 없느냐?” 서불이라는 꾀 많은 신하는 진시황의 앞으로 나서서 또박또박 그 물음에 대답을 하였다.


  “소인이 듣기로는 저 동쪽 나라 작은 섬 영주라는 곳에는 영산이 있는데 그곳에 가면 불로초가 있다고 합니다. 제가 그곳에 가서 그 불로초를 캐오겠습니다.”
자신의 큰 소원이 이루어지게 된 진시황은 서불이 원하는 동남동녀 각 500명을 뽑아주고, 큰 배와 먹을 것을 잔뜩 내려주었다. 동쪽의 거친 바다를 건너오던 서불 일행은 깊은 바다 속 큰 용을 만나 큰 위기를 맞으나 서불의 쩌렁쩌렁한 호령으로 금방 물리쳤다. 제주에 도착하자 서불은 데리고 온 동남동녀 500쌍에게 제주의 영산 한라산에 가서 불로초를 캐오라고 명한다. 동남동녀 500쌍은 한라산에서 불로초를 찾아 온 산을 헤매었지만 결국 불로초를 찾지 못하고, 한라산의 특이한 식물 시로미를 캔 뒤 정방폭포 서쪽 절벽에 ‘서불과지’라는 마애각을 남기고 서쪽으로 돌아갔다.


  정방폭포 ‘소남머리’는 4.3사건 당시 정보과에서 취조 받은 주민들 중, 즉결처형 대상자들 대부분이 희생 당한 곳이기도 하다. 흔히 정방폭포에서 희생 당했다고 하는 희생자 대부분이 정방폭포 상당과 이어지는 이곳에서 총살 당했다. ‘소남머리’는 동산에 소나무가 많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당시 서귀중학교 학생이었던 송세종씨는 "그때 당시 어디 여자인지는 모르지만, 도망가다가 절벽으로 떨어졌는데 노송에 걸렸어. 그 여자가 임신을 하고 있었지. 떨어지니까 군인들이, 이건 하늘이 도운 사람이라 해가지고 살려줬어. 사람 두 번 죽인다는 것이 없으니까. 나도 직접 눈으로 본 건 아니지만" 이라고 회고했다. 서귀리 및 서귀면, 중문면 일대뿐만 아니라 남원면, 안덕면, 대정면, 표선면 주민에 이르기까지, 정방폭포 희생자들은 산남 지역 전체에 이른다.

<출처: 제주4·3연구소, 「4·3유적 Ⅱ」(2008)>


https://namu.wiki/w/%EC%A0%95%EB%B0%A9%ED%8F%AD%ED%8F%AC

https://youtu.be/wNI_UHMtSRI

https://youtu.be/m4vzHOSVIJk


https://youtu.be/qOR0RmPDdlk

https://youtu.be/qY9PF6koAo4

https://youtu.be/-c69H-uYsJs

https://www.youtube.com/results?search_query=%EC%A0%95%EC%A7%80%EC%95%84+%EC%86%8C%EC%84%A4%EA%B0%80


https://youtu.be/_-wb6SoG788

https://youtu.be/J_9asN4kX6U

https://youtu.be/QObcPsGrBTM


https://youtu.be/0xn_GsdS-8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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