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는 언제
너와 나는 언제나
등받이 의자와
함께 살았었구나
너와 나는 언제나
같은 등받이 의자
너와 나는 언제나
같은 ㄴ 곁에
함께 살았었구나
너는 ㄴ을 보고
나는 ㄴ을 등지고
그렇게 살았었구나
등받이 의자에
앉지도 못하고
서서 살아왔구나
편히 앉지도 못하고
등을 기대지도 못하는
다리 없는 의자
이제는 치워버리자
등받이 의자 없으니
이 얼마나 좋은가
아무것도 없이
등받이 의자도 없이
ㄴ도 없이
홀로 서 있는
ㅓ 와 ㅏ
그래,
이렇게 홀로 서 있으면
뭔가 좀 불안하지
그러니까 ㅓ와 ㅏ는
사랑이 필요하겠지
ㅓ와 ㅏ는
이제 만나서
같은 방향으로 가거나
서로에게 등을 기대고
등받이가 될 수도 있지
ㅏ가 ㅓ를 부르면
ㅓ는 돌아서서
ㅏ가 될 수도 있지요
너와 나는 이렇게
등받이 의자만 빼면
ㅓ와 ㅏ가 되어
서로의 등을 대지요
ㅓㅏ
너가 돌아서면
ㅏㅏ
나가 돌아서면
ㅓㅓ
같은 방향으로
함께 걸어가지요
ㅓ와 ㅏ는
언제나 등을 보이지만
ㅓ와 ㅏ가
함께 돌아서면
ㅏㅓ
너는 나가 되고
나는 너가 되어
함께 볼 수 있지요
함께 볼 수 있다면
ㅏ와 ㅓ는
우리가 될 수 있지요
손도 잡을 수 있지요
너와 나는 언제
저렇게
ㅏㅓ
손을 잡고
우리가 될 수 있을까
* 너와 나 그리고 우리를 생각하는 나날이다. 너와 나가 우리가 될 수 있는 날을 꿈꾸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나날이다. 우리들의 소통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는 나날이다. '너'라는 글자와 '나'라는 글자를 크게 써서 들여다본다. 아, 우리 사이에는 바로 등받이 의자가 문제였구나! 크게 깨닫는다. 너와 나라는 글자에는 'ㄴ'을 함께 공유하고 있었구나. 그렇지 ㄴ은 일식집에서 주로 사용하는 다리 없는 등받이 의자를 닮았잖아. 처음에 나는 그 의자를 보고 참 이상한 물건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어느덧 그 이상한 의자에 길들여져서 살아가는 것만 같다. 나에게 그동안 소통에 문제가 많았던 것은 바로 그 등받이 의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스스로도 모르게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격식이나 가식이 있었다. 그런 것들이 너와 나의 진실을 가로막고 결국은 심각한 소통의 장애물이 아니었을까 반성을 하게 되었다. 내가 먼저 그 격식과 가식의 가면을 벗고 다가간다면 우리들의 소통은 잘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하는 아침이다.
그 이상한 일본식 의자는 이제 일식 식당에서나 쓰도록 하고 아직도 우리의 구들방을 좋아하는 나는 아무것도 없이, 격식이나 가식도 없이, 깊은 산속 선방의 깨끗한 방에서 마주 보고 함께 참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다가 서로의 진면목을 발견하게 되면 그냥 누워서 천장을 향하여 자전거 페달을 밟듯이 허공에 발놀이도 하고 어린아이들처럼 그냥 천진하게 뒹굴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속이 환해지는 아침이다.
나는 이제 꾸미거나 과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낸다. 그냥 있는 그대로 못났으면 못 난 그대로 꾸미지 않고 화장하지 않고 맨 얼굴을 그냥 보낸다. 그렇게 너에게 나를 보내다 보면 그렇게 너에게 가다 보면 언젠가는 속궁합까지 딱 맞는 너를 만날 수 있으리라. 너와 나는 그렇게 맨 몸으로 만나서 우리가 될 수 있으리라. 너와 나는 우리가 되어 울타리가 되고 울음이 될 수 있으리라. 우리는 그렇게 완벽한 하나가 되어 '울'이 될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