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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Jul 15. 2023

정방폭포 11

― 비설(飛雪)과 웡이자랑




정방폭포 11

― 비설(飛雪)과 웡이자랑




나는 이렇게 드디어 미쳐가는 것일까

몰래 숨어 들어온 밤의 정방폭포에서 

웡이자랑 웡이자랑 자장가소리 들린다

한여름에 글쎄 새하얀 눈발이 날린다

정방폭포 아래에서 비설상이 보인다

폭포수가 글쎄 새하얀 눈발로 보인다

너븐숭이 기념관에서 본 젖먹이도 보인다

죽은 어미의 피젖을 빨다가 우는 젖먹이

정방폭포가 글쎄 거대한 팽나무로 보인다

팽나무에 매달린 임산부가 울부짖는다

임산부가 죽창에 찔려 붉은 피를 흘린다

어미 배를 가르고 나오는 붉은 아기도 보인다

정방폭포의 물소리가 피를 토하며 쏟아진다

관덕정 앞에서 쓰러진 엄마 곁에서 우는 아이

웡이자랑 웡이자랑 자장가 소리가 들린다

어느 깊은 굴이었던가 안고 있는 아기가 운다

굴 밖으로 울음소리 새어나가 발각될까싶어

어미는 우는 아기의 입을 힘껏 틀어막는다

속으로 울음 삼키며 입을 틀어막아 죽인다

겨우 살아남은 아이들도 굴 밖에서 죽는다

양쪽 발목을 잡고 내리쳐 박살내서 죽인다

아, 정방폭포가 온통 울음의 피바다가 된다

나는 이렇게 드디어 미쳐가는 것일까

자꾸만 헛것들이 보이고 헛소리가 들린다

나의 어머니도 보인다 도붓장수 어머니

길을 가다가 길에서 나를 쏟아버린 어머니

웡이자랑 웡이자랑 자장가 소리가 들린다

나는 문득 정신을 차리고 반야심경을 독송한다

반야심경(半夜心經) 소리에 달이 더 훤해진다

달 속으로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상이 보인다

케테 콜비츠의 죽은 아들을 껴안고 있는 어머니,

죽은 아이를 안은 어머니 피에타상도 보인다

정방폭포에서는 밤이 새도록 동백꽃이 진다

강요배 선생님의 그림들이 어둠에 젖는다

정방폭포에서는 밤새 환영처럼 동백꽃이 진다





* 죽어가면서도 엄마는 아기를 재우는 자장가를 부른다. 웡이자랑~ 웡이자랑~ 나선형으로 조성된 비설 조형물을 맴돌듯이 찾아 들어가면서 음각되어있는 웡이자랑 자장가를 읽어본다. '웡이자랑 웡이자랑~' 후렴구에 젖어 나도 모르게 자장가가 되었다. 두 눈에서 눈물자국이 떨어진다.  "'웡이자랑 웡이자랑. 우리 아긴 자는 소리. 놈의 아긴 우는 소리로고나. 웡이자랑 웡이자랑~~ 자는 건 잠소리여 노는건 남소리여" "웡이 자랑 웡이 웡이 자랑 자랑 웡이 자랑 우리 아기 잘도잔다 남의 애기 잘도 논다 자랑 자랑 자랑 도지밑에 검둥개야 앞마당 노는개야 자랑 자랑 자랑  우리애기 공밥주고 우리애기 재워주렴 자랑 자랑 자랑 웡이 자랑 웡이 자랑 웡이 자랑 자랑 웡이 자랑 자랑"



미켈란젤로의 피에타(1498-1499)
케테 콜비츠의 죽은 아들을 껴안고 있는 어머니(1941)
케테 콜비츠의 죽은 아이를 안은 어머니 피에타(1937-1938)
4·3 평화공원에 있는 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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