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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Jul 17. 2023

정방폭포 12

― 동백꽃이 진다고 너무




정방폭포 12

― 동백꽃이 진다고 너무




정방폭포 위에 감옥이 하나 있다 

철창살로 만든 감옥이 하나 있다

깊은밤 나는 그 속으로 들어간다

스스로 들어가 안에서 문을 잠근다


정방폭포 감옥에서 책을 읽는다

달빛에 어리는 동백꽃을 읽는다

동백꽃이 진다고 슬퍼하지 마라

꽃 진 자리마다 열매를 낳는다


유채꽃을 노래하던 사람들에게

동백꽃 이름표를 달아주는 4월

동백꽃이 지면 지상에 피었다가

동백의 푸른 열매들로 익어간다


육지것이었던 나는 30년이 지나

이제 겨우 스며들기 시작한다

정방폭포 물소리에 젖으며

달빛처럼 시나브로 스며든다


나도 이제 동백꽃 이름표를 달고

마음이 몸이 될때까지 스며든다

달빛이 정방폭포에 스며들고

별빛이 제주바다에 스며든다


깊은 밤 함께 깊어져서 밤이 되면

여울물소리와 함께 깊이 스며들면

감옥도 물과 함께 흘러가고 말리라

태평양으로 떠오르는 아침이 되리라


나는 이제 겨우 육지것이 아니다

나는 이제 겨우 섬사람도 아니다

나는 이제 겨우 정방폭포가 된다

나도 감옥도 정방폭포로 쏟아진다







관련 자료


6부에 나누어 담은《동백꽃 지다》
이 책은 크게 강요배의 그림 59점과 4·3 관련 자료로 구성되어 있다. 그림은 모두 6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에서 5부까지 나오는 그림 51점은 4·3 항쟁의 전 과정을 시간 순으로 표현한 그림들이다. 1989년부터 1992년까지 강요배 선생이 3년 동안 그린 그림 50점에 2007년에 그린 그림 1점이 추가되었다. 6부에 있는 그림 8점은 1992년 이후에 그린 것으로 4·3에 대한 작가의 느낌을 다양하게 표현한 추상화이다.


출판사 리뷰


아름다운 평화의 섬을 피로 물들인 제주 4 ·3 항쟁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아름다운 섬 제주는 예부터 평화의 전통을 간직하고 있다. 도둑, 대문, 거지 없는 삼무정신이 바로 평화를 의미한다, 이 평화의 섬 제주에서 1948년부터 1949년까지 2년에 걸쳐 피의 참극이 빚어졌다. 현대사 최대 비극인 제주 4·3 항쟁. 마을은 불타 폐허가 되고, 곳곳에서 사람이 죽어 갔다. 제주도는 어둠에 싸인 죽음의 섬이 되었다.

제주도에 신혼여행 온 부부나 수학여행 온 학생, 관광객 가운데 제주 4·3의 비극을 알고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태평양으로 떨어지는 서귀포 정방폭포에서 얼마나 많은 지역 주민들이 집단으로 희생되었는가를 알고 있는 사람은 더욱 적을 것이다. 그러나 제주도를 온전히 느끼려면 빼어난 풍광과 함께 제주 4·3의 역사를 알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제주 4·3 사건’이라 함은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하여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 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을 말한다.”

- ‘제주 4·3 사건 진상 규명 및 희생자 명예 회복에 관한 특별법’제2조

삶의 체취를 고스란히 담은 풍경화,
역사를 생생히 증언하고 있는 그림 속 인물들의 눈빛

“삶의 풍파에 시달린 자의 마음을 푸는 길은 오로지 자연에 다가가는 것뿐.”이라는 작가 강요배의 말대로 그는 《동백꽃 지다》에서 개인사나 사회사의 아픔을 잠재우고 치유할 수 있는 것은 자연의 힘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제주의 치열했던 삶을 서정적이고 질박한 솜씨로 묘사한 《동백꽃 지다》. 4·3의 황폐함에 굴복하지 않는 제주 자연의 아름다움과 휴머니즘이 배어있는 강요배의 그림은 현대사의 아픈 상처이자 아직까지 치유되지도, 관심 받지도 못하고 역사의 저편에 머물러 있는 4·3을 우리에게 다큐멘터리를 보여주듯 펼쳐 낸다.

어두운 역사를 보듬어 안은 그림들
강요배 선생님은 4·3에 대한 그림을 그리기로 결심한 뒤, 4·3을 겪은 제주 사람들의 증언을 듣고, 관련 자료를 철저하게 읽어냈다. 작업 기간 내내 제주 민요를 끊임없이 들으면서 제주 사람들의 한과 설움을 마음에 새기며 1989년부터 1992년까지 3년 동안 제주 민중항쟁사 연작 그림을 완성했다. 이렇게 해서《동백꽃 지다》가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이다. 애초 출판을 계획해서 작업을 시작했던 강요배 선생님은 작업 중에 전시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다. 그래서 고민 끝에‘한라산 자락 사람들’전까지는 흑백으로 하다가, 전시를 고려해서 종이 작업에서 캔버스 작업으로, 소묘에서 채색으로 변화를 준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화면도 커졌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심광현 교수는 강요배의 그림에 대해 “시각적 풍부함으로 인해 강요배의 역사적 풍경화들은 웬만한 역사책의 서술을 훌쩍 뛰어넘으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역사의 무게와 깊이를 드러내 보여 준다. 그 크고 작은 데생들과 유화들은 억압되고 잊혀져 가던 역사적 무의식을 환기시키며, 그것을 다시금 현재 시간으로 이끌어 올리고 있다.”고 평했다.

그림에 덧붙인 김종민 선생의 특별한 증언
《동백꽃 지다》에 담은 그림들을 더욱 생생하게 살려주는 증언들은‘제주 4·3 사건 진상 규명 및 희생자 명예 회복 위원회’의 김종민 선생이 덧붙였다.‘제주 4·3 위원회’의 방대한 자료를 검토하고 거기서 그림에 맞는 증언을 뽑는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김종민 선생의 도움으로 특별한 증언들을 그림과 함께 실을 수 있었다. 김종민 선생은 10여 년 동안 제민일보 4·3 특별 취재반에서 있으면서 제주 지역뿐만 아니라, 일본까지 가서 4·3 피해자들의 증언을 듣고 정리한 뒤, 이를 바탕으로 기획 특집 ‘4·3은 말한다’를 456회나 연재하는 등 20여 년 넘게 4·3을 공부해 왔다. 김종민 선생은 증언 자료뿐만 아니라, 미 군정 자료, 경찰 자료, 당시 신문 자료까지 찾아가며 그림을 뒷받침할 자료를 찾았다.

4·3 관련 자료는‘제주 4·3 항쟁의 역사적 의미’와 ‘제주 4·3 항쟁 일지’,‘4·3 희생자 지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가운데 서중석 교수가 쓴‘제주 4·3 항쟁의 역사적 의미’는 인권과 평화의 관점에서 4·3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민간인 학살과 그 책임 문제, 4·3 60주년을 맞는 이 시점에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는 무엇인지 이야기하고 있어 제주 4·3 항쟁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목차


1부 항쟁의 뿌리 4·3 항쟁의 역사적 배경
2부 해방 해방을 맞은 제주의 모습
3부 탄압 해방 후, 새 세상을 건설하려는 제주 사람들을 탄압하는 미군정 경찰과
우익 청년 단체들의 모습
4부 항쟁 미군정 경찰과 우익 청년 단체의 탄압에 맞서 무장봉기를 일으킨 제주 사람들
5부 학살 군인과 경찰로 구성된 토벌대의 무장대 초토화 작전의 모습과
그 과정에서 일어난 민간인 학살의 현장

6부‘동백꽃 지다’그 이후 제주 4·3에 대한 총체적 느낌을 담은 화가 강요배의 추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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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요배, <동백꽃 지다>, 1991, 캔버스에 아크릴, 130.6×162.1㎝




https://youtu.be/Z3oKxR327N8

https://youtu.be/zuCxV5AhJ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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