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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Jul 21. 2023

정방폭포 17

― 정방폭포는 어디라도 있고 어디에도 없다




정방폭포 17

― 정방폭포는 어디라도 있고 어디에도 없다




정방폭포를 바로 보려면 어디에서 보아야 할까

앞에서도 보고 뒤에서도 본다 위에서도 보고

옆에서도 보고 아래에서도 본다 하늘에서

구름으로 떠서 보고 바다에서 파도로 일렁이며

보고 폭포수가 되어 절벽 끝을 보고 절벽을

기어올라가는 다슬기가 되어서 보고 우렁이가

되어서 잠시 머물러 물속을 들여다보기도 한다

돌 틈에서 자라난 풀이되어 보기도 하고 가까운

나무가 되어 보기도 하고 좀 떨어진 곳에서

큰 나무가 되어서 보기도 한다 바람은 해마다

가장 약한 나뭇가지부터 부러뜨리고 살아남은

나뭇가지들만 기둥의 가족으로 살아남아 자란다

정방폭포는 보는 방향에 따라서 모두가 다르다


정방폭포를 오래 생각하면 정방폭포는 어디라도 있다

길도 정방폭포로 보이고 나무도 정방폭포로 보인다

팽나무도 정방폭포로 보이고 먼너무도 정방폭포로 보인다

나무 기둥 속에서도 폭포소리가 들리고 바람에서도 들린다

하늘을 보아도 보이고 바다를 보아도 보인다 너를 생각해도

보이고 고향을 생각해도 보인다 정방폭포는 이제

어디라도 있다 꿈속에도 있고 꿈 밖에도 있다

내 안에도 있고 내 밖에도 있다 너의 눈동자 속에도 있다

정방폭포는 이제 드디어 어디라도 있고 어디에도 없다 

정방폭포는 이제 사랑에도 있고 자유에도 있다 정방폭포는

이제 그림자에도 있고 숨소리에도 있다 하품에도 있고

딸꾹질에도 있다 정방폭포는 이제 미소에도 있고 실소에도

있다 정방폭포는 이제 마음만 먹으면 어디라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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