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정방폭포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산 Jul 22. 2023

정방폭포 19

― 마애명을 찾아서




정방폭포 19

― 마애명을 찾아서




정방폭포 마애명을 찾아서 갔는데

흰 두르마기를 입고 발을 담그고 있었다

불로초보다 족욕이 무병장수에 좋단다


정방폭포 마애명을 찾아서 갔는데

흰 저고리 입고 하얀 베를 짜고 있었다

아직도 더 많은 수의가 필요해서 짠단다


정방폭포 마애명을 찾아서 갔는데

찢어진 갈옷을 입고 돌밭을 파고 있었다

아직도 더 많은 뼈를 찾아야만 한단다


정방폭포 마애명을 찾아서 갔는데

아이를 가슴에 품은 엄마가 울고 있었다

아직도 아이가 잠들지 않아서 그렇단다


정방폭포 마애명을 찾아서 갔는데

황소 그리다 아이들과 게를 잡고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천도복숭아를 따야 한단다


정방폭포 마애명을 찾아서 갔는데

동자승을 그리다 달마를 그리고 있었다

아직도 세상은 붓보다 걸레가 필요하단다


정방폭포 마애명을 찾아서 갔는데

정방폭포가 흰 붓으로 바다에 쓰고 있었다

붉은 동백꽃 한 송이가 해인(海印) 이란다




* 동백꽃은 꽃이 통째로 진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동백꽃의 고도한 전략이 숨어있다. 많은 수술이 암술을 둘러싸고 수정을 한다. 수정이 끝나면 모든 수술과 꽃잎은 미련 없이 한꺼번에 떠난다. 남은 암술은 오직 씨앗 만들기에만 전념한다. 씨앗도 씨앗 껍데기도 튼튼하게 기른다. 씨앗이 다 익으면 껍데기로 다시 한번 꽃을 피운다. 그러면 숨어있던 씨앗은 땅에 떨어져서 튼튼한 동백나무 후손이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정방폭포 18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