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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Jul 22. 2023

정방폭포 20

― 정방폭포에 미쳐서




정방폭포 20

― 정방폭포에 미쳐서




정방폭포에 미쳐서 정방폭포에 살다 보니


서천꽃밭은 풀숲으로 우거지고 말았다


길도 발걸음이 뜸하니 풀들이 점령했다


감귤나무 몇은 풀숲에 묻혀 죽었고


몇 놈은 가시를 내어 탱자나무로 돌아갔다


복숭아는 풍이와 흰점박이 꽃무지가 먼저 먹고


어린 감나무와 어린 무화과나무는 돼지감자와


칡넝쿨에 시달리면서도 아기 몇 명 품고 있다


수국은 장마보다 먼저 떠나고 칸나 꽃 붉다


분꽃은 무지개색으로 저마다 피어나고


키가 너무 큰 해바라기는 쓰러져서 손을 짚고


젖꼭지 나무는 제법 젖꼭지 다운 티가 난다


연꽃은 여전히 합장을 하고 토란잎은 논다


서천꽃밭에서도 자꾸만 정방폭포소리가


나를 부르는데 들어도 못 들은 척 보아도


못 본 척 흐린 하늘을 올려다보며 꾹 참고


우선 곁에 있는 서천꽃밭 식구들부터 돌본다


서천꽃밭 고양이가 새끼들 데리고 외출하고


모과나무는 흐린 하늘을 향해 푸른 주먹을 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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