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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Aug 04. 2023

정방폭포 35

― 학살, 초토화 삼진작전




정방폭포 35

― 학살, 초토화 삼진작전




1948년 11월 중순쯤부터 1949년 3월까지 벌어진

초토화 삼진작전은 남녀노소를 가르지 않으며

무차별 학살을 자행하였다 바다로 둘러싸인 섬,

제주도는 그 자체로 거대한 감옥이자 학살터였다


총구에는 눈곱만큼의 인정사정도 있을 수 없다

총은 손가락에 의해 자동으로 사람을 죽인다 총을 잡으면

누구라도 살인 기계가 된다 바다는 붉게 물들고 하늘도 붉게 운다

땅과 바다에서 사람들은 학살을 당하고 바람까마귀들은

하늘 가득 어둠을 바람으로 뜯어먹는다 정방폭포에도

성산일출봉에도 터진목에도 표선 해변에도 함덕에서도

이승과 저승이 다로 없이 온통 지옥뿐이었다 월정에도 일정에도

달의 우물에서도 해의 우물에서도 별들이 젖어 익사했다


젖먹이 아이는 죽은 어미의 피젖을 빨아먹으며 울고

아직 태어나지 못한 아이는 배가 갈려서 꺼내지고

세상은 온통 아비규환의 지옥이요 붉은 피바다로 뒤덮는다

겨우 살아남은 자들은 축성을 쌓고 속아서 하산한 사람들 또한 

동백꽃이 되어 붉은 피를 흘리며 뚝뚝뚝 떨어지고 마는구나

김달삼은 불만 질러놓고 북으로 달아나고 이덕구는 설거지를 한다


무거운 어둠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골고다 언덕을 오르는

아, 덕구여 덕구여

박박 얽은 그 얼굴

머리에는 도리구치 쓰고

손에는 권총 하나 쥐고서 싸움을 나가는구나

덕구여 덕구여 얼굴 박박 얽은 덕구여

우리들의 십자가여 우리 제주섬의 예수님이여


동백꽃이 지고 난 후에도

꽃비는 내리고

빈 젖에 안긴 아기는 무엇을 빨 수 있을까

빈 젖의 어머니의 마음, 아이의 울음우는 마음

빌레못굴에서도 어미와 아이의 유골이 나오고

다랑쉬굴에서도 나란히 누워있던 유골이 나오고

굴마다 사연은 넘치고 팽나무에는 까마귀 울음소리 가득하다

북 48년, 북소리는 땅을 울려도 흙의 노래는 끊어지지 않는다

살의 노래 들리고 뼈의 노래 끊어지지 않는구나


뼈를 살리고 살을 살려야 할 서천꽃밭 꽃들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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