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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Aug 04. 2023

정방폭포 34

― 탄압이면 항쟁이다




정방폭포 34

― 탄압이면 항쟁이다




앉아서 죽지 못하여 싸워보기로 한다

1948년 4월 3일 새벽 2시 한라산 중턱에서

오름마다 어둠을 불사르는 봉홧불이 피어올랐다


하지만 나는 폭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신촌회의에 동의하지 않는다 어디에나

목소리 큰 사람들은 있다 김달삼이 그랬을 것이다

그 자리에 이덕구는 없었다고 한다

김달삼이 질러놓은 불에 이덕구가 타서 죽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폭력이었다


하지만 어쩌랴 이미 불은 질러졌고 산으로 가야만 한다

남자들은 죽창을 만들고 여자들은 간장을 담은 허벅과

소금 가마니를 지고 산으로 올라가야만 했다 나는 어떤

이유로도 민중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정치에는 반대한다

탄압이면 항쟁이다 그러나 항쟁의 방법이 문제다

어떠한 이유로도 폭력으로 폭력을 제압할 수는 없다

에움길로 돌아서 가더라도 평화의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한라산 자락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올라가야만 했다


소년들은 노랑개와 검은 개가 오는지 망을 보아야만 했고

남은 가족들은 포로가 되어 처참하게 끌려가야만 했다

아, 개처럼 끌려가는 세월이여 소처럼 끌려가는 인생이여

처음부터 예정된 일이었다 너무나 모르고 저질렀던 것이다

전쟁은 사람을 짐승으로 만든다 인간됨을 포기하는 것이다

유격대원들은 하나 둘 죽어가고 대원들의 가족도 죽어간다


천명이란 과연 무엇일까

눈 속의 연락병도 하늘의 기쁜 소식은 가져오지 못한다

시인들이 좀 더 많았었더라면

차마 그런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으리라

사랑만을 꿈꾸는 시인들이 좀 더 많었었더라면 좋았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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