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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정방폭포

정방폭포 47

― 절벽과 사다리

by 강산




정방폭포 47

― 절벽과 사다리




정방폭포 아래 사는 무태장어에게는

오를 수 없는 절벽이지만

절벽을 기어오르는 다슬기에게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징검다리 사다리다


정방폭포 아래에서 오래도록 꿈을 꾸는

이무기는 언젠가는 승천할 수 있지만

정방폭포 위에서 꿈을 포기한

다슬기는 끝내 떨어져서 죽고 말리라


멀리 보이는 수평선도

건널 수 없는 한계라고 생각하면

스스로를 가두는 감옥이 되지만

덕판배라도 타고 나가는 길이라고 생각하면

태평양을 가슴에 품은 큰 사람이 되리라


관다발을 타고 오르내리는

햇빛과 물이 돌아보면 서귀포는 언제나

문만 열면 태평양의 가슴으로 활짝 열린다

서귀포의 감귤나무들이 태평양의 바람을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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