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운 너에게
― 그리운 너에게
서귀포는 알고 보면 아랫입술이야
늘 입을 다물고 있어서
고구마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입이란다
오른쪽이 살짝 올라간
비뚤어진 입이란다
입술이 좀 두툼해서 그런지 말이 좀 없어
그러니까 서귀포는 당연히 아래턱이지
사람들처럼 사실은 아래턱이 움직이지
위쪽 턱은 움직일 수가 없거든
그러니까 우리들은 생각도
태평양 쪽으로 활짝 열어놓아야만 한단다
고구마 이야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고구마는 사실 감자와는 많이 달라
감자는 덩이줄기이고 고구마는 덩이뿌리야
그러니까 줄기와 뿌리로 완전히 다르지
고구마는 메꽃과로 여러해살이 풀이란다
고구마꽃은 꼭 나팔꽃처럼 생겼지
박각시나방이 참 좋아하는 꽃이란다
감자는 가지과라서 가지꽃을 닮았지
둘 다 흙이 있어야만 살 수 있단다
그런데 말이야 흙이 무엇인지 혹시 알아
흙은 사실 죽음이 부활한 것이란다
돌이 부서지고 먼지가 쌓이고
식물들의 죽음이 쌓이고 동물들의 죽음이
쌓이고 사람들의 죽음이 쌓여서 흙이 되지
그러니까 사실은 죽음이 삶을 키우는 것이란다
그래서 서귀포가 더욱 중요하지
우리들은 모두가 서쪽으로 돌아가는 존재
해도 서쪽으로 돌아가고 달도 서쪽으로
돌아가고 너와 나도 서쪽으로 돌아가잖아
우리들은 언젠가 꼭 만나야만 하는 존재
아름다운 서귀포에서 만나 함께 가자꾸나
아름다운 소풍 이야기 하며 즐겁게 가자꾸나
서귀포는 사실 동쪽과 서쪽이 많이 다르단다
우리는 입꼬리 살짝 올리고 웃으면서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