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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Aug 13. 2023

서귀포 010

― 사랑의 정원과 사랑의 쉼터





서귀포 010

― 사랑의 정원과 사랑의 쉼터




이호테우해수욕장에 해리 어리의 사랑의 정원이 있었다

언제부터 우리들의 사랑은 이렇게 남모르게 변한 것일까

이호테우해수욕장에는 해리 어리의 사랑의 쉼터가 있다

정원에서 쉼터로 변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났을까

정원에서 쉼터로 변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파도가 지웠을까

함께 일구던 정원이 혼자 쉬는 쉼터가 되기까지 어떠했을까

나는 가끔 지금도 폐허가 되어버린 사랑을 찾아와 쉬는데

당신은 한 번쯤이라도 우리들 사랑의 폐허를 들여다볼까

아, 세월은 가고 사람들의 마음은 야위어만 가는데, 왜

나는 아직도 부질없는 달빛에 내 마음을 물들이는 것일까 

해리의 마음속 하트는 이미 날아가고 없는데

어리의 마음속 하트는 여전히 함께 날아가고 싶은데

이미 돌아앉아있는 그네 의자에는 바람만이 앉아서 보네

정원의 꽃들도 바람개비도 어디론가 다 떠나고 파도소리만

파도소리만 어둠으로 쌓여서 울고 있네 사랑이 떠나면

모두가 떠나는 것,  어찌하여 그리움만 남아서 젖고 있을까

딱 두 사람만 나란히 앉을 수 있는 노란 의자에

나는 밤새 나의 그림자와 나란히 앉아서 어둠에 젖는구나 


사랑의 정원은 끊임없이 함께 가꾸어야만 하는 것이구나

사랑에는 쉼이 없구나 쉬는 부부처럼 쉬게 된다면 끝이구나

사랑의 쉼터는 필요가 없구나 사랑에는 쉼터가 지옥이구나




* 해리와 어리는 어린 해녀와 어린 어부로 이호동의 마스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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