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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Aug 14. 2023

서귀포 011

― 생각하면 보인다





서귀포 011

― 생각하면 보인다




현기영 선생님의 <제주도우다>를 읽는다

내 눈에는 자꾸만 <도우다>만 보인다

<도운다>로 보인다 나를 돕는 것이 있다

생각을 하다가 늦은 산책을 나간다 오늘은

징검다리를 건너지 않고 연대 쪽으로 간다

달이 보이지 않는 월대를 지난다 시원하다

삼별초군이 물자를 실어왔다는 외도항구,

외도교 때문일까 이제는 배가 보이지 않는다

외도교 다리 아래를 지나 대원암 쪽으로 간다

바닷물이 너무 많이 밀려와서 넘실거린다 

유일하다는 해수관음와상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바닷물 속에 잠겨도 생각하면 보인다

곁에 없어도 생각하면 언제나 당신이 보이듯

우리는 언제나 생각하면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달빛이 없어서일까 사진이 잘 찍히지 않는다

오늘은 배들도 저 멀리 수평선으로 물러나 있다

제주도의 수평선은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다

지구처럼 둥그렇게 불빛이 수평선을 그린다

연대포구의 배들도 오늘은 수평을 잘 잡고 있다

자정이 되니 몇몇 배들이 수평선을 끌고 돌아온다

낚시꾼들을 가득 실은 배도 돌아와서 토해놓는다

낚시꾼들은 부둣가에 세워놓은 자동차를 타고 간다

나도 자정을 넘어서 돌아간다 마이못 곁의 돌담에서

고양이 한 마리 나를 오래도록 보고 있다 초면인데

나를 잘 아는 듯 도망가지도 않고 오래도록 본다

가까이 가서 사진을 찍어도 끝까지 자리를 지킨다

검은 눈동자의 고양이는 빛에 따라 눈빛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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