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서귀포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산 Aug 17. 2023

서귀포 015

― 화순곶자왈 맹아림





서귀포 015

― 화순곶자왈 맹아림




밤새 별빛을 만들고 아침 퇴근길에 곶자왈에 간다

내가 좋아하는 화순곶자왈에 가서 맹아림을 본다

상처에서 돋아나는 새살을 본다 죽어도 죽지 않고

다시 살아나는 생명을 본다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푸른 숨소리를 듣는다 <제주도우다> 생각이 난다

부대림과 정두길이 동굴 속에서 함께 시들어 간다

무덤이 아니라 대지의 자궁이라며 부활을 꿈꾼다

하산하여 귀순한 안창세는 살아서 죽었다고 한다

그해 겨울엔 참 눈이 많이 내렸다고 한다 살아서

죽은 자와 죽어서 살아난 자 누가 더 행복할까

병악에서 산방산까지 계속 이어지는 화순곶자왈

개가시나무와 새우난과 더부살이고사리들 사이에

직박구리와 긴꼬리딱새와 제주휘파람새가 바쁘다

바쁘게 산다는 것은 얼마나 좋은 일일까 새덕이와

푸조나무와 산유자나무와 꾸지뽕나무와 예덕나무

노박덩굴을 온몸에 감고도 콩짜개난까지 키운다

화순곶자왈의 나무들은 쓰러져도, 죽어서도 산다

죽어서도 벌레들을 키우고 버섯들을 키우는 나무

나도 저 쓰러진 나무처럼 죽어서도 살 수 있을까

아니, 부대림과 정두길처럼 함께 꿈꿀 수 있을까

하물며 돌과 나무도 저렇게 많은 생명을 키우는데

나는 어찌하여 이렇게 마음이 가난하게 살아갈까 






매거진의 이전글 서귀포 01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