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서쪽에서 서쪽으로
곽재구 시인을 보다가 늦은 밤 산책을 나간다
월대천 징검다리에서 휴대폰을 잃었다는 사람
밀려오는 파도를 들여다보는 눈빛이 간절하다
물고기는 누구에게 소식 전하려고 가져갔을까
내도 알작지 산책길에 뒤뚱뒤뚱 흰 곰 한 마리
흰 양 한 마리 걸어간다 가까이 가서 보니 개다
주인에게 물어보니 썰매를 끄는 사모예드 란다
썰매를 끌던 개가 어찌하여 저렇게 끌려가는가
나는 어찌하여 썰매를 끌지 못하고 끌려가는가
시인의 사평역을 생각하며 포구로 간다
이호테우해수욕장 곁에 있는 포구에서
배에 불을 켜놓고 긴 줄을 바닥에서 감는다
삼베 실에 풀을 먹이려고 길게 펼쳐놓듯이
방파제 끝에서 끝으로 왔다 갔다 하며 감는다
배의 주인인 듯 한 부부와 딸이 밤을 가다듬는다
어디에 쓰는 줄이냐고 물으니 낙하산줄이란다
나는 이호포구와 해수욕장 사이에 있는
테우에 앉아서 휴대폰 메모장에 받아 적는다
반짝이는 등대 불빛과 수평선 불빛과
방파제 보안등 불빛과 함께 바다새 소리를 적는다
내 가슴속 해변의 모래밭을 파도가 적신다
토란꽃이 피고 고구마꽃이 피는 계절에
파도가 조용히 와서 물결무늬를 새기고 있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서쪽에서 서쪽으로 간다
https://youtu.be/DfMMgZqqPhE?si=DodhzXNEqtLtIcEV
https://youtu.be/3OYFcau7C-o?si=ktGfu2RZ-8w6npz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