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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Sep 19. 2023

10. 나만의 글을 쓰기 시작한다




10. 내가 가장 잘 쓸 수 있는 나만의 글을




내가 가장 잘 쓸 수 있는 나만의 글을 쓰기 시작한다

오직 나만이 쓸 수 있는 나만의 글을 쓰기 시작한다

이어도서천꽃밭에서 피는 꽃부터 호명하기 시작한다




너에게 나를 보낸다




서른 살까지 사는 것이 꿈이었다 왼쪽 가슴이 아팠다 남몰래 가슴을 안고 쓰러지는 들풀이었다 내려다보는 별들의 눈빛도 함께 붉어졌다 어머니는 보름달을 이고 징검다리 건너오셨고, 아버지는 평생 구들장만 짊어지셨다 달맞이꽃을 따라 가출을 하였다 선천성 심장병은 나를 시인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아무도 몰랐다 나의 비밀은 첫 시집이 나오고서야 들통이 났다 사랑하면 죽는다는 비후성 심근증, 심장병과 30년 만에 이별을 하였으나 더 깊은 수렁에 빠지고 말았다 바다는 나를 이어도까지 실어다 주었다 30년 넘게 섬에서 이어도가 되어 홀로 깊이 살았다 나는 이제 겨우 돌아왔다 섬에서 꿈꾼 것들을 풀어놓는다 꿈속의 삶을 이 지상으로 옮겨놓는다 나에게는 꿈도 삶이고 삶도 꿈이다 <꿈삶글>은 하나다 덤으로 사는 인생 하나 너에게로 간다 서귀포에서 서귀포로 살며 너에게 나를 보낸다 서귀포와 함께 너에게 보낸다    






고구마꽃




고구마꽃이 피었다

고구마꽃이 젖을 물리고 있다

꼬리박각시나방이 젖을 빨고 있다

고구마가 땅 속에서 젖을 준다

땅 속에서 어머니는

아직도 나에게 젖을 물리고 있다






토란꽃




꽃이 피지 않는다고 슬퍼하지 마라

조금만 더 뜨거워지면 꽃은 피리라

웃음 없다고 토란토란 토라지지 않고

오늘도 라마스떼 라마스떼 인사한다



* 라마스떼 : “당신의 영혼에 경의를 표합니다” 인도의 인삿말






마늘꽃



사람들은 당신이

꽃으로 피기까지

기다려주지 않는다


사람들은 마늘이

꽃으로 필까 봐서

마늘종 목을 친다


나는 마늘보다

마늘꽃이 더 좋다

나는 늘 기다린다


당신이 활짝 피어야

나는 더욱 환해진다

나의 사랑은 그렇다


우리들의 사랑은

그래야만 하리라

마늘꽃이 환하다







꽃농사와 나비농사




나는 작물농사보다 꽃농사가 더 좋다

나의 꽃농사는 나비와 나방농사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나의 텃밭 이름이 서천꽃밭이다

감자와 파와 마늘을 심으려고 준비한다

나는 게으른 농부라서 수확에는 소질이 없다

구석에 있던 쪽파를 준비하고

꽃이 지고 한참이 지났는데 

이제 겨우 땅을 파서 코끼리 마늘을 찾는다

코끼리 마늘은 새끼 마늘들도 함께 있다

나는 아직 심지도 않았는데 벌써 꽃을 상상한다

벌과 나비와 나방들을 생각한다

어리호박벌과 배짧은꽃등에를 생각한다

가중나무산누에나방과 어스랭이나방을 생각한다

노랑애기나방과 흰띠알락나방을 생각한다

제주등줄박각시와 노랑줄박각시를 생각한다

왕자팔랑나비와 제주꼬마팔랑나비를 생각한다

청띠제비나비와 제비나비를 생각한다

갈구리나비와 줄흰나비를 생각한다

작은주홍부전나비와 바둑돌부전나비를 생각한다

왕나비와 암끝검은표범나비를 생각한다

암검은표범나비와 홍점알락나비를 생각한다

남색남방공작나비와 가락지나비를 생각한다

산굴뚝나비와 호랑나비를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호박꽃이 환하게 웃는다 

웃는 꽃에게는 정말 미안하지만 호박잎을 뜯는다

호박잎과 들깻잎으로 아침을 싸서 먹을 예정이다

나처럼 느린 민달팽이가 아침을 먹으려고 상을 차린다







감귤꽃 속에서 탱자가 보인다




감귤 꽃들이 환하게 피었다

감귤꽃 속에 너와 내가 있다

꽃 속에 글쎄 너와 내가 있다

우리는 저렇게 함께 살았구나

우리는 저렇게 한 식구였구나

감귤꽃 속에서 감귤이 보인다

감귤꽃 속에서 탱자가 보인다

탱자와 감귤이 한 집에 살았구나

너와 나는 처음부터 한 식구였구나

그래서 향기가 저렇게 가득했구나

우리들의 사랑은 천년을 살겠구나

우리들의 향기는 하늘로 가는구나







강아지 배추 뜯어먹는 소리




사람들은 가끔 '개 풀 뜯어먹는 소리' 하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강아지가 배추를 뜯어먹는 소리가 좋다. 내가 밭에서 일을 하면 강아지는 열심히 배추를 뜯어먹고 풀도 뜯어먹는다. 때로는 꽃밭에서 놀다가 꽃에 콧구멍을 들이대고 향기에 취하기도 한다. 또한 예쁜 꽃을 입으로 따서 다른 강아지에게 건네주기도 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진다.


소나무재선충 때문에 소나무가 많이 죽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음이 아프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은 속으로 웃기도 한다. 주로 산의 주인들이 많이 웃는다. 뿐만 아니라 겨우 남아 있는 멀쩡한 소나무까지 마구 베어낸다. 알고 보니 산에 소나무가 없으면 밭으로 개간하기가 쉽다고 한다. 소나무가 많은 숲은 밭으로 만들기도 어렵고 주택지로 용도를 변경하기도 쉽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땅값을 올리기 위해서는 산에 소나무가 없어져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그들과 달리 비싼 밭에 소나무를 심는다. 비싼 밭을 싼 숲으로 만들고 있다.


나는 처음부터 아픈 몸으로 태어났다. 그래서 나는 아픈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들도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아픈 사람들의 보폭은 건강한 사람들의 보폭과 다르다. 나란히 손 잡고 걸을 수 없다. 함께 같은 속도로 걷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나의 속도에 맞추어서 산다. 나의 시는 나의 삶이어서 마침표가 없다. 나의 시의 마침표는 나의 무덤이 될 것이다. 또한 나의 시에는 숨표가 많다. 나의 쉼표는 나의 헐떡이는 숨이다. 숨이 차기 때문에 자주 쉬어 주어야만 한다. 시는 시인의 발걸음을 닮아야만 한다. 시는 시인의 숨결이 느껴져야만 한다.


나는 평생 숲을 가꾸는 것이 꿈인데, 숲이 아직은 나를 품어주지 못한다. 참나무가 많은 정읍의 종석산이  좋아서 가려고 했는데 생각처럼 쉽지 않다. 종석산에서 산양삼을 재배하는 친구가 있다. 그곳으로 가려고 작은 임야를 구하고 교육을 받아서 임업후계자가 되었다. 하지만 함께할 친구는 나와는 생각이 많이 다른 듯하다. 나는 참나무 숲을 가꾸고 많은 사람들이 참나무로 부활하기를 꿈꾸는데 친구는 참나무를 베어내고 산양삼을 대규모로 재배하여 큰 소득을 올리는 데에만 관심이 있는 듯하다. 물론, 약초 재배에 좋은 여건이니 어느 정도의 재배는 허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숲이 목적이 아니고 돈이 목적이라면 나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나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아름다운 숲을 원한다.


나는 5년 전에 이미 평생 써야 할 시의  원고료를 선불로 받았다. 나의 심장 속 대동맥 판막을 뜯어내고 금속판막으로 교체하였다. 깨어나보니 나의 통장에 거금이 입금되어 있었다. 내가 수술을 받기 전날 입금을 하고 기도를 하였던 것이다. 내가 깨어날 때까지 그는 쉬지 않고 기도를 하였을 것이다. "꼭 살아 돌아와 좋은 시를 써 주세요. 응원합니다." 이 응원 메시지와 그의 기도가 나를 부활시킨 것이었다. 수술을 받는 동안에 꾸었던 꿈속의 천사가 나를 살린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간절한 기도에 보답하기 위하여 지난 5년 동안 준비를 하였다. 그리고 이렇게 다시 출사표를 던지고 시인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이어도공화국이 들어설 아름다운 숲을 구하지 못하여 이어도공화국 베이스캠프를 쳤다. 그곳에 나는 서천꽃밭을 만들고 있다. 아름다운 숲에 만들 이어도공화국을 미리 연습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곳에 나와 인연이 닿은 아름다운 사람들의 나무를 심고 가꾼다. 아름다운 사람들과 아직은 함께 살 수 없지만 그들의 나무를 보며 날마다 생각한다. 그들의 나무를 가꾸며 그들과 같은 하늘 아래서 함께 숨을 쉰다. 우리들의 아름다운 꿈은 그렇게 천천히 자라고 시나브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서천꽃밭에 자란(紫蘭)이 피어나고 은방울꽃이 피어난다. 자란(蘭)의 꽃말은 "서로 잊지 않다" 은방울꽃의 꽃말은 "틀림없이 행복해진다"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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