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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Sep 22. 2023

15.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




15.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



시인을 알려면 그의 첫 시집부터 읽어야만 한다

문태준 시인을 읽다가 헉, 김민정 시인을 읽는다

<수런거리는 뒤란>, <맨발>, <가재미>를 읽다가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를 읽는다 재미있다

나는 시인들의 다양한 취향을 존중하고 응원한다

시인이 되고 싶은 습작생들은 꼭 읽어야만 할 책이다

신인이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실험정신과 자기의 목소리를 찾기 위한 여정

그리하여 나는 앞으로 김민정 시인의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를 강력하게 추천할 것이다

진정으로 그대가 시인이 되고 싶다면 

기존에 시라고 생각했던 시들을 깨부수어야만 한다

철저히 그리고 과감하게 박살내고 새로워져야만 한다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들과 엽기적이며 괴상망측한 것들까지

과감하게 수용하고 자기검열까지 완전히 해방시켜야만 한다

그래야만 스스로도 생각하지 못했던 기발한 상상력이 발동한다

이러한 시를 쓰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 소모가 뒤따른다

완전히 시에 미치지 않으면 도저히 이런 시들은 쓸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이런 시들과 이런 시인들을 좋아하고 존경한다

접신에 이르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고도한 집중력과 감정의 폭발, 자신도 모르게 빠져드는 심연에서 

어렵게 그리고 가열차게 건저올리는 다양한 이미지들의 향연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인간 본성을 건드리는 예민한 촉수

우리  인간의 본능과 근본 바탕을 보여주는 신비한 거울 같은 빛들

새로운 감각과 새로운 혁명, 사실적인 입말의 구체적인 도입

나도 한 때 이런 시들에 몰두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나의 체력으로는 끝까지 끌고갈 수 없어서 포기를 했다

그리하여 나는 끝까지 밀고갈 수 있는 용기와 담력과 체력을 겸비한 

이런 용감한 시인들에게는 무한한 존경과 경의를 표하고 싶다

무당이나 신들린 사람처럼 빙의에 들어가지 못하면 쓸 수 없는 시들

그리하여 나는 그저 고만고만한 시인들보다

이런 기발하고 용기 있는 시인들을 더욱 존경하고 응원하는 사람이다

이런 시인들이 더욱 많아져야 우리 한국문단이 더욱 활력적이고

서로에게 충격과 반응을 줄 수 있어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갈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시들은 아무나 쓸 수 없다 나 또한 끝까지 밀고 갈 수 없었다

나는 나의 체력을 잘 알기에 한편으로는 

자유로운 영혼과 추진력이 한없이 부럽다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에 주눅이 들기도 한다

그리하여 나는 문태준 시인도 좋아하지만 김민정 시인을 더욱 좋아한다

폴짝폴짝 뛰고 통통통 똥똥똥 튀어오르는 감각과 감정이 

우리들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더욱 창조적인 인간으로 만들어줄 것이다

거추장스러운 가식을 걷어내고 맨 얼굴과 맨 마음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우리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감정을 억압하지 않고, 자기검열을 통하여 굴절시키지 않는,

이런 곧은 시들, 앞으로 달려가는 무모한 시들이 더욱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이런 시들은 또한 오직 시 자체에만 몰입할 수 있을 때에만 가능하기 때문에 

시를 위한 시의 순교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예술의 뮤즈에게 선택받은 시인만이 쓸 수 있는 시들이다

눈부신 상상력과 상상력의 무지개가 더욱 밝게 빛나야만 한다

거침없이 쏟아지는 폭포같은 입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 유유히 흐르는 윤슬같은 리듬감이 참으로 황홀하다

화산폭발처럼 뜨거운 용암을 뿜어내는 감정의 용솟음

뜨거운 용암이 흘러내리며 모든 것들을 태워버린다

그렇게 가혹하게 새로운 돌의 길을 만드는 무자비한 폐허와 창조

허상을 버리고 진실을 찾기 위하여 순교를 각오한 시쓰기

그리고 은근히 시인의 순교를 강요하는 일부 평론가들의 부추김

이런 복잡하고 유기적인 관계에 의해서만 이런 시들은 탄생할 수 있고

어쩌면 다시 한번 분명하게 말하지만 신인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다

나는 날이 갈수록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와 나나가 좋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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