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다시 읽는다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 한다』와 『끌림』부터 다시 읽는다 이병률 시인의 첫 시집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 한다』에는 내가 존경하는 최하림 시인, 마종기 시인, 나희덕 시인께서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 그만큼 첫 시집에 공을 들였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에 비하여 나의 첫 시집은 어떻게 나오게 되었던가?
『끌림』초판본과 재판본을 비교하며 읽는다 느낌이 많이 다르다 초판본은 랜덤하우스코리아(주)에서 2005년 7월 1일에 나왔는데 내가 좋아하는 김민정 시인이 만들었다 김민정 시인은 역시 책을 잘 만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재판은 이병률 시인이 직접 만들었을 것이다 재판 판권을 보니 2010년 7월 1일 딱 5년 만에 새로운 옷을 입었다 이병률 시인이 대표로 있는 달 출판사와 김민정 시인이 대표로 있는 난다 출판사는 ㈜문학동네의 같은 계열사이니 서로 긴밀한 관계에 있을 것이다
어느 해 초가을 이맘때쯤 나에게 써준 말이 자꾸만 생각이 난다 아니, 행사장에서 받은 책이었으니 다른 사람들에게도 같은 말을 써 주었을 것이다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살아요” 하지만 나는 아쉽게도 그렇게 살지 못했다 지금부터라도 그의 말처럼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살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일일 뿐만 아니라 좋아하면서 좋은 일만 하면서 살고 싶다 그런 측면에서라도 나는 먼저 『끌림』 같은 좋은 책을 한 권 만들고 싶다
『끌림』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티베트의 속담을 알려주는 부분이다 ‘내일과 다음 생 중에, 어느 것이 먼저 찾아올지 우리는 결코 알 수가 없다’나는 이 의미 있는 속담을 이병률 시인에게 배웠다 우리들 모두는 어쩌면 내일이 오기 전에 죽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오늘, 지금 당장을 행복하게 살아야만 한다 우리들이 흔히 알고 있는 말처럼 오늘은, 어제 죽은 사람이 그토록 살고 싶었던 내일이 아니었던가! 그러니 우리들은 오늘 최선을 다하여 행복하게 살아야만 하리라 그런데 언제나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실천이 문제다
「#026 내일과 다음 생 가운데」 사진이 참으로 흥미롭다 잘은 모르겠는데 노점상 같기도 하고 그냥 길가에 앉아있는 것 같기도 한 사내가 웃고 있다 사내 옆에는 딸 같은 여자 아이가 앉아 있고 아들 같은 아기가 고추를 드러내놓고 포대 위에 누워서 자고 있다 그런데 우리들의 미래 같은 아기는 죽은 듯이 잠들어 있고 사내의 등 뒤에 앉아 있는 딸 같은 여자 아이 표정은 의뭉스러운데 호객행위를 하는 것인지 잘 알 수 없지만 사내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번지고 있다 하얀 이를 드러내고 활짝 웃고 있다 그런데 사내의 왼손이 흔들리고 있다 궁금하여 카메라 노트를 찾아보니 캄보디아 포이펫 이라고 쓰여 있다 그래서 다시 재판의 카메라 노트를 찾아보니 “하루 종일 내 옆에서 부채질을 해주세요” 아, 그거였구나! 잠든 아이에게 부채질을 하고 있었구나! 그래서 저런 표정이 나오고 있었구나 아버지의 표정과 딸 혹은 누나의 표정이……
『끌림』은 책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사진첩이라고 하면 좋을 것이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추억이 담겨있는 사진이며 기억이며 아름다운 시화로 만들어진 시와 글이 있는 화첩이다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이다 아니, 사랑이 고픈 청춘들을 위한 열정과 사랑과 그리움이 가득한 사랑의 엽서이자 아름다운 러브레터이다 하지만 내가 만드는 나의 책은 『끌림』과는 많이 다를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는 어쩌면 이병률 시인과는 정 반대의 삶을 살았고 추구하는 것도 다를 것이다 나는 어쩌면 이병률 시인보다는 문태준 시인의 정서에 더 가까울 것이다 이병률 시인이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깨닫고 사유하는 사람이라면 나는 한 곳에서 같은 곳을 오래 그리고 깊이 뚫어지게 바라보는 사람일 것이다 이병률 시인이 많은 사람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스타일 이라면 나는 오직 한 사람만을 오래도록 좋아하고 사랑하고 싶은 사람일 것이다 그런데 어쩌랴 나는 그런 이병률 시인이 너무나 좋은데 어쩌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