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보냅니다 05
나는 요즘 시인들의 첫 시집부터 다시 읽는다 나의 첫 시집도 다시 읽는다 이미 절판된 나의 첫 시집 <땅의 뿌리 그 깊은 속>을 읽는다 그런데 나의 첫 시집 제목이 왜 바뀌었을까? 첫 시집이 나오던 시절 나는 저승 문 앞에 쓰러져서 누워 있었다 그러니까 나의 첫 시집은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세상이 스스로 낳은 유복자였다 그 당시에 나는 <땅의 뿌리 그 깊은 속에서>라는 연작시를 쓰고 있었는데 바로 이 연작시의 제목이 약간 변경되어서 출판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사경을 헤매다가 나는 1990년 6월 8일 우여곡절 끝에 서울대학병원에서 큰 수술을 받고 선천성 심장병과 이별하고 다시 세상으로 살아서 돌아왔다
그리고 나는 오랜 저승과 이승의 중간쯤에 있는 이어도공화국에서 살다가 오늘 아침 드디어 시 한 편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