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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쉼터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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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Oct 13. 2023

시와 쉼과 여행

―  쉼터 일기 2




나는 이제 일상이 시이고 쉼이고 여행이다

―  쉼터 일기 2




정방폭포 3

 ― 반야심경




엘리베이터 속에서 폭포 소리가 들린다

엘리베이터 속에서 정방 모습이 보인다

정방폭포 절벽을 기어올라가는 다슬기처럼

한참을 멈췄다가 다시 올라간다

나를 끌어올리는 엘리베이터 로프도 보인다

나를 하늘로 인도하는 것은

하느님의 수염이 아니라

기름이 잔뜩 발라진 검은 쇠줄이다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계단을 오른다

쇠줄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오른다

천국으로 가는 계단을 스스로 올라간다

아파트 옥상에는 하늘타리꽃이 피어난다

별처럼 하얗게 피어나는 하늘타리의 꽃이

반야심경(般若心經)을 독송하고 있다

반야심경(半夜心經)을 염불하고 있다

깊은 밤의 마음을 뚫고 만다라가 핀다

붉게 핀 칸나의 꽃들은 합장을 하고

도라지꽃들은 묵언수행을 하고 있다

푸른 고추들의 얼굴에 붉은빛이 돌고

토란잎에 매달린 취우들의 눈빛이 맑다

흙의 가슴에서는 고구마 순의 상처에서

이제 막 뿌리를 만들며 어둠을 뚫는다

땅속에서 반야심경(半夜心經) 소리

하늘에서 반야심경(般若心經) 소리

마음속으로 반야반야(半夜般若) 소리

저 멀리 보이는 드림타워에서도

정방폭포 소리가 하늘로 올라가고 있다

밤을 알아야 낮을 알고

달을 알아야 해를 알고

어둠의 그림자를 알아야 빛이 보인다

나는 이제 반야에서 천천히 줄을 타고 내려온다

260자의 윤슬이 마음의 경전으로 빛난다

마음의 경전 속에서 바다는

파도를 불러 오도송(悟道頌) 하나 읊고 있다               





나는 집 중에서 옥상을 가장 좋아한다. 나는 자주 옥상에 올라간다. 고향집에도 옥상이 있고 월대천 곁에 있는 아파트에도 옥상이 있다. 나는 외도 월대천 곁의 아파트 옥상을 자주 오른다. 한라산이 잘 보이고 바다가 잘 보이고 드림타워를 비롯한 제주시내가 잘 보인다. 물론 이호테우해변의 말 등대와 도두봉과 공항의 비행기들도 잘 보인다. 한라산의 곡선과 수평선의 곡선이 둥그렇게 만나는 모습도 잘 보인다. 나는 이 옥상에서 <정방폭포> 시도 짓고 <공무도하가>를 혼자 읊으면서 스스로 잘 논다. 나는 이제 시와 쉼과 삶과 여행이 하나로 만나서 행복하게 잘 지낸다.


그래도 나는 가끔 님이 그립다. 그리하여 내일부터는 쉼터를 개방하여 가끔 찾아오는 님들을 만나기로 하였다. 내일 오전 9시 반에 부영아파트에서 세입자를 만나기로 하였다. 만나서 집 상태를 확인하고 전세금을 돌려주기로 하였다. 지난 12년 동안 전세금 한 번 올리지 않고 중간에 보일러 수리와 방수공사까지 해주었다. 전세금도 빚이라는 생각에 전세금을 올리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내 집이 아니라 전세자가 집주인이고 나는 집을 수리해 주는 머슴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이제 내일부터는 우리들이 함께 사용하고 함께 가꾸어가는 우리들 모두의 공유쉼터가 될 것이다.


오늘은 특별히 공무도하가를 홀로 읽고 홀로 생각하는 날이다. 그러면서 나는 스스로 백수광부가 되어보기도 하고 백수광부의 아내가 되어보기도 하고 뱃사공 곽리자고가 되어보기도 하고 곽리자고의 아내 여옥이 되어보기도 한다. 혹시 바다를 건너서 제주도에 오실 일이 있거들랑 미리 연락 주시길 바란다. 함께 시를 이야기하고 함께 시를 노래하고 함께 인생을 이야기하고 함께 고독을 이야기하고 함께 희망을 노래할 수 있는 좋은 인연을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린다.


세상을 한 번 둘러보니 보고 싶은 사람들이 참으로 많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는 요즘 새로운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세상에는 참 좋은 사람들이 참으로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이능표 시인, 이창기 시인, 김종순 박사님, 송예진 후배님, 김인호 시인, 김도수 시인, 지리산 시인들, 여수 시인들, 신병은 시인, 임호상 시인, 박해미 시인, 박혜연 시인, 최향란 시인, 나희덕 시인, 김기택 시인, 이병률 시인, 함민복 시인, 문태준 시인, 신형철 평론가, 김민정 시인, 박준 시인, 달 출판사, 난다 출판사, 문학동네, 창작과 비평, 문학과 지성사, 민음사, 시산맥, 문학사상,....., 아, 아름다운 이름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줄줄이 끌려 나오고 있구나.   


이진명 시인, 김연준 시인, 오은 시인, 김박은경 시인, 김홍성 시인, 김훈 작가, 한강 작가, 이향지 시인, 그리고 유성원 편집자님이 나는 너무나 좋아졌다.








https://blog.naver.com/mbcthatis/220219099585


https://www.youtube.com/live/a6Wy-vAsNSI?si=asY9xQlFAomTDJ0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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