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도 / 퇴고 중

by 강산





심우도 / 2차 수정



심우도(尋牛圖) 속으로 걸어간다 나의 흰 소는 보이지 않고 검은 소들이

있다


소들이 소나무 아래 모여있다 멍에도 꼬뚜레도 없다 숲에서 뜯어먹은 풀을

되새김질 하며 서로의 눈빛을 본다 서로의 등을 핥아주는 소도 있고 죽비

처럼 꼬리로 엉덩이를 치는 소도 있다 새로 발견한 풀밭을 알려주는지 귓속말을

속삭이는 소도 있고 조용히 바다를 바라보는 소도 있다


나도 소를 길렀다 나는 늘 길을 들이려고 했다 내가 기르는 소는 코뚜레를

하였고 멍에를 하고 쟁기질을 해야 했다 갱본에서 쉬는 동안에도 말뚝에

박혀 있어야 했다 나의 소는 소나무 그늘에서 쉬어보지 못했다


나는 흰 소를 타고 구멍 없는 피리를 불 생각만 하였다 소와 함께 놀아줄

생각은 하지 못했다 내가 소를 업어 줄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소들이 다시 숲으로 들어간다 소는 걸어가면서도 텅텅텅 똥을 잘 싼다 풀을

먹고 자란 소들이 풀에게 밥을 준다 나도 소나무 그늘에 앉아 바다를 보다가

소들이 들어간 숲으로 따라 들어간다


숲에서 비명소리가 들린다 전기톱 돌아가는 소리가 귀를 찢는다 소나무가

없어져야 땅값이 오른다며 소나무를 죽이고 있다 그해 겨울의 숲처럼 숲은

온통 소나무 무덤이 된다


숲에 소나무가 없다 소들이 함께 모여서 쉴 곳이 없다 가시덤불 속에서

가시에 찔리며 소들이 서 있다


소들은 고개를 숙이고 있다 어렵게 새로 돋아나는 소나무 새싹에 콧김을

불어넣는다


나는 심우도(尋牛圖) 밖으로 나와 심우도(心牛圖)를 그린다




91268087_1709867649154882_7790391700744044544_n.jpg

심우도 / 초고



심우도(尋牛圖) 속으로 걸어간다 나의 흰 소는 보이지 않고 검은 소들이 있다


소들이 소나무 아래 모여 있다 멍에도 꼬뚜레도 없다 숲에서 뜯어먹은 풀을 되새김질 하며 서로의 눈빛을 본다 서로의 등을 핥아주는 소도 있고 꼬리 죽비로 엉덩이를 치는 소도 있다 새로 발견한 풀밭을 알려주는지 귓속말을 속삭이는 소도 있고 조용히 바다를 바라보는 소도 있다


나도 소를 길렀다 나는 늘 길을 들이려고 했다 내가 기르는 소는 코뚜레를 하였고 멍에를 하고 쟁기질을 해야 했다 갱본에서 쉬는 동안에도 말뚝에 박혀 있어야 했다 나의 소는 소나무 그늘에서 쉬어보지 못했다


나는 흰 소를 타고 구멍 없는 피리를 불 생각만 하였다 소와 함께 놀아줄 생각은 하지 못했다 내가 소를 업어 줄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소들이 다시 숲으로 들어간다 소는 걸어가면서도 텅텅텅 똥을 잘 싼다 풀을 먹고 자란 소들이 풀에게 밥을 준다 나도 소나무 그늘에 앉아 바다를 보다가 소들이 들어간 숲으로 따라 들어간다


숲에서 비명소리가 들린다 전기톱 돌아가는 소리가 귀를 찢는다 소나무재선충 때문이라고 한다 솔수염하늘소 때문이라고 한다 매개충을 없애려면 기미가 보이는 소나무를 싹쓸이 해야 한다고 한다 포크레인이 탱크처럼 숲으로 진군한다


소나무 밑동을 잘라 쓰러뜨리고 토막낸다 약품처리 하고 덮어서 무덤을 만든다 숲은 온통 소나무 무덤이 된다 그해 겨울의 숲처럼,


솔방울을 줍고 삭정이를 부러뜨리고 도끼로 고자배기를 하고 솔잎까지 갈퀴로 긁어 와서 땔감으로 쓰고 생솔가지까지 잘라 와도 잘 버티던 소나무,


겨우 살아남은 소나무들도 은밀하게 잘린다 소나무재선충 때문이 아니다 소나무가 없어져야 땅값이 오른다며 소나무를 죽이고 있다 이제는 숲에 소나무가 없다 소들이 함께 모여서 쉴 곳이 없다 떠나간 엄마소 이야기를 할 곳도 없다 가시덤불 속에서 가시에 찔리며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다


소들은 고개를 숙이고 있다 어렵게 새로 돋아나는 소나무 새싹에 콧김을 불어넣는다


나는 심우도(尋牛圖) 밖으로 나와 심우도(心牛圖)를 그린다






심우도 / 1차 수정



심우도(尋牛圖) 속으로 걸어간다 나의 흰 소는 보이지 않고 검은 소들이 있다


소들이 소나무 아래 모여 있다 멍에도 꼬뚜레도 없다 숲에서 뜯어먹은 풀을 되새김질 하며 서로의 눈빛을 본다 서로의 등을 핥아주는 소도 있고 꼬리 죽비로 엉덩이를 치는 소도 있다 새로 발견한 풀밭을 알려주는지 귓속말을 속삭이는 소도 있고 조용히 바다를 바라보는 소도 있다


나도 소를 길렀다 나는 늘 길을 들이려고 했다 내가 기르는 소는 코뚜레를 하였고 멍에를 하고 쟁기질을 해야 했다 갱본에서 쉬는 동안에도 말뚝에 박혀 있어야 했다 나의 소는 소나무 그늘에서 쉬어보지 못했다


나는 흰 소를 타고 구멍 없는 피리를 불 생각만 하였다 소와 함께 놀아줄 생각은 하지 못했다 내가 소를 업어 줄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소들이 다시 숲으로 들어간다 소는 걸어가면서도 텅텅텅 똥을 잘 싼다 풀을 먹고 자란 소들이 풀에게 밥을 준다 나도 소나무 그늘에 앉아 바다를 보다가 소들이 들어간 숲으로 따라 들어간다


숲에서 비명소리가 들린다 전기톱 돌아가는 소리가 귀를 찢는다 그해 겨울의 숲처럼, 숲은 온통 소나무 무덤이 된다


이제는 숲에 소나무가 없다 소들이 함께 모여서 쉴 곳이 없다 떠나간 엄마소 이야기를 할 곳도 없다


소들은 고개를 숙이고 있다 어렵게 새로 돋아나는 소나무 새싹에 콧김을 불어넣는다


나는 심우도(尋牛圖) 밖으로 나와 심우도(心牛圖)를 그린다


90264191_1708333455974968_8625068566942580736_n.jpg




001.jpg
002.jpg
003.jpg
004.jpg
007.jpg
008.jpg
009.jpg
010.jpg
011.jpg
013.jpg
014.jpg
015.jpg
016.jpg
20190509_145749.jpg
심우도.jpg
37_심우도_병풍(조정우).jpg